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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北 도발 액션에 왜 부화뇌동 하나”

국방硏 백승주 연구실장 “상황 악화시켜 놓고 우리에게 덤터기 씌우는 중”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北 도발 액션에 왜 부화뇌동 하나”

현재의 남북관계만큼 진지했다. 깍지를 끼며, 때론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면서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48·사진) 국방정책연구실장은 인터뷰 내내 조목조목 남북관계를 풀어냈다. 가끔 날짜가 명확하지 않으면 수첩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1m 앞에서도 보이지 않을 만큼(기자가 고개를 내밀어야 확인할 수 있었다) 깨알 같은 글씨가 적힌 수첩에는 6자회담, 외신 보도, 한국 측 성명 발표 내용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北 도발 액션에 왜 부화뇌동 하나”
백 실장은 지난 4월 자신의 ‘김정일 이후 북한의 후계체제 성격과 대외정책 방향 전망’ 논문에서 김정일 생존을 전제로 한 북한의 권력승계 가능성을 점쳤다. 승계 후보 중에는 김정남(김정일의 장남)-장성택(매제) 체제가 지목됐다. 당시 대다수 학자들이 김정일 사후에야 권력승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할 때였다.

전망은 적중했고 권력승계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차남 김정철을 밀고 있는 이제강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게 김정남으로 후계자 일원화를 요구했다가 거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개성공단 출입제한 다중 메시지”

이 논문은 미국 국무부의 공개자료센터(Open Source Center) 사이트에 게재돼 45일간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백 실장은 11월19일 삼성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사장단협의회에서 ‘오바마 이후 대북정책 변화와 북한 정세’ 주제로 강의하기도 했다. 그에게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사실이다.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북측이 스스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나서 그 이유를 이명박(MB) 정부의 대결적 대북 태도, 약속 불이행, 민간단체의 전단(삐라) 살포를 거론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도 북측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한다.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김대중(DJ) 정부 때도 북측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해에서 군사도발을 했다. DJ정부의 잘못된 (대북) 포지션 때문에 축제(월드컵)에 대포로 선물한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노 정부의 잘못된 포지션 때문에 핵실험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나? 우리 정부의 대북 포지션과 관련 없이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습관적 도발을 해왔다. 도발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부에 덤터기 씌우는 것이다. 삐라로 개성공단 폐쇄 운운하는데 이전 정부 때도 삐라를 뿌렸다. 미국과 ‘맞장 뜨는’ 북한 당국이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남측 민간단체와 대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안쓰럽다. 민간단체의 행동을 핑계 삼아 개성공단을 인질로 삼는 것은 북측의 잘못이다.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 출입도 제한했다.

“몇 가지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 외부 긴장을 조성해 내부 결속을 기대한 것이다. 남측 기업에 종사하는 북측 노동자들을 사상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이다. 둘째, MB 정부의 입지를 약화시켜 남북관계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세계적 경제위기로 MB 정부는 경제위기의 포괄적 책임 때문에 시련을 겪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가 장기화하면 MB 정부가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한다. 남한 내의 남남갈등, 정치권 분열을 노리는 심리전 목적도 있다. 셋째, 미국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기대다. 금융위기로 미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

-삐라 살포 문제와 DJ의 대북 발언 등으로 최근 반북·진보 단체 간 남남갈등이 조성되고 있는데.

“DJ는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라면 대단히 잘못됐다. 어떤 정치지도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만들려 하겠는가. DJ는 정부를 비판할 게 아니라 북측의 잘못된 행동을 준엄하게 질책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정부에 쓴소리하는 용기로,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이를 무너뜨리는 북측을 정면 비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삐라 문제에 예민한 것은 내부 우환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 와병 중인 지도자의 신임을 얻기 위한 군부의 충성경쟁 측면도 있다. ”

-김정일 이후 북한 후계구도 관련 논문이 세계적 이슈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측 지도자 외에는 북측 후계구도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농담 삼아 얘기해왔다. 이젠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김정일 자신도 후계문제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후계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뜻이다. 그 뜻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당·정·군에 누가 가장 강력한 권력기반을 갖고 있느냐는 문제를 따져야 한다. 현재로선 장성택 행정부장이 가장 앞선다. 혈통 중 장남인 김정남과 장성택의 정치적 결합체제가 권력승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처럼 지도자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北 도발 액션에 왜 부화뇌동 하나”

북한의 군사분계선 봉쇄를 앞둔 11월28일 도라산 출입국 사무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개성공단 버스.(왼쪽) 12월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북한에 전단을 보내려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오른쪽)가 전단 살포를 막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핵과 인권문제 거칠게 압박”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확정됐다. 한반도 정책 변화를 예상한다면?

“클린턴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다시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국무장관 힐러리, 국무부 정책검토팀장 웬디 셔먼, G-20회의의 오바마 당선인 대리인이었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은 북한 측에‘경제적으로 보상하고 핵폐기를 보장받는 방식’을 시험 적용했던 경험이 있다. 고위급 직접대화도 했다. 이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한 사실을 고려하면 새 안보팀은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거칠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도 확인했다.”

-‘최근에도 확인했다’고?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당선인 측 한반도 팀장인 프랭크 자누치 씨를 만났다. 자누치 팀장은 북한을 다루는 방식에서 6자회담 이외에 직접대화 방식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오바마 당선인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오바마 측은 북핵문제뿐 아니라 북한 인권문제, 삶의 수준 문제도 관심이 많았다.”

-6자 회담의 유용성도 인정하고 있나.

“그렇다. 북핵 6자회담은 북한 핵무기 폐기 결심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차선책으로 불능화 단계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6자회담 진행의 역사적 부수입을 잘 챙겨야 한다. 6자회담을 통해 참여국은 한반도 분단의 원인과 경과를 알게 됐다. 남북의 체제경쟁의 성패도 알게 됐다고 본다. 이를 자산 삼아 한반도 평화, 통합에 필요한 국제적 협력을 형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12월2일 통일연구원 학술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은 북핵 폐기보다는 확산 방지를 약속하고 핵보유 문제는 애매성을 유지한 채 진행되는 ‘파키스탄식 해결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북한 스스로 핵폐기를 결심할 가능성은 낮다. 북한 지도자는 핵을 보유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폐기보다 핵확산 방지에 사활적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26개월 지났다.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을 했고, 미국은 2003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면서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은 ‘파키스탄식’으로 핵문제가 해결되길 원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공약의 틀 속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성 사장단도 북한 정세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북한 정세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나보다 바쁜 분들이라 정리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웃음) 그런 점을 고려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분한의 분야별 정세를 요약 설명했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인은 한반도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분단국 기업인들은 기업이익 문제뿐 아니라 분단 극복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2008.12.16 665호 (p24~25)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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