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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天·高·野·飛 05

“겉멋 든 일부 후배들, 야구인생 삼진 먹을까 걱정”

이병훈·이용철 해설위원의 단소리·쓴소리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겉멋 든 일부 후배들, 야구인생 삼진 먹을까 걱정”

“겉멋 든 일부 후배들, 야구인생 삼진 먹을까 걱정”

이병훈 해설위원

감동과 환희의 2009 프로야구. 올 한해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구 대전 군산 등 전국을 돌며 532게임이 치러지는 동안 숱한 뉴스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결과는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 그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이들이 각 방송사 해설위원이다. 이들은 프로야구의 화려한 외양은 물론, 구단이나 선수들의 불편한 속내까지 훤히 꿰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KBS N SPORTS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이용철 두 해설위원은 여러 해설위원 중에서도 스타급으로 꼽힌다. 이들이 본 2009년 프로야구는 어땠을까. 두 사람에게 ‘솔직한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6월25일 KIA-SK전이 최고의 경기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이용철 : 야구는 ‘부메랑’이다. 왜 이런 비유를 하냐면, 6월25일 광주에서 치러진 KIA-SK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름 이 경기를 올해 최고의 경기로 꼽고 싶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무승부가 사실상 패배로 간주됐다. 당시 KIA의 성적이 안 좋았다. 이날 SK는 연장에 돌입하자 무승부 제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투수 김광현을 대타로 내고, 3루수 최정을 투수로 기용했다. 무승부를 할 바에야 지겠다고 부메랑을 던진 셈이다. 결국 연장 12회에서 기아가 6대 5로 이겼다. 그때만 해도 승수에 여유가 있던 SK라 이 경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결국 SK의 뒤통수를 때렸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KIA(81승48패4무)와 SK(80승47패6무)는 1경기 차이로 막판에 희비가 엇갈렸다. 감독이나 선수들이 경기 룰에 불만족스럽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경기였다.



이병훈 : 잠실 두산-KIA전(8월30일)에서 팔과 다리에 함께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 대타로 나온 장성호가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을 때 방송에선 농담을 던졌지만 속으로는 정말 찌릿찌릿했다. 그날 캐스터에게 애드리브를 치자마자 300통의 전화가 걸려왔더라.(웃음)(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는 1대 1 접전이 펼쳐지던 8회 초 대타 장성호가 만루홈런을 때리자 흥분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서 함께 중계하던 이병훈 해설위원이 순간 기지를 발휘해 캐스터에게 “정신 좀 차리세요”라고 말한 뒤 “졸도했다”고 말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프로야구의 놀라운 인기몰이의 배경은 뭘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선전 때문일까.

이병훈
: WBC에서 한국이 맹활약한 것도 주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시즌 막판까지 8개 구단 중 6개 팀이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인 게 컸던 것 같다. 어떤 프로 스포츠도 시즌 중반에 순위가 결정되면 그 리그는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프로야구는 4위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3팀이 경쟁을 벌였다. 1위 자리를 놓고 역시 3팀이 충돌했다. 여기서 에이스들끼리의 맞대결이 흥미롭게 전개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다툼이라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됐다. 팬 처지에선 매일 순위가 뒤집히는데 자기만 모르고 있으면 왕따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겠나.

가장 열성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KIA와 롯데의 선전, 치열했던 개인 타이틀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구단들의 눈부신 마케팅 노력이 오히려 가려질 정도였다. 두산-롯데전에선 승용차가 경품으로 나와 관객 투표를 했는데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롯데가 지니까 그 관객이 경기장을 나가버린 것이다. 올해 팬들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팀이 이기느냐, 지느냐를 놓고 격렬하게 흥분했다. 그러는 사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케팅 전략을 짜낸 구단 프런트들은 울었다.

안이한 정신자세 눈에 거슬려

팬들이 너무 적극적이다 보니 해설위원으로서 곤란했던 적도 많았을 것 같다.

이용철
: 올해 롯데 팬들로부터 편파 해설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나도 국제경기를 중계하면 좋다. 한국만 확실하게 응원하면 되니까. 자기가 응원하는 구단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 ‘목소리가 작다’는 식의 불만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해설은 경기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양팀의 비중을 맞출 수는 없다. 야구 수준이 높아져서 생기는 일이란 건 알겠는데 정확한 지적 포인트를 갖고 비판을 해줬으면 한다.

이병훈 : 해설 중간에 ‘샤우팅(shouting)’이라는 게 있다. 캐스터의 말에 곁들이는 양념 격인데, 이것 때문에 자주 욕을 듣는다. 예를 들어 해설자가 롯데-두산전에서 두산 김동주가 홈런을 쳤을 때는 높고 길게 “어~” 하고, 롯데 이대호가 홈런을 쳤을 때는 짧고 낮게 “어~” 했다고 하자. 그럼 난리가 난다. 그럴 땐 정말 난감하다.

“겉멋 든 일부 후배들, 야구인생 삼진 먹을까 걱정”

이용철 해설위원

선수 출신이라 요즘 잘나가는 후배들이 부러울 때도 있겠다.

이용철
: 정말 부럽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상황인데도 단명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팬들에게 인기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땐 살기 위해서 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땀 흘린 만큼 돈을 받는 시절도 아니었다. 나도 1988년 신인왕이 된 후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했기에 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자세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안다. 요즘처럼 프로야구가 국민적 사랑을 받을 때일수록 선수들은 자기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이병훈 : 올해 프로야구는 최다 관중을 돌파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다. 옷 입고 다니는 것 봐라. 공공장소에서 반바지, 민소매 셔츠에 슬리퍼가 웬 말이냐. B선수는 구단 버스를 타면 팬티 차림이 된다. 고급 외제차를 타도 빛이 안 나는 이유가 있다. 미국, 일본 선수들은 정장을 차려입고 이동한다. 얼마 전 프로선수들 몸가짐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한 적이 있는데, 몇몇 구단 프런트가 “속이 다 시원하다”며 공감하더라. 팬들에 대한 예의도 부족하다. 어떤 선수는 자기가 경기를 못하면 절대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 팬은 돈 내고 시간 내서 경기 보러 오는 귀한 손님인데, 오히려 팬들이 눈치 보고 사인 받는 처지다. 4타수 무안타라고 ‘쌩’해 있는 선수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심(童心)이 상처를 입었겠나. 아직 멀었다. 야구 수준은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몰라도 의식 수준은 100년 차이다.

기본적인 자질을 못 갖춘 선수가 그렇게 많다는 뜻인가.

이병훈
: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내가 아는 몇몇 젊은 선수는 올해 찬찬히 살펴보니 정말 놀 때와 쉴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올해 경기를 보면 휴식일인 월요일 다음 날에 벌어진 화요일 경기 때 선수들의 몸이 가장 무거웠다. 월요일에 다음 날 경기 준비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력으로 직결된다. 선수들의 안이한 마음가짐이 프로야구 전체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감독은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데 터무니없이 인기만 많은 선수가 너무 많다. 모 구단 C선수는 동료들도 “쟤, 왜 저래?”라며 자주 비아냥거릴 정도로 겉멋이 잔뜩 들어갔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금은 어찌어찌 주전 자리를 버티고 있지만 내년에는 장담 못한다.

몸가짐과 팬에 대한 예의도 부족

정규리그 막판에 LG 김재박 감독이 박용택 선수에게 타격왕 타이틀 밀어주기를 했는데, 어떻게 보나.

이병훈
: 물론 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의 처지에서 보면 어느 팀, 어느 감독이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어느 감독이 정상적인 승부를 할 수 있었겠나. 추신수도 3할 타율에 올라서자 감독이 배려해주지 않았나. 타이틀과 승부라는 외나무다리에서 팬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기준점을 찾는 게 중요한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경기장에 대한 희망은 올해도 허공의 메아리로 그치고 말았다.

이병훈
: 휴… 경기장 문제는 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대구구장은 선수들이 야구 헬멧이 아니라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노란색 헬멧을 쓰고 다녀야 할 정도다. 더그아웃 천장에 금이 가 있다. 창피한 일이다. 외국인 선수가 대구구장이나 광주구장에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인터넷 악명’

기아 야옹스, 솩방울, 육상부, 꼴데를 아십니까?


“겉멋 든 일부 후배들, 야구인생 삼진 먹을까 걱정”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장만큼 열기가 뜨거운 곳이 인터넷이다. 인터넷 중계 사이트에는 각 팀을 응원하는 팬들 간에 극도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광클’(미치도록 무작정 클릭하는 것)을 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하거나, 상대팀을 깎아내리기 위해 악성 별명을 만들어 놀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듣는 처지에서는 적잖이 거북하지만 이제는 원래 구단 이름보다 별명이 더 익숙하다는 팬도 많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다. 이들 악성 별명은 팀 성적이나 모기업의 특징을 빗대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KIA 타이거즈 : 타 구단 팬들은 경기가 과열되면 KIA를 ‘개아’ 혹은 ‘쓰레기아’(쓰레기+기아)’라고 놀린다. 옛 해태 타이거즈의 화려한 성적은 간데없이 2005, 2007년 연거푸 꼴찌로 전락하자 ‘기아 야옹스’라는 치욕스런 호칭이 붙기도 했다. 윤석민처럼 동안(童顔)인 선수가 많아서(윤석민의 별명은 ‘석민 어린이’) 붙은 별칭은 ‘유치원’이다.
SK 와이번스 : 2007, 2008년 한국시리즈를 연속 제패한 SK는 다른 팀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다. SK의 전신이 쌍방울이라고 놀리며 ‘솩방울’(SK+쌍방울)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스크’는 SK를 발음 그대로 부른 것. SK의 모기업인 SK에너지를 빗대 ‘주유소’라고도 불린다. 빈볼을 내는 투수가 많다고 해서 ‘SK 빈볼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산 베어스 : 선수들이 곰처럼 귀엽거나(김현수, 이종욱) 뚱뚱해서(김동주, 최준석) ‘뚱산’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고영민, 이종욱, 민병헌 등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많아 ‘육상부’라고도 불린다. 두산의 에이스 투수 리오스가 일본 진출 후 약물사건으로 중도하차하자 ‘약산’이라는 좋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표는 8-8-8-8-5-7-7. 특히 4시즌 연속 꼴찌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 때문에 롯데는 ‘꼴데’(꼴찌+롯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게 됐다. 시범경기나 4, 5월 봄까지는 성적이 좋아서 ‘봄데’(봄에만 야구하는 롯데)라고도 불린다. 극성스러운 롯데 팬을 일컫는 말은 ‘꼴리건’(꼴데+훌리건).
삼성 라이온즈 : 삼성은 ‘돈성’이라고 불린다. 스폰서인 삼성그룹이 거액을 주고 감독이나 선수를 끌어온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삼성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9번이나 우승한 바 있는 김응룡 감독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매해 FA를 통해 다른 팀에서 대형 선수들을 빼왔다. 그 과정에서 심정수 4년간 60억원, 박지만 4년간 39원억이라는 초대형 FA계약이 맺어져 ‘돈성’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히어로즈 : 히어로즈는 원래 뜻을 따서 ‘영웅네’라고 불린다. 조금 심심하다.
LG 트윈스 :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의 성적은 6-6-6-8-5-8-7로 롯데와 막상막하다. ‘꼴쥐’(꼴찌+엘쥐)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LG의 G에서 ‘쥐‘를 연상해 쥐와 관련된 별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쥐돌이, 꼴지, 꼴쥐 등.
한화 이글스 : 한화는 전신인 빙그레 시절부터 얻은 별명이 있다. ‘치킨스’가 그것. 독수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닭이었다는 것. ‘닭털스’라는 별명도 거기서 나왔다. 2007년 한화그룹 회장이 폭행사건에 연루되자 ‘조폭 치킨스’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폐품 이글스’라는 말도 나온다. 김인식 전 감독이 신예 선수보다는 기존의 검증된 선수들을 지나치게 혹사해 재활의 여지가 없게 만든다는 뜻에서다.
이 밖에 과거 팀들의 ‘악성’ 별명도 여전히 회자된다. 두산의 전신 OB가 주류회사인 데 착안해 ‘오비 알콜중독스’, 속옷 업체 쌍방울은 ‘쌍방울 메리야스’로 불렸다.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는 한국시리즈만 가면 해태한테 진다고 해서 ‘빙그레 해태밥스’라는 오명이 붙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착 때문에 상대방을 터무니없이 비방하는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별명 중에는 유머 넘치는 것도 있는 만큼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는 용납할 수 있다”며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팀이 아니라 특정 선수에 대한 인격적인 비하”라고 지적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주간동아 2009.10.20 707호 (p34~35)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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