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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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소녀 “챔피언 먹었습니다”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8-10-22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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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소녀 “챔피언 먹었습니다”
    “처음으로 10라운드를 뛰어 힘들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맞으면서도 자신감이 생기던데요. 꿈이 제 앞에 있는데 힘들 겨를이 있었겠어요.”

    10월11일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전에서 중국의 강자 쉬춘옌을 판정승으로 물리치고 타이틀을 거머쥔 탈북 소녀 최현미(18·한남체육관).

    프로 전적 단 두 차례 만에 얻어낸 세계 타이틀. 운이 많이 작용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타고난 소질에 끈기와 노력, 그리고 링에 꼭 서야 한다는 집념이 어우러진 결실이다.

    2004년 부모님, 오빠와 탈북해 낯선 환경의 한국에서 새 삶을 시작한 최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에서 취미로 즐긴 복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아마추어 무대에 뛰어든 최양은 뛰어난 복싱 센스, 근성을 무기로 또래를 압도했다. 16승을 모두 KO로 이긴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화려하게 프로로 진출하려던 계획이 지난해 9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매니저의 무관심으로 데뷔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것.

    “1년간 경기를 한 차례도 못했어요. 처음으로 복싱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죠.”



    이때 유망주의 방황을 보다 못한 국내 복싱계 ‘대부’ 심양섭 WBA 수석 부회장이 직접 나서 매니저 문제를 정리하고 최양의 프로 데뷔에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최양은 심 부회장의 소개로 한남체육관 김한상 관장을 만났고, 두 번째 경기 만에 공석이던 페더급 타이틀 결정전에 나설 수 있었다.

    경기가 급히 성사된 탓에 최양은 한 달 반만 훈련하고 타이틀전에 나갔다. 당연히 훈련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이를 표현하려던 최양의 입에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강자를 상대로 한 세계 타이틀전이었기에 죽기 직전까지 가는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내야 했다.

    “스파링만 150라운드 이상 했어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내가 왜 이 짓을 하지’라는 후회까지 들었죠. 그래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KO가 아닌 판정승으로 이겨 아쉬울 법하지만, 대신 아마추어와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자신의 기량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얻었다는 최양은 “지금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 최고의 여성 복서로 인정받겠다는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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