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2008.10.28

‘파리지앵 엘레강스’ 프랑스 명품 보석 브랜드의 자부심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8-10-22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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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지앵 엘레강스’ 프랑스 명품 보석 브랜드의 자부심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회화 작품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에는 나폴레옹이 스스로 대관한 뒤 황후가 될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우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화려한 왕관은 1780년 설립된 프랑스 파리의 명품 보석 브랜드 ‘쇼메(Chaumet)’에서 제작했다. 쇼메의 창시자 마리 에티엔 니토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전속 보석세공사로 명성을 날렸다.

    10월14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티에리 프리슈(53) 쇼메 본사 사장은 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옛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시아 시장 점검차 서울을 찾은 그는 “한국은 전통과 현대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 특히 정이 많이 간다”며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쇼메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쇼메 전체 매출의 4위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다.

    프리슈 사장은 쇼메의 새로운 광고모델로 프랑스의 대표적 여배우 소피 마르소를 발탁했다고 자랑했다.

    “마르소 씨는 지난 15년간 어떤 상업광고에도 나오지 않았어요. 쇼메가 주최하는 이벤트에 늘 초대되고, 저와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만 한 모델이 각기 다른 광고에 얼굴을 내비치는 데 그 스스로가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모델 제의가 쉽지 않았죠. 그럼에도 전화를 걸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우리가 지금 새로운 얼굴을 뽑는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르소가 다음 날 직접 전화를 걸어와 “다른 여배우가 쇼메 모델을 하면 질투가 날 것 같다”며 모델이 되길 자청했던 것. 그의 모습이 남긴 광고 이미지들은 프랑스에서는 올 크리스마스부터, 한국에서는 내년 봄부터 만나볼 수 있다.



    프리슈 회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제위기로 경기에 덜 민감한 명품 브랜드들조차 고전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쇼메는 프랑스의 대형 명품그룹 LVMH 소속이라 재무적으로 안전한 데다 228년의 긴 역사 동안 전쟁, 천재지변 등 각종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노하우가 있다”고 답했다.

    “사실 경제위기 때 고급 보석 브랜드들은 오히려 호재를 누려요. 특히 금과 다이아몬드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죠. 대만에서 ‘빅 스톤’들이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해, 중국 본토에서 분리돼 사는 대만인들이 ‘언젠간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몸에 지니기 쉬운 보석류로 재산을 축적한다는 분석도 있어요. 불안한 때일수록 작지만 비싼 고급 보석들이 각광받는 것 같아요.”

    프리슈 사장은 쇼메의 아이덴티티는 한마디로 ‘파리지앵 엘레강스’라며 “파리 사람들처럼 조금은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창의적이면서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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