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2009.03.10

고부갈등, 마마보이를 애처가로 바꾼다

‘고부갈등’ 논문 통해 확인… 남성의 역할 행동 변화에 ‘집안이 편안’

  • 박소영 세명대 교수·사회복지학 nillyria@hanmail.net

    입력2009-03-04 19: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고부갈등, 마마보이를 애처가로 바꾼다
    필자가 남성들이 고부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계기는 이전 연구 주제인 ‘며느리들의 고부관계 경험’ 때문이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시어머니와의 관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 남편의 태도와 역할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결혼한 필자는 결혼 초, 남편이나 시어머니 모두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임에도 고부관계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공을 영문학에서 가족복지학으로 바꾼 것도 이러한 일을 경험한 뒤 고부관계, 부부관계를 포함한 가족관계를 증진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2008년 4월 고부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 남성 21명을 심층 면접한 자료분석 결과, 연구 참여자들에게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결혼 전과 후에 고부관계 인식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남성들은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가 좋을 것이라고 막연한 낙관론을 펼치거나 고부갈등이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고부관계가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또 이를 통해 고부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 남성들의 고부관계 역할 인식은 6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모르쇠’ 유형 : 고부갈등이 표출됐을 때 방관하는 유형. 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거나, 자신이 대응하면 할수록 상황이 악화되던 경험 때문이었다.

    ‘조율가’ 유형 : 남성이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유형. 남성의 역할 유형 중 고부갈등 상황에서 남성에게 가장 큰 주도권이 있는 경우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중재 노릇만 잘하면 갈등이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자신들을 ‘중간다리’라고 표현했다.



    ‘황희 정승’ 유형 : 주도적으로 갈등을 중재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아내 양쪽 처지를 들어주고 이해해줘 고부갈등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유형. 일단 어머니와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해서 고부갈등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애처가’ 유형 : 갈등 상황에서 아내를 지지하는 유형. 대개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해 아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큰 경우이거나 고부갈등으로 인한 부부간 마찰을 경험하면서 아내를 지지하면 갈등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경우였다.

    ‘마마보이’ 유형 : 어머니 처지에서 갈등을 해결하려 애쓴다. 어머니가 윗사람인 만큼 아내도 어른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어머니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이 아들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부장적 효 사상이 행동 저변에 깔려 있다.

    ‘벙어리 냉가슴’ 유형 : 고부갈등 상황에서 말을 아낀다. 이 유형의 남성들이 ‘모르쇠 유형’과 다른 점은, 어머니 앞에서는 모른 척하지만 아내와 둘만 있을 때는 아내의 처지에 맞장구를 쳐준다는 것이다.

    남성들의 역할 수행 유형은 변화한 경우도 많았다. 과거의 태도로는 갈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 아내가 우울증을 겪는 등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때, 고부갈등이 극단적 형태로 분출될 때 그러했다. ‘마마보이’ ‘조율가’ 유형에서 ‘황희 정승’ ‘애처가’ 유형으로 변화한 것이 공통점. 참여자들은 “이렇게 태도를 바꾼 뒤 고부관계나 부부관계가 개선됐다”고 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고부관계 증진 프로그램이 활성화하면 남성이 뿌리 깊은 고부갈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고부관계에 대한 인식 교육, 고부관계에서 남성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대학이나 사회기관을 통해 결혼 전 또는 결혼 초기에 예방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