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2009.03.10

한우를 ‘코리아 브랜드’로!

맛있고 저렴한 ‘진짜 쇠고기’ … 생산-판매망 조직화, 연계화가 해답

  • 노경상 한국축산경제연구원장·경영학 박사(축산경영학)

    입력2009-03-04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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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를 ‘코리아 브랜드’로!
    올해는 기축년(己丑年) ‘소’띠의 해다. 소 하면 한우이며, 한우와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식품 이상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갖는다. 한우는 시골 농부가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돈줄이었으며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우(役牛)였다. 그만큼 한우는 지금까지 농촌경제의 버팀목이 돼왔다. 한때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끄는 다큐영화 ‘워낭소리’ 또한 마흔 살 먹은 역우와 농부의 이야기다.

    한우의 조상인 칡소(최근 복원됐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검은색 화우(和牛)가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한우는 값이 비싼데도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쇠고기 브랜드로 정착했다.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인, 서양인도 그 맛에 매력을 느낄 만한 세계적 브랜드가 되기 위한 여정에 있다. 소의 해, 한우에 대한 인증사업과 DNA 확정 작업이 잘 마무리돼 순종 한우의 유지와 품종개량에 성공함으로써 한우를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품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때다.

    한우가 세계적 브랜드 가치를 가지려면 먼저 국내 소비자에게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아무리 시장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그 상품의 주관적 가치를 그보다 높게 인정한다면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고사(枯死)를 면할 수 없다.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우리 입맛에 맞는 맛, 저렴한 가격, 안전한 쇠고기 세 가지다. 한우에 대한 반응조사 연구 결과도 똑같이 나왔다. 한우에 대한 대표적인 반응은 ‘맛있다, 비싸다, 진짜인가’로 압축된다.

    1등급 선호 부위 60%까지 올려야 경쟁력

    먼저 소비자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한우고기는 등심, 안심, 갈비 등 이른바 선호 부위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양지, 사태 등은 잘 알지 못한다. 선호 부위의 맛은 A1+ 이상이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이런 1등급 이상 선호 부위 쇠고기가 전체의 5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세계와 경쟁하려면 이를 60%까지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우수 씨수소의 두수를 늘리고 암소 개량을 위한 DB 구축 등 개량사업을 벌여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한우농가의 철학과 인내가 필요한 대목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비선호 부위, 즉 저지방육 부분을 이용해 우리 입맛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는 일이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맛있는’ 부위는 12% 안팎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머지는 가격이 싸다. ‘잘 안 팔리는’ 부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리전문가, 식당요리사, 식당경영자, 홍보전문가, 한우경제전문가가 한데 모여 한우고기 식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요리와 식당의 분위기가 소비자를 매료시키면 식당은 대박을 터뜨리고 비선호 부위도 인기를 끌 수 있다. 필자는 한우 자조금이 바로 이런 곳에 투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한우 맛있게 먹는 법

    선홍색이 신선육 … 센 불에서 짧게 구워야


    한우를 ‘코리아 브랜드’로!
    좋은 한우를 고르고 싶다면, 그 전에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를 구분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제나 쇠고기 생산 이력 추적제를 이용하고, 좀 어렵지만 육안 식별법도 익히면 도움이 된다.

    육안으로 살필 때는 고기색부터 봐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는 검붉은 색을 띠는 반면, 한우는 선홍색을 띤다. 다음은 지방층. 미국산 쇠고기는 지방층이 두껍고 고르지 않은 반면, 한우는 가늘고 고르게 분포돼 있다. 한우의 지방층은 흰색이고 양도 적은 편이다. 지방층의 분포를 살펴볼 때 마블링(결지방)을 빼놓을 수 없다. 고기의 맛과 영양이 가장 좋은 한우의 마블링을 보면 좁쌀이나 비늘 모양의 지방이 가늘고 섬세하게 고깃결 속에 박혀 있다. 선 모양이 지나치게 분명하거나 옐로 톤이 짙은 마블링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는 살짝 언 상태에서 뼈를 발라내기 때문에 고기 표면에 뼈를 발라낸 흔적이 있고 형태가 고른 반면, 한우는 신선한 고기에서 뼈를 발라내므로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다.

    한우도 품질은 여러 가지다. 먼저 알아야 할 점은 ‘1등급’이 가장 좋은 품질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쇠고기의 육질 등급은 근내지방도, 육색, 조직감, 성숙도를 고려해 1++, 1+, 1, 2, 3의 5단계로 구분된다. 따라서 1등급은 품질구분상 중간 등급인 셈. 그리고 냉동육보다는 냉장육이 좋다. 냉동육일 때는 천천히 녹여 육즙이 최대한 덜 빠져나오게 한다.

    좋은 한우를 골랐다면 육즙을 지키는 일이 남았다. 고기를 잘라서 오래 두면 육즙이 빠지므로 덩어리 고기로 보관했다 조리 직전 자르는 것이 좋다. 또한 고기는 고깃결과 직각으로 잘라야 한다. 그래야 연하고 조리하기도 편하다. 다만 채썰기나 장조림 등을 할 때는 고깃결과 나란히 잘라야 부서지거나 오그라들지 않고 쫄깃한 육질을 느낄 수 있다.

    고기를 구울 때 익기도 전에 자주 뒤집는 것은 금물. 육즙이 다 빠져나가 고기가 퍽퍽해지고 속은 전혀 익지 않아 고유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 팬에 올려놓은 뒤 고기 위로 육즙이 배어 나오면 그때 한 번 뒤집었다가 익었을 때 먹어야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육즙과 구수한 맛의 손실을 막으려면 센 불에서 되도록 짧은 시간에 굽는 것이 좋다.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생산비용과 유통비 절감 ‘발등의 불’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많이 먹는 한우 1등급 갈비와 2008년 6~8월의 호주산 갈비를 비교하면 한우는 1kg에 3만3361원인 데 비해 호주산은 1만1035원(냉장육)으로, 우리 것이 3배 정도 비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소비자는 가격차가 2.5배 정도면 수입산보다 한우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따라서 축산농가는 2배 정도 비싼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가격 하락의 답은 생산비용과 유통비용의 절감에 있다.

    생산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료와 송아지값. 우선 송아지 가격을 낮추려면 번식우에서 송아지를 생산해 이를 키워 판매하는 일관 사육경영의 확대가 최선이다. 그러나 모든 한우농가가, 특히 대규모 농가가 일관 사육경영을 하는 데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대규모 송아지 생산기지 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간척지에 농협 중심으로 번식우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 볼 수 있다.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도 간척지 조사료 단지 조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사료자원 개발사업도 유익하다. 다만 지금과 같은 간접 지원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석유, 가스 개발 등 식량에너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유통비를 줄이려면 정부가 지난해 제정한 도축장 구조조정법에 따라 도축장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도축세 폐지가 올해 안으로 시행돼야 한다. 여기에 정부 지원이 확대돼 스스로 통폐합하려는 도축장에 되도록 많은 자금이 지원돼야 한다. 도축장은 반드시 가공시설을 병설해 부분육이 냉장 상태로 유통되게 해야 한다. 동네 정육점에서 썰어 즉석 판매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규모화한 정육점에서 포장육을 판매하는 유통 형태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수입산 쇠고기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엑셀, 몽포드 같은 다국적기업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의 곡물시장, 고기시장을 내려다보며 생산·수출 작업에 수많은 전문가를 동원한다. 따라서 농가 단위의 생산, 판매체제로는 이들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부업 규모로 하는 경우는 농가 단위로도 좋지만, 수입육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면 한우농가의 조직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우농가 협업체 구성(140개소), 시·도 단위 광역한우사업단 구성(12개소), 이들 생산조직과 연계된 축산물 가공·유통업체 육성 정책이 성공해야 한다. 여기에 생산, 유통의 연계사업을 종축, 사료, 사육, 도축, 가공, 판매로까지 확대해 ‘쇠고기’를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육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등심을 생산해 제공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경영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스펙’을 맞출 수 없다.

    한우를 ‘코리아 브랜드’로!

    한우의 조상인 칡소가 최근 복원됐다.

    이 경우 수직적 계열화로 인해 농가를 소작농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별농가 단위가 아니고 협업체, 또는 광역 한우사업단의 연계라면 그럴 우려가 없다. 미국의 ‘파이프스톤’이라는 회사가 좋은 예다. 여기에 협동조합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한우는 민간자본이 들어온 경우가 별로 없어 협동조합의 기능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렇게 연결된 각 경영체는 통일된 생산 매뉴얼을 지키고 상호간의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연결된 경영체가 갖는 이점을 잃게 되며, 특히 식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 현재 사료공장, 농장, 도축장, 수송차량, 판매점에는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이라는 위생안전장치가 정비돼 있다.

    원산지 표시제 강화해야 믿고 먹을 수 있어

    그런데 예를 들어 수송차량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식탁에서 식품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어느 한 단계에서 HACCP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다. 따라서 소비자의 반복적 구매, 브랜드 가치의 유지,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직화한 한우농가와 종축, 사료, 사육, 도축, 가공, 유통이 연계돼야 하고 각각의 생산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연결체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연결체를 통해 한우는 수입육과 차별화를 기해야 한다. 국내산 쇠고기는 지난해 ‘소 및 쇠고기 이력 추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생산·유통 전 과정의 이력 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수입 쇠고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쇠고기 전체의 이력 추적 시스템 전산화 작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누구나 한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려면 원산지 표시 위반 처벌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5000만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을 ‘1년 이상의 징역, 1000만원 이상의 벌금’으로 높이는 등 처벌 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의 솜방망이 처벌 규정 아래에선 얼마 안 되는 벌금을 물고 나서 똑같은 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다반사다. 법을 어긴 업자는 더 이상 업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고, 소비자는 위반업소를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풍토가 정착되게 해야 한다.

    한우協 인증 한우 맛집

    믿고 먹을 수 있는 전국 120여 곳 목


    한우를 ‘코리아 브랜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내산 쇠고기 = 한우’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틀린 등식이다. 국내산 쇠고기에는 한우와 육우(젖소 수소, 새끼를 낳지 않은 젖소 암소, 수입 송아지를 들여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키운 소, 외국 소와 한우를 교배한 소), 젖소(새끼를 다 낳고 더 이상 젖도 나오지 않는 늙은 소) 세 종류가 있다. 그런데 많은 음식점에서 수입산 쇠고기며, 육우와 젖소 같은 국산 쇠고기를 한우인 것처럼 판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는 2006년부터 한우를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한우판매점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www.ihanwoo.org). 2008년 12월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20여 곳이 인증을 받았다. 이 중 서울과 가까운 몇 곳을 소개한다.

    한우리 : 서울 동작구. 유통과정의 가격 거품을 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우 각 부위의 500g 가격이 모두 5만4000원. 점심시간은 뷔페식, 정육 코너에서 부위별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02-824-7710).

    한우방 : 인천 강화. 강화도 명품 ‘강화섬 약쑥 한우’로 유명. 농장에서 직접 키운 1등급 이상 한우를 정육점 가격보다 싸게 판매한다. 한우 등심 200g에 1만1000원, 한우 생갈비 200g에 1만2000원(032-933-2263).

    문수산성 : 경기도 김포. 김포 지역 한우 농민이 즐겨 찾는 곳으로 고기 맛이 일품이다. 한우를 정육점 가격으로 판다. 1++ 등급 한우 등심 600g 6만3000원, 한우 특등심 600g 4만3000원. 제공되는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다(031-997-2337).

    동가래 농장 : 강원도 횡성. 셀프형 한우식당으로 싸고 질 좋은 고기 제공이 강점. 1+ 등급 이상의 한우만 제공한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되는데, 각 부위의 가격이 대부분 100g당 1만원도 되지 않는다(033-345-8841).

    청풍호 청정한우 : 충북 제천. 금성면 한우협회 회원들이 키운 한우 암소 1등급 이상만 취급한다. 특수 부위 600g을 3만5000원의 특가로 먹을 수 있다. 약초의 고장답게 황기를 넣은 곰탕도 유명하다(043-647-9485).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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