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2

2009.09.08

맑고 슬픈 동화 속에 숨겨진 돈의 비밀

연극 ‘나쁜 자석’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09-02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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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고 슬픈 동화 속에 숨겨진 돈의 비밀
    관객을 몰입시키려면 극의 초반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 관건은 뭔가 특별한 결론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연극 ‘나쁜 자석’은 독특한 분위기로 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비주얼을 통해 여운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음울한 동화를 읽을 때처럼 맑으면서도 슬픈 감성에 젖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요한 테마는 극중 원석이 지은 동화 속에 숨겨져 있다. 원석은 모든 의문스러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며, 그가 남긴 동화들은 수수께끼와 같은 구실을 한다. ‘나쁜 자석’도 원석의 동화 제목으로, 원석이라는 인물 자체를 상징한다.

    극은 ‘의문의 사건이 있었던 당시’로부터 10년 후에 세 명의 친구들인 민호, 은철, 봉구가 고향에서 모임을 가지며 시작된다. 은철은 원석이 남긴 동화들을 자신이 세계시장에 출판하게 됐다며, 큰 액수의 돈을 나눠갖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민호는 유독 원석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며 이 상황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이유는 원석과 민호의 관계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는데,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채’ 여운을 남긴다.

    스타일을 잘 살린 것에 비해 스토리의 전달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극 말미에 과거, 현재, 극중극의 연관관계가 하나의 의미로 꿰어지는 면이 약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짜임새는 좋으나 복선과 암시, 강조 등을 통해 주제를 명확히 하면 더욱 밀도 높은 감동을 전해줄 듯하다. 또한 서브플롯이 메인플롯과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관계를 맺으며 극에 깊이를 더해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연출적인 장치를 통해 신비스럽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준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원석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극중극 및 폐교 장면에서는 인형극과 맑은 음색의 음악을 동시에 사용해 극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성인의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들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율은 어딘지 모르게 ‘똘끼’ 있는 원석의 역할에 잘 어울렸다. 민호 역의 정동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보여줬다. 악어극장에서 9월까지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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