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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MB도 햇볕정책 인정, 단지 업데이트했을 뿐”

남주홍 前 통일부장관 내정자 … “북한의 통미봉남 쉽게 성사 안 될 것”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MB도 햇볕정책 인정, 단지 업데이트했을 뿐”

“MB도 햇볕정책 인정, 단지 업데이트했을 뿐”
남주홍(56)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개월여 간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전국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떠돌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에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의 이중국적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당시 남 교수를 무엇보다 힘들게 한 것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붕괴’ 위기에 처한 가족이었다. 대학교수인 부인이 자살을 시도하는가 하면, 딸은 귀국한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가 통일부 장관직을 자진 사퇴한 이유도 결국 가족 때문이었다. 부인은 지금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남 교수는 그 이후로 언론기피증이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 외교안보자문단의 좌장 격이자, 현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남 교수는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말을 아껴왔다.

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현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지목한다. 과연 이 ‘구상’의 주역인 남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진단할지,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방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했다.

금강산관광 전면 중단에 이어 개성관광 중단, 급기야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가 내려진 12월1일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지금도 언론에 대한 불만이 컸다.



“처가가 보유하던 농지를 수용당하면서 그 보상금으로 다른 시골 땅을 샀는데, 그것을 부동산 투기라고 하다니 참…. 아이들의 이중국적 문제도 그렇다. 미국 클리블랜드 공대를 나온 아들은 학자금 때문에 영주권을 받았지만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돌아와 지금 통역장교로 복무 중이다. 내가 하버드대 유학 때 태어난 딸은 처음부터 미국 시민권자였다. 본인이 미국에서 살겠다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초등학교만 빼고 모든 교육을 미국에서 받았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이중국적인가.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 말도 못한다.”

그는 답답했던 속내를 한참 토로한 뒤에야 비로소 최근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도 채 되지 않아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됐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인의 70%가 북한 내부에 있다.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이다.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선이 생긴 상태다. 지휘명령 통신체계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김정일 시대가 끝났다는 좌절감과 이러다 남조선에 밀리는 것 아닌가라는 강박관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김일성은 ‘내부 사정이 긴장하면 남한에 큰소리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가 긴장국면을 맞으면 반드시 대남관계가 경직된다.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비핵개방 3000은 현실적인 실용정책”

두 번째, 병영국가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가 왔다. 그동안 뒤에서 통제하고 조정하던 군부가 전면에 안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을 개성공단에서 나가라고 한 것도 군부다. 이러면 체제 균열이 온다.

세 번째, 북한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국가 경영의 한계에 봉착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남쪽에서 불어오는 자유의 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 이득보다 정치적 위험을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 됐다.

결국 이 세 가지 원인이 맞물려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나머지 30%는 주변 국가들의 정세와 남한 정부의 태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B도 햇볕정책 인정, 단지 업데이트했을 뿐”

올해 2월18일 대통령직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초대 통일부장관 내정자로 소개받은 남주홍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햇볕정책’을 부정하고 북한을 자극해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는데….

“안 싸우고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햇볕정책인데 그것을 왜 반대하겠는가. 그 정신은 옳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같다. 단,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북한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됐다. 핵실험을 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지원한 식량은 다 어디로 사라졌고, 탈북자는 왜 더 늘어났나.”

-과거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겠다는 의미 아닌가.

“올해 초 예비내각 첫 국무회의 때 그런 말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고 했다. 역사를 어떻게 잃어버리나. 역사는 흐르는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정책이 우리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노력 자체를 폄하할 수는 없다. 대신 값비싼 대가를 치른 지난날의 경험을 반성하고 내실을 기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이명박 정부는 강경해진 것이 아니다. 햇볕정책을 현 수준에 맞게 업데이트한 것이다. 금강산에서 국민이 총격을 당했는데 과거와 똑같이 관광을 하자는 말인가.”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나.

“대북정책은 이원적이어야 한다. 통일 개념의 대북정책과 안보 개념의 대북정책이다. 이건 선택의 개념이 아니라 균형의 개념이다. 지난 10년간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지나쳤다. 안보를 너무 소홀히 한 것이다. 북한 핵과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의 가치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미동맹도 마찬가지다. 자주국방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정권은 자주국방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그래서 한미공조에 문제가 생겼다.”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6·15 공동선언에는 안보문제가 완전히 빠져 있다. 통일 논의만 했다. 10·4 공동선언도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언급했을 뿐이고, 나머지 조항은 모두 북한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10·4 공동선언의 대전제는 북한 개방이다. 북한이 개방을 안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원산 철도창, 남포 항구, 해주 공단이 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개성공단도 제대로 개방하지 않겠다는데, 야당은 무슨 수로 10·4 공동선언을 지키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에 앞으로 몇십 조원이 들어갈지 모르는데,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10·4 공동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재정 능력을 고려해 북한과 대화, 협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 대통령이 먼저 ‘북한이 개방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서 ‘개방 3000’이라고 했는데, 너무 경제적으로만 들려 안보에 해당하는 ‘비핵’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어떤 형식이든 공식·비공식 대화 진행해야”

“MB도 햇볕정책 인정, 단지 업데이트했을 뿐”

2월19일 남주홍 교수의 통일부장관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37개 단체로 구성된 평화통일단체 회원들. 남 교수는 진보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비핵개방을 전제조건으로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비핵개방 3000 구상’의 폐기를 요구하는데….

“우리가 언제 ‘북한이 비핵개방을 안 하면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는가. 그건 말이 안 된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은 기본 방향이지 방법론이 아니다. ‘비핵’이라는 안보를 전제로 ‘개방’을 통해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것이 민족의 공존공영이다. 비핵은 이미 6자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북한은 그동안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개방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우리도 적극 지지한다. 이것이 어떻게 강경론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야기인가. 중요한 건 비핵과 개방, 안보와 통일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정권이 지향한 햇볕정책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구상은 맹목적인 햇볕정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햇볕정책이 ‘이상적인 포용’이라면 비핵개방 3000 구상은 ‘현실적인 실용’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이 구상은 시안일 뿐이다. 안 될 수도 있다. 야당이 이 구상을 교조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 대통령도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최악의 경우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리 간단한 사람은 아니다. 미국이 한미 공조를 안 하고 북한과 단독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나라는 한국이다. 그동안 쌀, 비료, 경수로 비용을 우리가 다 댔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오해해선 안 된다. 팔짱 끼고 기다리자는 것이 아니라,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는 의미다.”

-향후 북한 체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6자회담이 장기화하면 그만큼 김정일의 와병통치도 길어질 것이다. 그럼 북한의 인민경제는 파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북한 급변 요인의 잠재적 확산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이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북한이 개방을 중단하고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어떤 형식으로든 남북 간 공식·비공식 대화와 협상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언제든 이뤄질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춰야 한다. 또 대북 민간접촉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적극 권장하고 독려해야 한다. 국가 정체성만 지켜진다면 허용하라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 외에는 대안이 없다. 민족 공조는 불가능하다. 민족 공조는 북한의 대남공작 용어다. 내부적으로는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주간동아 2008.12.16 665호 (p20~22)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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