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2010.02.09

‘굿모닝시티’ 옛 주인의 미련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2-03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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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한 통의 편지와 책 한 권이 든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보낸 사람은 ‘윤창열’이었습니다. 낯익은 이름. 순간 ‘어~! 또 선거에 출마하려나…’. 잠시,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전직 도지사로 착각했습니다.

    편지를 여는 순간, 기억의 한켠에 처박혀 있던 한 사건이 슬며시 떠올랐습니다. 동대문 굿모닝시티 전 사장 윤창열 씨.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3년 6월 3200여 명의 분양계약자들이 낸 계약금 3700여 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인물입니다. 당시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전현직 정치인들과 청와대, 검찰, 경찰, 공무원 등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됐죠.

    그로부터 6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윤씨가 저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옥중에서 정리한 책을 내기에 앞서 한 가지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신동아’에 근무할 때인 2004년, 그해 12월호 신동아에 쓴 기사를 책에 인용해도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신동아 기사는 분양계약자들이 설립한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와 윤씨 사이의 법적, 윤리적 공방을 담담하게 다뤘습니다. 협의회가 아무리 피해자라지만 법적 허용치를 넘는 권리를 행사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뭇매만 맞았던 윤씨로서는 그게 고마웠던 것 같습니다.

    ‘굿모닝시티’ 옛 주인의 미련
    윤씨가 준비 중인 책 제목은 ‘웃기는데 눈물이 난다’. 아무래도 유행가 가사의 한 대목을 가져다 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책 내용을 살펴보니, 윤씨는 여전히 굿모닝시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2008년 11월14일, 우여곡절 끝에 개장한 굿모닝시티는 현재 입점률 저조와 관리단 구성을 둘러싼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아직까지도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윤씨가 이곳을 다시 맡으면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미련은 참 떨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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