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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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는 親朴 강철대오?

외견상 세종시 반발 최고의 결속력 과시 … 일부 의원들 “할 말 많은데…”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0-02-03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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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를 놓고 발발한 한나라당 내전(內戰)의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정부가 1월27일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주류인 친이(親李)계는 ‘3월 초 수정안 국회 제출→토론 및 수정안 당론 확정→4월 국회 처리’라는 로드맵을 짜놓고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이에 친박(親朴)계는 “여당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60여 명의 친박계 의원들은 현재 똘똘 뭉쳐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는 사실 박근혜 전 대표가 너무 무리하게 원안 고수를 고집하는 것 아니냐며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친이 진영이 뭔가 목적을 갖고 일을 진행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서 일사불란한 대오를 갖추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친박계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2008년 18대 총선 이후 가장 단단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주류 측이 전국 시·도별로 국정보고대회를 열어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친박계가 시·도당 위원장으로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또 1월27일에는 정운찬 총리가 대구·경북(TK)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대했지만 친박계의 대거 불참으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 총리는 오찬을 함께 하며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있는 TK 민심을 다독이려 했으나, 대부분 친박계인 대구 출신 의원 12명 가운데 박종근 의원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박 의원도 “쓴소리를 하기 위해 갔다”고 했다.



    박 전 대표 ‘퇴로 봉쇄’에 회의적 반응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아예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안 갔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입법 과정에서 친박계가 반대하면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조율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설득하려는 자리에 가서 들러리를 설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친박 진영은 어느 정도 집안 단속이 돼 있다. 박 전 대표가 잇달아 세종시 문제에 강경한 어조로 대응한 것도 그런 효과를 노렸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중진의원들은 여전히 퇴로를 봉쇄한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박 전 대표의 뜻이 워낙 완고하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말을 못할 뿐이다.

    친박계의 ‘좌장’으로 통하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1월8일부터 15일까지 중국에 다녀왔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시점(11일)을 피한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중국의 산업현장 순방은 오래전에 예정된 일정이었다. 중국 방문길에는 조원진 한선교 이종혁 이진복 의원이 동행했다. 모두 친박계다. 이들은 김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 생각이 다르더라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친이 진영이 저렇게 밀어붙이는 데는 세종시 원안 수정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무조건 뭉칠 때다.”

    김 의원은 귀국 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워낙 예민한 문제다.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바로 반응을 보이기는 그렇고, 때가 되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고수는 곤란하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듯 보였다.

    박 전 대표의 외길 수순에 조용히 반기(反旗)를 든 또 한 명의 친박 중진은 홍사덕 의원이다. 홍 의원은 1월7일 “유일한 해결 방안은 정부 수정안이 타협적인 중용의 묘를 살리는 내용으로 작성돼 국회로 보내지는 것이다. 가령 9부2처2청 가운데 5~6개 부처와 적절한 수준의 처·청을 배분하는 방안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날 당장 박 전 대표에게 ‘개인 의견’이라며 일침을 맞았다.

    홍 의원 역시 이후부터는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한 측근은 “홍 의원은 절충안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싶어 한다. 다만 박 전 대표와 상의하면 난감해할까봐 언론을 통해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만나자고 했지만 다른 일정을 이유로 애써 피해다녔다고 한다.

    이처럼 친박계 내부적으론 박 전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없지 않다. 세종시 이외의 문제에서도 그렇다. 최근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조기 전당대회론을 개진했다. 주로 수도권 출신들이다. 6·2지방선거에 대비해 3월쯤 전당대회를 열고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다시 출마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 전 대표는 물론이고 대다수 친박계가 조기 전당대회에 부정적이어서, 그런 견해는 친박계의 단일대오에 혼선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근거 없는 소설 같은 얘기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논의해본 바 없고,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말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부 헤게모니 다툼도 여전히 진행 중

    1월25일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돌연 ‘6·2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친박계 단체장으로 분류된다. 정가에서는 김 지사가 청와대로부터 입각 제의를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가 이를 즉각 부인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이 되는 2월25일을 전후해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권 주류 측에서는 지난번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도 일부 친박계를 입각시킬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이 경우 ‘친박계 와해작업’이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김 의원의 중국 방문길에 동행했던 친박 의원들이 친이 진영에서 세종시 문제를 밀어붙이는 ‘다른 이유’를 언급한 것은, 바로 친박 세력의 분열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의 표시다. ‘원칙론’을 정치철학으로 삼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절대 찬성할 리 없고, 이 과정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려는 일부 친박 의원들과 거리가 벌어질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박계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지금의 측근들과 현안마다 고언(苦言)을 해야 한다는 옛 측근들이 알력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중요한 구실을 했고, 각종 언론에서 ‘친박 핵심 관계자’로 지칭되는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뵌 지 오래됐다. 지금 박 전 대표의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지 않느냐”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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