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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관절이 웃어야 인생이 편하다 05

초정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재수술·합병증 크게 줄어

시화 센트럴병원 공식 교육센터 지정 … 절개 부위, 입원기간 대폭 감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초정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재수술·합병증 크게 줄어

초정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재수술·합병증 크게 줄어
무려 8년 동안 속을 썩이던 고질적 질환에서 해방된 기쁨 때문일까. 눈에 확 띄는 보청기를 끼고 입원실에서 걸어나오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올 1월 중순 센트럴병원(경기도 시흥시)에서 최신 의료로봇 ‘로보닥(ROBODOC)’을 이용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2급 청각장애인 서영신(62) 씨.

서씨는 그간 손상된 오른쪽 무릎 연골을 치료하기 위해 4번이나 관절경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은 잠시뿐, 결국 무릎을 절개해 연골손상 치료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후유증이 생겨 같은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괜찮았던 왼쪽 무릎에도 이상이 생겼다.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오른쪽 무릎을 치료하는 동안 갖게 된 불신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 우울증까지 걸렸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로봇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큰마음을 먹었다. 수술은 대성공. 퇴행성 관절염으로 ‘O’자가 된 다리도 일직선으로 펴졌다. 이젠 양복을 입을 용기가 생겼다. 이 수술로 무릎 치료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싹 사라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 수술 오차 0%에 도전

1980년 도입된 이래 만성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마지막 선택으로 알려진 인공관절 수술. 하지만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해 환자의 불만이 컸다. 학계에서는 수술 환자 10명 중 1명 정도에게서 △감염 △출혈로 인한 혈관합병증 △관절이 제 위치를 잡지 못해 생기는 탈구 △다리 저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쏟아졌다. 의사도 인간인 만큼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보완 연구를 해오던 의학계가 최근 제시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서씨가 받은 수술, 즉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다. 로봇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그에 맞게 뼈를 깎아 정리한 후 그곳에 인공관절을 집어넣음으로써 의사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로보닥이라 부르는 의료 로봇은 의사가 직접 집도하는 인공관절 수술에서 발생 가능한 수술 오차를 크게 낮춤으로써 재수술 가능성을 대폭 줄였다. 수술의 정확성이 높아지니 수술 절개 부위가 작아졌고, 입원 기간이 단축됐다. 합병증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은 엉덩이와 무릎, 발목 관절의 각도를 어떻게 정확히 맞추느냐에 달렸다. 이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통증과 운동 범위 제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로보닥 수술’은 엉덩이와 무릎, 발목 등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 병변 부분과 다른 관절의 각도를 정확히 계산해 미리 컴퓨터로 세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각 관절 부위를 CT로 세밀하게 촬영해 수술 부위를 측정한 뒤 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해 가상수술을 한다. 몇 번의 확인 작업이 끝나면 로보닥이 직접 관절 부위로 들어가 인공관절이 삽입될 대퇴부와 경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깎아낸다. 의사는 그곳에 인공관절을 끼우고 절개 부위를 봉합하면 수술 끝.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 계측된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진행되므로 기존의 방식과는 수술 오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의사가 하는 인공관절 수술은 오차가 2~3mm였는데, 로보닥은 0.05mm 이하로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 재수술률도 15~20%에서 1%대로 대폭 줄었다.

초정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재수술·합병증 크게 줄어

(좌)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설명하는 센트럴병원 오승환 인공관절 로봇수술센터장. (우) 수술 이전 각 관절 부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센트럴병원 인공관절 로봇수술센터장인 오승환 박사는 “의료 로봇 장비인 로보닥은 환자 CT-스캔(Scan)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계획(Pre-Planning), 위치정보등록(Registration), 확인(Verification), 절삭(Cutting) 등의 과정을 통해 타 수술 방법보다 정확하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재수술을 해야 할 때 기존 수술에서 사용한 시멘트를 쉽게 제거할 수 있고, 무시멘트 수술의 재수술 시에도 뼈 안의 섬유조직을 정확하게 제거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 시스템이 모든 것을 설정하고 직접 인공관절이 접합될 부분을 깎아내기 때문에 일반 인공관절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느슨함, 불안정성, 탈구, 골절, 감염 같은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환자는 대퇴부의 통증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다리가 잘 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의사가 하는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6~7일이 지나야 보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지만 로보닥 수술은 24시간 이내에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오 박사는 “로봇수술은 수술 실패율이 줄어 2차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사회 전반적인 의료경비 절감 효과가 있다. 수명이 다한 인공관절을 교체할 때에도 육안보다 병변 확인이 세밀해 기존 인공관절 제거와 새로운 인공관절 대체 수술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로보닥 수술의 단점이라면 기계가 비싸고 훈련된 CT 조작원 등 많은 인원이 필요해 기존 수술보다 치료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외국에 로봇수술 교육 … 의료관광의 메카 부상

로보닥은 2008년 8월, 미국과 일본의 5개 대형병원에서 이뤄진 120여 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조품목 허가 공식 승인을 획득한 의료기기로, 국내에선 이보다 앞선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의 허가를 받았다. 2009년 정부 주관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의료로봇 부문에 선정된 ‘국가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경희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소장을 지낸 오승환 박사는 요즘 그동안 많은 병원에서 축적한 인공관절 수술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 경험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실제 센트럴병원은 로봇시술 운영 노하우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로봇수술(로보닥) 공식 트레이닝(교육)센터’로 지정됐다. 로보닥 제조업체인 큐렉소(대표 이경훈) 측과의 협약을 통해 러시아,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로보닥 관련 교육과 세미나, 연수 등을 하고 있다. 센트럴병원이 관절 병원 사이에서 ‘로보닥 학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박사는 “이제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해외 유수의 병원으로 연수 가는 것은 옛말이 됐다. 로봇 인공관절 분야만큼은 우리가 기술을 전수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를 기회로 의료용 로봇시장 1위인 미국에 도전할 때가 됐다. 그러므로 교육센터를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 타 국가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발판으로 해외 환자유치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국내 유명 관광회사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센트럴병원을 의료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0.02.09 723호 (p36~3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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