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2

2009.09.08

사랑의 감정, 뻔뻔한 섹스

  •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9-09-02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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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감정, 뻔뻔한 섹스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된 영화 ‘색, 계(色, 戒)’를 관람한 연인에게 가장 여운이 남는 장면을 묻는다면 대부분 요가 뺨치는 ‘클립형 체위’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색, 계’의 정사 신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첩보대장 ‘이’와 여대생 스파이 ‘장치아즈’ 간의 감정선을 읽어야 한다.

    첫 번째 정사 신은 누가 성적으로 상대를 지배하느냐에 관한 것. 가학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이와의 첫 정사 후, 홀로 침대에 남은 장치아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강간과도 같은 정사인데 왜 그랬을까? 장치아즈는 이미 이가 자신을 묶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챘다.

    심리적 우위에 선 셈이다. 또 두 번째 정사가 탐색전이었다면 세 번째는 욕망과 본능, 이성과 감정의 ‘계(戒)’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치아즈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사랑의 감정’에 당황하며 뱀처럼 파고드는 이에게 한없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비록 파격적인 정사 신에 밀려 주제마저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지만 이 영화는 ‘여자에게 사랑은 혁명보다 우선하는 무엇’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체위라고는 고작 두세 가지. 졸면서도 할 수 있는 ‘선교사적 체위’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이러다간 섹스리스가 될 수도 있다. 이젠 좀 뻔뻔해지자.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게 바로 섹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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