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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대상이 학생이면 무조건 학원이다?

청학동 서당 ‘학원’ 판결 논란

대상이 학생이면 무조건 학원이다?

대상이 학생이면 무조건 학원이다?

경남 하동군 청학동 서당 어린이들이 옛 선비가 입었던 도포와 유건을 착용하고 지필묵 대신 태블릿 PC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청학동 IT 과거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KT]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학원이 발달한 곳이 또 있을까. 일반인이 대체로 생각하는 학원의 개념은 각종 시험에 대비하고 자격증 획득을 도와주는 등 학교 공부의 보완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그로부터 대가를 받아 영업행위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학원이 학교 교육을 압도한 지 오래다. 주객이 전도된 셈. 유독 우리나라에서 학원 관련 규제가 엄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까지 따로 있다.

최근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관할 기관에 학원 등록을 하지 않고 서당을 운영해 학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46)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항소부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4도13280 판결).

2004년부터 경남 하동군 청학동에서 ‘풍교헌’이라는 서당을 운영해온 강씨는 한 달에 인당 10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받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20여 명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명심보감(明心寶鑑)’ ‘사자소학(四字小學)’ 등 한문을 교육하고 이따금 방과 후 숙제를 지도하거나 시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영어 또는 수학을 가르쳤다.

현행 학원법은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학원을 운영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결국 ‘풍교헌’을 등록 대상인 학원이라고 본 것이다. 1심과 2심은 “예절교육을 위해 부수적으로 한자를 가르친 것만으로는 ‘학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강씨에게 무죄를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생을 상대로 지식·기술·예능 등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그 내용이 학교 교과과정이 아니더라도 모두 학원에 해당한다”면서 “강씨가 운영하는 서당도 학원법에 따른 등록 대상”이라고 했다.

2011년 7월 25일 법률 제10916호로 개정되기 전 학원법은 학원 범위를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을 교습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하지만 학원법이 개정되면서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을 교습하거나 다음 각 목의 사람을 대상으로 교습하는 학원’으로 변경했고, 그 대상을 규정하면서 다목에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무엇을 가르치든 그 대상이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무조건 등록 대상인 학원이 되는 셈. 실제 개정 학원법과 대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30일 이상 가르치기만 하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학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따라서 유학을 가르치는 서당, 불법(佛法)을 가르치는 템플스테이 등도 그 대상이 초중고교 학생이라면 학원 등록 대상이 된다.

문제는 학원 개념을 확대해 그 적용 범위를 많이 넓혔음에도 2011년 학원법 개정안에 개정 이유를 설명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 학원법을 최초 제정한 것은 사교육이 이뤄지는 학원이라도 최소한의 규율을 둬 과도한 교육, 초호화 시설, 보건위해 요소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개정 학원법은 가르치는 내용의 범위를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상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초중고교 학생은 앞으로 30일 이상 종교체험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법을 다시 손볼 때가 됐다.






주간동아 2017.03.29 1081호 (p34~34)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khr@lawc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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