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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대물림 끊기 사교육, 반드시 잡는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특별기고

가난 대물림 끊기 사교육, 반드시 잡는다

가난 대물림 끊기 사교육, 반드시 잡는다

경기도 일산 주엽역인근 학원가에서 학원버스들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자 실로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1960년대에는 중학교 무시험 입학정책을 도입했고, 70년대에는 고교평준화를 시행했다. 80년대에는 대학졸업 정원제 실시와 함께 모든 과외교습 활동을 법률로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 늘었고, 이제는 한계점에 이른 상태다.

입학사정관제·학교정보공시제 도입

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사교육 문제의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차원에서도 다각도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가 대입제도 개혁이다. 그동안 대입제도가 수십 번 바뀌었지만 사교육 유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개혁안이 바로 입학사정관제다. 입학사정관제는 점수를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보고 선발한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게 아닌, 전문 입학사정관이 특정 분야에 대한 재능과 열정, 창의성, 인성 등을 보고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사람’ 중심의 선발제도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점수에만 연연하지 않고, 학교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고 활동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 점수가 선발기준이 될 때는 학원이 학교보다 우위에 설 수 있지만, 다양한 소질과 잠재력이 선발기준이 된다면 학교 교육의 중요성과 비중이 훨씬 커지게 된다. 입학사정관제가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이 제도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입학사정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원적인 조치로, 학업성취도평가와 학교정보공시제다.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평가와 정보공시제는 학교 전체가 자극받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학교 발전의 모체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있다. 평가 없이는 노력에 대한 동기 부여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누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아내기 어렵다.

학교별로 뒤처지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가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학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뒤따른다. 뒤처지는 곳은 확실히 지원하고 잘하는 곳은 격려해 학력 전반을 상향 평준화하자. 이것이 바로 평가와 공시의 목적이다. 흔히들 일제고사니 서열화니 하며 반대하지만, 실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세 번째는 특목고 등 이른바 일류고 진학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하고 좋은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간 외국어고, 과학고 등 소수 특목고에 학생들이 몰리는 병목현상이 있었으며 이들 학교에 대한 진학 경쟁이 사교육 유발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150개의 기숙형고,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 50개의 마이스터고를 만드는 한편, 이를 시작으로 고교 전반이 각자의 특성과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소수의 일류고 진학을 위한 경쟁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네 번째, 정부는 사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어교육의 기본 체제를 바꿔나가고 있다. 학창시절 내내 영어교육을 받고도 외국인을 만났을 때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생활과 괴리된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영어교육을 말하기와 쓰기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영어회화 전용강사를 투입하며, 해외교포 자녀를 초빙해 농·산·어촌 방과후 학교 영어강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에서 필답 위주의 영어시험을 제외하고 영어능력자격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실용영어 중심의 교육체계가 안착되면 사교육의 감소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불법학원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공교육 정상화만으로는 시간적인 지체가 있기 때문이며, 정치권과 학부모의 공통된 요구이기도 하다.

학원단속 강화는 학원을 불법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운영시간, 수강료 징수, 개인과외 교습 등 법규에 규정된 사항을 위반하는 학원을 대상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학원 운영의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당·정·청 갈등 “확실히 정리됐다”

또한 학원의 심야교습 단속과 관련해 당·정·청 간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지금은 한편으로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한편으론 불법 학원을 단속하는 것으로 입장이 확실히 정리됐다. 과거 정부에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교육문제 해결에 대한 장기적이고 충분한 준비가 없었고, 따라서 근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때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고, 인수위원회 때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정부 출범과 함께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 정보공시제, 영어공교육 강화, 고교 다양화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해왔는데, 지금은 많은 정책이 제도화해 현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제도가 안착되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는 사교육 경감의 효과를 체감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과 학교 현장의 협조, 여기에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모아진다면 사교육은 반드시 줄여나갈 수 있다.

가난 대물림 끊기 사교육, 반드시 잡는다
● 대구 청구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한나라당)


●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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