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2009.03.10

연구개발(R&D)로 미래형 첨단농업시대 연다

다수확 절전 LED, 멸종위기 나도풍란 대량생산 등 곳곳서 눈부신 성과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3-04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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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개발(R&D)로 미래형 첨단농업시대 연다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농가 보급형 LED 광처리 장치(작은사진). 기존 백열등보다 절반 이상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농작물의 생리반응 특성까지 파악했다.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의 한 재배하우스. 3300㎡의 공간에 꽃이 만개한 풍란이 가득하다. 이곳 주인인 허민수(48) 씨는 그 귀하다는 ‘나도풍란’을 멸종위기에서 구해낸 주인공. ‘대엽풍란’으로도 불리는 나도풍란은 꽃이 아름다워 관상식물 중 가치가 가장 높은 식물로 꼽힌다. 환경부가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위해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번식을 시키기도 힘들어 하우스 재배는 그간 번번이 실패해왔다.

    그런 나도풍란을 끊임없는 연구 끝에 대량생산에 성공한 이가 바로 허씨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면서 기술을 익혔고 해외연수 등을 통해 형질전환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침내 허씨는 방사선 등을 이용해 변이체를 유도하고, 개체가 다른 풍란과의 교배에 성공하면서 새 품종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됐다. 현장의 땀방울이 이룬 결과물이자 농업 연구개발(R·D)이 거둔 쾌거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주말마다 이런 농가를 찾는다. 그가 현장에 나갈 때마다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은 ‘강한 농림수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미래 농림수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발전이고 그 근본은 R·D라는 뜻. “틈만 나면 농림수산업 연구개발에 대한 정책적 구상을 가다듬고 거기에 온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12년 R·D 기술, 세계 최고 수준

    연구개발(R&D)로 미래형 첨단농업시대 연다

    허민수 사장이 품종 개발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나도풍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 1월29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농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 보고했다. ‘농업 분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농업의 고품질,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성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골자.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농업 분야 R·D 사업 방안이었다.



    사실 농업 분야의 R·D는 농업을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능적·정책적 어젠다로 과거 정권에서도 강조돼왔다. 그 결과물이 기술혁신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투자 또는 운용 전략에 관한 정책과 사례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의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그동안 총괄조정과 평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사실. 예산 투자 및 농업 현장의 연구 수요와 신기술 개발 사례는 늘고 있으나, 이를 보급하고 활성화하는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농식품부도 이번 보고에서 “그간 R·D 정책의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산하기관 간 사업 추진이 중복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R·D 사업이 국·공립 연구기관에서 주로 기획, 집행되는 바람에 현장 실수요자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반성이다.

    이 같은 관리체계의 혼선을 막기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3월 농업정책국에 기술정책과를 신설하고 농업 R·D 분야 정책 업무 전반을 조정토록 했다. 기술정책과 김상경 서기관은 “농수산 분야 연구개발 정책의 수립, 시행 단계에서부터 농수산 과학기술 육성 관련 법 제정과 제도 운용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시행, 국내외 공동연구기반 구축 운영에까지 관여한다”며 “비효율적인 기존 체계를 하나로 묶어 사업 추진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보고서의 R·D 혁신 방안에는 R·D 성과의 객관적 평가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신설되는 농림수산식품과학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이 기존 농식품부 내 농림기술관리센터와 농업진흥청, 산림청에 분산돼 있던 R·D 사업의 투자 방향 설정, 예산 편성 및 평가 등의 업무를 통합 관리토록 한 것.

    DNA 유전정보 한우 유통과정에 도입

    이러한 개편 내용은 지난해 11월 농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육성법’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농식품부는 국회 계류 중인 이 법이 통과돼 시행되면 2012년까지 R·D를 통한 기술발전이 현재의 42~44%에서 68~82%로 향상돼 세계 최고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농식품부 총예산 대비 R·D 예산도 2008년 4.1%(6554억원)에서 2012년 7%(1조2679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R·D 분야는 세부적인 틀이 갖춰지는 과도기에 있지만, 이미 각 기관과 현장에서 이뤄낸 기술혁신 사례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1994년부터 R·D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농림기술개발사업 분야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농림기술개발사업 현황에 따르면 2007년까지 4027개 과제에 5514억원이 지원됐고, 지난해에도 400여 과제에 800억원이 투입됐다.

    최근엔 농가보급형 LED(발광 다이오드) 장치에 대한 R·D 사례가 호응을 얻었다. LED는 반도체에 전압을 가할 때 생기는 광선을 이용한 제품으로 다른 산업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장치.

    그간 농업재배 현장에선 형광등이나 백열등 같은 전구가 이용됐는데, 광전환 효율이 낮고 전력 소모량이 많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대안이 광효율 높은 LED였다. 지난해 특허출원한 이 장치는 농가보급형으로는 세계 최초. 농촌진흥청은 2월 ‘농가보급형 LED 광처리 장치’를 광(光)응용기 전문업체인 비엘텍에 기술 이전했다. 비엘텍 홍수열 대표는 “기존 농가에선 2.5㎡당 1개씩 백열등을 설치할 경우 495㎡를 기준으로 하루 60~100W의 전력이 소모됐는데, LED를 이용하면 10W 미만으로 줄일 수 있어 막대한 에너지 절감효과를 낸다”고 했다.

    7가지 형태, 35가지 강도로 조정 가능한 이 장치는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농작물의 생리반응 특성까지 파악하는 수확도 얻었다. 예를 들어 자웅동주(雌雄同住) 과일인 참외는 LED로 파장이 긴 초적색 빛을 특정 시간대에 쬐어주면 암수가 재빠르게 바뀌며 많은 과일이 열리는 특성이 발견됐다. 또한 낮에 잘 자라는 딸기는 자정부터 1시간만 LED 적색 빛을 쬐어주면 주변 환경을 낮으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따라서 새벽에도 성장을 계속하게 해 굵은 딸기를 수확할 수 있게 된 것. LED 장치는 기술이전 단계를 거쳐 현재 실용화 연구에 들어가 있다.

    이 밖에 인천 강화군에서 자생하는 쑥(사자발쑥)의 향균효과를 이용해 천연방부제를 개발하고, 버섯 중 베타글루칸(세포조직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세포 증식과 재발을 억제하는 성분)을 함유한 꽃송이버섯 대량 인공재배에 성공한 것, 소의 생산이력 및 DNA 유전정보가 담긴 정보통신망을 한우 유통과정에 도입한 연구성과도 R·D 투자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농식품부는 R·D 관련 기술과제를 지원하기 위해 1월 2009년도 농림기술개발 사업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채소 종자의 바이러스 무독화기술 개발 같은 신품종 분야와 전통 발효식품의 기능성 표준화 연구 등 연구개발 분야에 434억원의 연구비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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