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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디지털 놀거리야, 도시 갤러리야?

‘IT + ART’ 강남대로에 22개의 ‘미디어폴’ 등장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디지털 놀거리야, 도시 갤러리야?

디지털 놀거리야, 도시 갤러리야?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에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폴’. 디지털 갤러리 및 정보 제공, 오락의 기능을 동시에 갖췄다.

서울 강남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이재원(33·엔지니어) 씨는 최근 강남대로 버스정류장 근처에 세워진 12m 높이의 ‘설치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 시절 ‘앞으로 20년 후 모습을 상상하라’는 글짓기 숙제에 ‘정류장에서 지루하게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쓴 일이 떠올랐기 때문. 당시 이씨가 생각한 ‘장난감’과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강남대로에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놀거리’가 생겨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강남역에서 교보생명 사거리까지 약 760m의 도로변에 30m 간격으로 설치된 22개의 ‘미디어폴(media-pole)’은 영상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최첨단 LED, LCD 영상패널과 터치스크린 기반의 키오스크 기능이 더해진 막대형 설치물.

강남구가 서울디자인거리 조성 산업의 일환으로 기획, 설치한 ‘미디어폴’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영상패널을 통한 디지털아트 전시회다. 새로운 형태의 ‘도시 갤러리’를 통해 시민들이 공공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전시기획을 맡은 최흥철 큐레이터는 “최근의 미디어아트 트렌드는 건축과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미디어 아키텍처’”라며 “도시 공간과 결합한 미디어 아트는 상징적인 조형물의 형태를 띤 도시 전광판 등의 형태로 뉴욕 도쿄 상하이 런던 등 세계 주요 대도시의 중심부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와 라스베이거스, 독일 뮌헨 등에서는 미디어 아트와 IT(정보기술)를 결합한 설치물들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키오스크는 교통 및 지역정보 검색기능과 함께 내장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e메일로 전송하는 포토메일 기능, 영화정보 제공, 방명록 기능 등을 갖췄다. ‘미디어폴’의 콘텐츠 구축과 총괄기획을 맡은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손정호 차장은 “특정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디자인’을 표방한다”며 “미디어 아트와 키오스크 등의 기능을 다양하게 통합한 ‘미디어폴’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폴이 길이 12m, 폭 1.4m로 좁고 긴 형태를 갖게 된 것은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콘셉트 중 하나가 ‘비움’이기 때문. 손 차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각종 기능을 집약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선진 IT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IT 강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알리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운영 시간의 50%는 미디어아트 전시로 꾸며질 예정.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공공 정보서비스(20%)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민간기업 광고(30%)도 실리게 된다. 손 차장은 “기존 광고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라 낯설어했던 광고주들이 점차 차별화한 광고 형태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측은 7월 말부터 ‘미디어폴’을 통해 ‘도시의 메아리(urban echo)’를 주제로 한 릴릴(강소영), 이종석, 진시영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기로 했다. 앞으로는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은 물론, 미디어아트 관련 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도 선보이는 등 작가와 대중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폴’은 시험운영 기간에 일부 키오스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광고패널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차장은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디어 아트전을 필두로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76~77)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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