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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이놈의 우리사주”… 금호 직원들 탄식

대출금 상환 발목 잡혀,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해 ‘전전긍긍’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이놈의 우리사주”… 금호 직원들 탄식

“이놈의 우리사주”… 금호 직원들 탄식
금호산업 A과장은 요즘처럼 아내 얼굴 보기가 괴로운 적이 없었다. 회사의 워크아웃으로 언제 구조조정이 될지 모르는 데다, 어렵사리 사뒀던 우리사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휴지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친구가 불과 1년 사이에 우리사주로 1000만원을 7000만원까지 불렸다고 자랑할 때면 배가 아팠습니다. 주식의 ‘주’자도 몰랐지만,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2007년 말 금호산업 유상증자 당시, 그는 아내의 만류에도 은행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 500주를 샀다. 대출금만 1600여 만원. 2년 거치에 연 이자율은 7.5%에 달했다.

“유상증자 당시 주가가 6만원이었습니다. 유상증자 두 달 전에는 주가가 8만8000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3만2200원을 주고 우리사주를 샀으니 대박은 ‘떼어놓은 당상’이라 생각했죠.”

딱 거기까지였다. 2007년 12월 5만6600원이던 금호산업 주가는 1년 뒤 1만29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4000원대까지 폭락, 직원 1인당 평균 2000여 만원치의 손실을 본 상황이다. A과장은 지난 2년간 꼬박 이자를 냈지만 내년 2월까지 원금을 갚아야 한다. 주식을 처분해 원금을 갚고 싶지만, 1월18일 현재 금호산업 주가는 4495원. 500주를 다 처분해도 224만7500원으로 대출금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워크아웃으로 회사의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쳐 추가 대출도 어렵다.



직원 1인당 평균 2000만원 넘는 빚

‘우리사주’는 기업 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근로자가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제도를 말한다. 흔히 우리사주는 직장인에게 대박을 터뜨리는 ‘잭팟’으로 인식돼왔다. 삼성전자, 신세계 등 일부 대기업 상장 때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거나, 유상증자 때 우리사주를 보유하게 된 임직원 중에는 수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린 경우도 있을 정도다. 잭팟의 비밀은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시장 가격보다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우리사주를 살 수 있는 데 있다. 설령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주식이 현 상태만 유지하면 일정한 수익률은 보장된다.

금호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사주를 배정한 2007년은 금융위기가 오기 전 주식시장의 마지막 활황기였다. 2007년 언론은 연일 ‘부럽다 대박 우리사주’ ‘직장인 우리사주 대박’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실제 한국증권금융이 2007년 5월 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에 예탁된 우리사주 주식의 수익률은 코스피 평균 87.8%, 코스닥 평균 108.83%였다. 같은 기간 전체 주식시장 상승률은 코스피 29%, 코스닥 18.7%였다. A과장은 “그때는 우리사주 안 사는 사람이 바보였다. 은행 이율이 5.5~7.5%였음에도 수익률이 그 배 이상이니, 너나 할 것 없이 은행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대박의 화려함 이면에는 쪽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우리사주 배정 후 1년간 매도가 금지돼 그 사이에 주가가 급락하면 즉시 대응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상당수 직원이 자기 돈보다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우리사주를 사기 때문에, 주가 하락 때 대출금 상환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 전문가들은 “우리사주는 여윳돈으로 10~20년간 장기간 보유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리하게 대출받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손실을 견디지 못한 금호산업 임원들은 우리사주를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A과장처럼 대출을 받은 일반 직원들은 그마저도 할 수 없다. A과장은 직원들의 씁쓸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우스갯소리로 은행이 아니라 차라리 회사에서 돈을 빌릴 걸 그랬다고 말해요. 그럼 빌린 돈을 갚을 때까지 최소한 구조조정 대상은 되지 않을 거 아닙니까?”



주간동아 2010.02.09 723호 (p56~56)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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