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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어른, 남자, 그를 위한 선물

  • 김민경 holden@donga.com

어른, 남자, 그를 위한 선물

어른, 남자, 그를 위한 선물

면도기 남자 모델의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수염이 빨리 자라고, 목선이 아름다우며, 무심한 눈빛에 아담스 애플이 섹시한 그런 남자가 아닐까요? 면도기 모델 같은 남성에게 불타는 애정을 표시하고 싶다면 빨간색 캡슐커피 머신을 선물하세요. 거의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전문직 남성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선물 아이템이죠. 아래의 캡슐커피를 기계 안에 넣으면 풍부한 향과 맛의 에스프레소가 나옵니다. 면도기는 필립스, 캡슐커피 머신은 네스프레소 제품입니다.

제 쇼핑 목록은 극도의 여성 편향성을 보입니다. 옷은 물론이고 구두, 가방, 액세서리 같은 패션 영역에서부터 손님 대부분이 여성인 떡볶이집의 점심 메뉴들과 아이스크림, 꼬깔콘, 빼빼로, 다이어트 코크 같은 간식, 달콤한 향과 마술 같은 기능을 자랑하는 화장품까지, 여성을 위해 생산했고 대부분은 여성이 소비하는 아이템들을 쇼핑하고 있죠. 남성 영역을 흘끔거리게 된 것은 최근 들어서입니다. 아쿠아 디 파르마나 딥티크처럼 중성적인 향수들, 커다란 폴 스미스의 브리프케이스, 날씬한 호간 스니커즈, 솔리드한 남성용 티셔츠, 손목을 묵직하게 하는 커다란 태그호이어 시계, 예전의 여성들이 종종 거부감을 보였던 남도 지방의 별식류-주로 술안주 등을 보면 나도 모르게 침을 흘리는 거예요.

눈치채셨듯이 이런 쇼핑 목록이 남성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for man’(혹은 homme)이라는 라벨이 붙은 남성 아이템들이 부드러워지고 컬러풀하게 진화한 데 비해, 여성 아이템들을 꾸미는 수공예적 장식과 부잣집 막내딸처럼 철철 넘치는 애교가 제 눈엔 과도해 보여서 남성 아이템을 사는 것이죠.

그래서 드물게, 나 아닌 남성에게 줄 선물을 사려면 머리가 텅 비게 됩니다. 도대체 뭘 사야 선물을 받은 그가 집에 돌아가 거듭거듭 기쁠지,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그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지 고민하다 드디어 짜증스러워지죠. 그럼에도 가끔 남성을 위한 선물을 추천해달라는 여성들이 있어요.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을 쇼핑하면서, 남성잡지를 꼼꼼히 읽고 조언까지 구하러 다니는 그녀들은 한결같이 섬세한 감각과 아름다운 것에 대한 안목을 갖고 있어요. 선물은 다분히 받는 사람에 대한 ‘환상’과 ‘그래주길 바라’의 희망이 담겨 있기에, 그녀들의 눈빛에서 ‘내 남자는 섬세하고 섹시하며 좋은 취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읽을 수 있죠. 그런 여성들에게 제가 요즘 자신 있게 추천하는 아이템이 있으니, 캡슐커피 머신과 전기면도기입니다. 캡슐커피 머신은 얼마 전 남성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취재했을 때 많은 득표를 했거든요(그러니까 아저씨 말고 남성들). 혹시 캡슐커피가 타임캡슐에 들어가는 커피 아니냐고요? 캡슐커피는 뜨거운 물과 압력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커피 본래의 향과 맛을 보존해 담은 1회용 커피를 의미하는데, 전용의 캡슐커피 머신이 필요해요. 집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지만, 언제나 완벽한 수준으로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캡슐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카페도 늘고 있더군요. 커피머신도 다양해졌고요.

면도하는 남성의 모습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꽤 많다는 것 알고 계세요? 면도기 회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알고 있나봐요. 그러니까 면도기 광고에는 늘 남성의 날렵한 턱과 탄탄한 목선, ‘아담스 애플(Adam’s apple)’이라 부르는 후골이 등장하겠죠. 또 면도용품은 남성의 가장 은밀한 삶-욕실의 유리장 속-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에게 속옷이 그런 것처럼요. 불경기에도 남성 럭셔리 소비시장의 증가는 대세가 됐고, 각 브랜드에서는 첨단과 럭셔리, 합리적인 가격을 결합한 전기면도기를 잇따라 내놓습니다.

캡슐커피 머신이나 전기면도기는 사실 웬만한 화장품보다 비싸기 때문에, ‘혼수’와 ‘선물’을 일타쌍피로 해결하려는 여성들이 선호하더군요. 갑자기 부담스럽다고요? 세상에 ‘그냥’이란 건 없어요. 선물은 주는 사람의 의식적, 무의식적 ‘의지’를 상징한다니까요.



주간동아 2009.03.10 676호 (p82~82)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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