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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형 당뇨’ 의 기습 07

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당뇨인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탄수화물 : 단백질 : 지방 = 6 : 2 : 2로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지난 8월 초 KBS ‘아침마당’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굵은 목소리와 중후한 이미지로 낯익은 원로 탤런트 김성원(72) 씨가 1970년대 전성기 때 서른다섯이란 나이로 중증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후 계속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뇨병 진단을 받은 그때가 인생의 최대 고비라고 했다.

그 무렵 김씨는 당뇨병이 피해가려야 피해갈 수 없을 정도의 왕성한 대식가이자 애주가였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면 늘 스태프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맥주잔에 소주를 부어 돌리며 어마어마한 양을 마셨다. 술과 함께 육류 등의 안주도 엄청나게 먹었다. “고기를 세 번 쌈에 싸 먹으면 맥주잔 가득 부어놓은 소주가 없어졌다”고 할 정도.

생맥주 500cc 두 잔은 단숨에 마셨고, 식사는 하루 일곱 끼까지 했다. 중국집에 가면 혼자서 볶음밥, 울면, 군만두를 시켜먹어 종업원들이 혀를 내둘렀고, 고기는 씨름 선수들이 몸을 불리기 위해 억지로 먹는 양만큼을 해치웠다.

“고기는 먹어본 사람이 먹어요. 한번은 김재형 PD(‘용의 눈물’ ‘여인천하’ 연출)와 후배 김성겸(탤런트)과 한 접시에 고기를 2인분씩 구워먹는 내기를 했죠. 김 PD가 다섯 접시를 먹다가 포기했고, 김성겸은 여덟 접시를 먹고 손들었어요. 나는 열 접시, 그러니까 20인분을 먹고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 탤런트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김씨는 중증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생활습관을 180도 바꿨다. 무엇보다 음식 욕심을 버렸다. 의사가 권한 대로 수수, 보리, 율무 등 열량이 낮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운동도 병행했다. 주로 걷기에 집중했다. 집에서 한참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시간 날 때마다 동네와 촬영장 주변을 걸었다. 당뇨병에서 해방되기 위해 아내의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피나는 노력으로 당뇨합병증을 예방한 김씨는 2006년 ‘당뇨와 친구하라’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김씨는 “이왕 당뇨와 한 몸이 됐으니 친하게 지내면서 승패를 가려야 한다”는 자신의 ‘당뇨관’을 강조했다. 친구에게 신경 써주는 심정으로 당뇨병을 받아들이라는 것.

그 결과 김씨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었고,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아직 인슐린 처방조차 받지 않은 상태로 건강하게 방송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씨처럼 30대 초·중반까지도 과음, 과식을 즐기는 사람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식탐과 술을 자제해 몸이 당뇨병에게 한눈팔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한다. 이미 당뇨병 초기 단계로 접어든 사람은 주기적인 검진과 식이·운동요법을 실천하는 게 필수.

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정상 체중을 유지하려면 식이요법이 필수다.

그리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은 발병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 모두에게 딱 들어맞는 예방 및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활요법은 있다. 운동과 식이조절이 그것이다. 문제는 운동과 식이요법에도 누구나 천편일률적으로 따라할 수 있는 왕도가 없다는 점. 즉, 자신의 몸과 처지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식이요법의 가장 큰 목적은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 식이요법 기준을 만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몸무게가 정상체중을 많이 넘어설 경우 하루 식사에서 칼로리 섭취량을 500kcal 줄여야 한다(성인 남성과 성인 여성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각각 2500kcal, 2100kcal).

밥 적게 먹고 과일 많이 먹으면 ‘말짱 도루묵’

전체적인 영양소의 균형을 유지하되 당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20대 때 먹던 버릇을 그대로 갖고 있는 30, 40대. 이들은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의 양은 유지하는 반면, 당을 소비하는 에너지 대사능력은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태다. 따라서 남아도는 당이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이 되고 혈관 속에 남은 당은 당뇨병을 일으킨다.

이들은 먼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을 60 : 20 : 20으로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체로 밥의 양을 3분의 1 정도 줄이면 이 비율에 맞는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말이 있는데, 밥을 덜 먹는 대신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 알려진 말이다. 과일에도 곡류 이상의 당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밥을 줄이고 과일을 많이 먹으면 그 식이요법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대신 채소는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채소를 먹는다고 고지방 드레싱을 곁들이면 곤란하다. 콩, 옥수수, 두부, 배추, 죽순, 미나리, 참나물, 김, 미역, 토마토 등은 당뇨병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꿀, 콜라, 사이다, 껌, 쿠키, 초콜릿, 케이크 등은 당뇨병을 부추길 수 있다. 1998년 마흔다섯의 나이에 당뇨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탤런트 손창호 씨는 생전에 콜라를 하루 10병 이상 마셨다고 한다.

단백질은 고기가 아닌 콩, 달걀흰자, 저지방 우유 등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육류를 섭취하려면 기름기가 없는 부위를 하루에 5~6점, 생선은 1토막, 두부는 6분의 1모가 적당하다. 가금류는 껍질을 제거한 뒤 먹고, 빵은 통밀빵과 보리빵이 좋다. 곰탕, 설렁탕에 밥을 말아 먹을 때는 국물은 조금만 마시고, 반찬은 아예 채소만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정식을 먹을 경우 젓갈류나 장아찌류를 멀리한다면 조금 양을 늘려 먹어도 괜찮다. 중국음식은 지방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단무지를 반찬으로 먹기 때문에 염분 섭취가 많아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음식을 조금만 먹고, 단무지는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 상책이다. 술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예방 차원이라면 술을 적당하게 줄이면 되지만, 일단 당뇨병 환자가 됐다면 무조건 끊거나 주량을 1~2잔으로 줄여야 한다.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을 투여하는 사람이라면 먹는 시간도 중요하다. 되도록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식사약속이 늦어진다면 예의에 좀 어긋나더라도 미리 과일이나 밥 등을 먹는 게 좋다. 각종 치료제 투여로 일어날 수 있는 저혈당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오래 투여하거나 약에 민감한 환자는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유산소운동은 최고의 혈당조절법

30~40대 당신, 20대 식습관 “Oh, No!”

식이요법과 함께 중요한 ‘치료제’가 운동이다. 운동은 심혈관계 질환 등 당뇨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당뇨병 환자에게 식이요법보다 중요한 게 바로 운동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운동이 어떤 치료제보다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심혈관계 질환, 미세혈관 질환, 고혈압 등 주로 당뇨병 환자에게 죽음을 몰고 오는 당뇨합병증을 운동이 많은 부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식이요법의 보완수단이다.

위축되기 쉬운 근력을 키울 수 있고 혈전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같은 자세로 있으면 일반인보다 다리 혈관에 혈전(피떡)이 생기기 쉽다. 만약 큰 혈전이 혈관을 따라 움직이다 폐동맥을 막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폐색전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되도록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이는 환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은 당뇨병 환자는 물론 증세가 예상되는 사람에게도 좋다. 걷기,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일주일에 3∼4회, 하루 30분 이상 1시간 미만) 등이 대표적이다. 다리 근력도 키우면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줄 수 있는 운동들이다. 혈당조절이 잘되는 환자라면 배드민턴, 테니스, 축구 같은 구기종목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괜찮다.

식이요법만 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식전과 식후 어느 때 운동을 해도 무관하지만, 경구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엔 식후 30분 정도에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전에 운동을 하면 저혈당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 또한 식후에 운동을 하면 식사로 한껏 올라간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는 혈당이 떨어진 새벽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장기간 이런 약을 투여해온 환자는 운동할 때 저혈당 증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운동 전에 비스킷, 사탕 등을 먹거나 늘 휴대해야 한다. 식간에 운동을 하려면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의 혈당강하 효과가 최소로 낮아지면서 혈당이 최대한 높아질 즈음에 하는 게 좋다. 이때 인슐린 주사 부위를 자극하는 운동은 삼간다. 하지만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등산, 수영 등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혈당이 올라간다.

따라서 혈당치가 300mg/㎗ 이상으로 올라가는 환자에게 운동은 금물이다. ‘당 오줌’(케톤)이 심하게 분비되면서 급성 신부전증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혈당치를 250mg/㎗로 떨어뜨린 후 조심스럽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당뇨합병증이 심하거나 간이 나쁜 경우, 동맥경화증을 함께 앓는 환자는 뛰거나 빨리 걷는 등의 격한 운동 또는 숨찬 운동은 피해야 한다.

당뇨병은 콜레스테롤, 나트륨과의 전쟁

당뇨병 증세가 진행되면 고지혈증과 고혈압 등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고지혈증은 당뇨병 증세로 혈액 내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평균 수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고혈압도 이때 함께 찾아온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가 넘으면 음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달걀노른자, 메추리알, 오징어, 돼지 간, 명란젓 등과 문어, 소라, 새우 등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음식은 피한다. 가공된 고기(베이컨, 소시지, 핫도그)도 마찬가지. 대신 달걀흰자, 콩, 두부, 생선 등과 잡곡, 콩류 등을 섭취한다. 술은 종류에 관계없이 2잔 이내로 제한한다.
고혈압을 막으려면 필히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섭취를 낮춰야 한다. 하루 섭취량을 5~10g으로 맞춘다. 조개, 새우, 게 등은 소금이 많이 든 식품. 식사를 하는 도중에 간장이나 소금을 더 넣는 습관도 좋지 않다. 대신 식초나 레몬을 이용한다. 스포츠 음료도 나트륨이 들어 있어 경계 대상이며, 생선은 조림보다 구이로 먹는 게 좋다.




주간동아 2009.09.08 702호 (p37~39)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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