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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바다에서 돈을 캐다 08

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남해안 관광 허브를 넘어 세계로 도약 … 2012년 세계박람회가 디딤돌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소호요트장에서 바라본 여수 가막만 바다.

여수는 항구였다 아~ 철썩철썩 파도치는 남쪽의 항구
어버이 혼이 우는 빈터에 서서
옛날을 불러봐도 옛날을 불러봐도
재만 남은 이 거리에 부슬부슬 궂은비만 내리네

“손님, 이 노래를 아시는가요? 절믄께로 모르시겄죠잉. 요 노래가 여수 브루스란 것인디, 이제는 가사를 싹 바꿔부러야 해요.”

7월2일 오전 여수공항에서 여수시청으로 향하는 택시 안. 언젠가 들은 듯한 옛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운전기사는 이렇게 한마디 툭 던진다. 1948년 여수·순천사건을 주제로 한 ‘여수 브루스’(강석오 작사/ 박시춘 작곡)의 한 소절인데, 가사가 구슬프기 짝이 없다. 여수는 그처럼 불운한 과거사를 지닌 삭막한 항구도시였다.

“여수가 겁나게 커버릴 겁니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수는 새로운 가사의 ‘여수 브루스’라도 만들어야 할 만큼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과 호국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해양관광, 레저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것. 전국 3171개 섬 중 10%에 이르는 300여 개의 아름다운 섬이 여수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양관광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여기에 판소리, 음식 등 남도 전통문화와 향일암, 흥국사 같은 유적지들이 여수의 자연친화적 조건을 더욱 빛나게 한다.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여수는 관광 및 레저산업에서의 미래 성장거점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12일부터 3개월간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데 세계 100여 개 국가, 5개 국제기구,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하고 800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이벤트.

“여수가 겁나게 커버릴 겁니다. 시방도 꿈틀꿈틀하고 있당께요.”

여수항 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주변 상인들은 세계박람회를 통한 여수의 발전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전문가들도 여수지역의 자연환경 및 문화요소가 새로이 들어설 휴양, 연구, 행정기능의 사회간접자본과 어우러져 국제 수준의 해양관광 콘텐츠와 결합할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여수시는 관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15명의 교수를 초빙해 ‘여수시 관광자문교수단’을 꾸렸다. 여수세계박람회를 지구촌 축제로 성공시키기 위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관광자원을 발굴할 계획.

정부 또한 여수에 관심이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남해안 선벨트(Sun Belt) 사업의 중심에 여수가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 다도해 개발과 연계해 여수에 세계 수준의 해양관광레저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 여수를 선벨트 일대의 광역경제권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수시가 세운 분야별 세부계획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섬관광 활성화 사업. 여수 인근 317개의 섬(유인도 49개, 무인도 268개)이 해양관광자원 개발의 핵심이다. 섬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섬 고유의 매력은 그대로 살린다는 목표로 대규모 개발 및 건설 사업은 지양하고 콘텐츠 중심의 지역 주도형 섬을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자연환경은 물론 역사, 문화, 생태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오동도 진입도로의 야경(좌).거문도 영국군 묘지(우).

체험형·체류형 관광 기반 조성

섬 가꾸기 사업의 시작은 거문도다. 여수시 삼산면에 속하는 이 섬은 1880년대 이후 30여 년간 영국군과 일본인이 무단 점거했던 탓에 오랜 세월 무인도로 남아 있었다. 아직 영국군 무덤과 1945년 해방 직전까지 거주하던 일본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수시는 이런 아픈 역사를 오히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심산이다. 이 일대를 ‘역사·문화의 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영국군 묘지 공원화, 인어해양공원, 여객선 터미널 등 관광 기반시설 정비는 이미 끝난 상태다.

영국군 묘지의 주인은 1885년 4월~1887년 3월 이곳에서 익사, 병사, 총기 사고 등으로 숨진 9명의 수병으로, 현재는 2기만 남아 있다.

전남도청 관광정책과 최청산 주무관은 “지역의 전설과 영국군 유적 관련 스토리텔링 발굴 등 역사·문화적 이미지를 관광자원화할 것”이라면서 “민자 유치를 통해 관광호텔과 콘도 등을 조성, 좀더 많은 관광객이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0실 규모의 관광호텔은 내년 10월 완공된다. 현재는 3개 여행사가 매월 15회 거문도·백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백꽃, 진달래꽃, 선모초가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던 하화도는 꽃과 나무를 테마로 한 ‘녹색의 섬’으로 조성된다. 6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12년까지 산책로 주변과 주요 해상조망지에 동백, 철쭉, 진달래 같은 수목은 물론 선모초, 원추리, 감국 등을 심어 야생화단지로 만든다. 전남도는 휴경지에 유채 등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꽃을 심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주민의 새로운 소득원도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육지와 가까운 여수시 경호동 경도 일대에는 호텔, 골프장(27홀), 수산물직판장, 시푸드센터, 낚시 테마파크 등이 혼합된 멀티해양관광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은 5월 여수박람회 지원시설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에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생태의 섬’으로 조성되는 사도와 낭도의 개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천상의 선녀들이 먹는 과일이라는 천선과(天仙果·뽕나뭇과 식물)와 모람나무, 참나리, 보리수나무 등 몸에 좋은 식물이 섬 전체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도 돌담 정비와 야생화단지 조성은 지난해 11월 완료됐고, 오는 9월까지 진입로와 선착장 등 관광 기반시설 사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내륙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레저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 크루즈로 야간 경관과 각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관광지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 유동 인구가 많은 오동도 일대의 여수 신항이 그 중심으로, 관광객이 배에 머물면서 바다 곳곳을 경험할 수 있는 콘셉트다.

여수뿐 아니라 부산, 인천 연안 및 한·중·일 국제 크루즈 관광상품과도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이다. 이곳은 여수공항과 가까울 뿐 아니라, 세계박람회 개최지 안에도 들어가 있어 기대 이상의 결실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신항 주변에는 오션타워와 아쿠아리움으로 구성된 복합공간 ‘빅 오션(Big Ocean)’, 그리고 부산-목포 간 리아스식 해안을 1000분의 1로 축소한 ‘다도해공원’이 들어설 예정. 입국절차 간소화 등 관광 여건의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여수-제주 크루즈 운항도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수 신항이 본래의 무역항 기능을 포기하고 관광 및 레저항으로 전환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수 시의회 관계자는 “무역항(지원 항만)의 기능을 잃는 여수 신항을 대체할 접안시설 축조, 여수공항의 활주로 확장 및 철도 교통망 개선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위기만 띄워놓고 알맹이는 못 챙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계 터전을 잃게 될 수도 있는 항만노조원의 처우 문제도 고민거리.

한편 ‘마이 요트 시대’에 발맞춘 요트 기반시설 확충도 체류형 관광기반 조성을 위한 주요 사업이다. 여수시는 남해안 지역에서 운영 중인 마리나 시설들과 연계한 요트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요트관광 활성화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5월 오동도, 신항 일대에서 열린 여수 국제범선축제와 거북선 대축제에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든 바 있다. 전남도는 지난 5월 제주도와 국제요트대회를 함께 유치해 두 지역이 번갈아 개최하기로 했다.

인터뷰/ 오현섭 여수시장

“지중해형 해양관광레저 도시로 거듭날 것”


너희가 황홀한 매력 ‘여수’ 를 아느냐
2012년 여수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클 텐데.
“일자리 창출 8만명, 생산 유발효과 12조3000억원, 부가가치 창출액 5조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올림픽 3배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해양관광수도를 꿈꾸는 여수로서는 관광 비전을 완성할 가장 강력한 모멘텀이다.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여수는 남해안의 중핵 도시, 남해안 관광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다.”
특히 테마별 섬 개발계획이 돋보인다.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큰 틀에서 테마섬 개발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여수시가 추구하는 관광모델은 지중해형 해양관광레저도시 건설이다.”
관광특구 개발사업도 한창인데.
“여수시 소호동 오션리조트특구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7월 말 128실의 콘도와 3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워터파크를 개장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다. 여수시 봉계동 산 187번지 일원 116만3458㎡ 부지에도 시티파크 리조트를 중심으로 하는 특구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900억원을 투자해 60실 규모의 특급관광호텔과 18홀 대중 골프장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인 화양지구는 1조5000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관광호텔, 콘도, 골프장, 해수 스파월드를 갖춘 국제적인 해양관광단지를 1·2단계로 나눠 개발한다. 먼저 1단계로 골프아일랜드지구가 착공됐다. 이 밖에도 여수시 소라면 복산지구에 전통한옥 호텔, 컨벤션센터, 해수풀장 등이 들어서고 돌산읍 굴전지구에는 해양 테마 펜션, 커뮤니티센터, 스파시설이 들어선다.”
크루즈 레저상품 육성과 요트 관광 활성화는 어느 수준에 와 있나.
“2월 ‘마리나 시설 종합계획’을 수립해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는 등 해양레포츠 도시 조성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토해양부 역시 350억원을 투자해 8만t급 규모의 크루즈선 접안시설은 물론, 국제여객과 연안여객 부두도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부터 박람회장까지의 항로와 남해안 섬 관광 정기항로를 신설하거나 기존 항로를 정비해 섬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인데, 이것이 실현되면 1시간 이내에 인접 시군을 아우르는 해상관광이 가능해진다.”




주간동아 2009.07.21 695호 (p44~46)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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