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8

2008.10.28

국회에 떠도는 헛소문 사람 여럿 잡겠네

  • gangpen@donga.com

    입력2008-10-20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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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 떠도는 헛소문 사람 여럿 잡겠네

    국회 정문의 문살 틈으로 바라본 국회의사당.

    ‘나쁜 소문은 날아가고 좋은 소문은 기어간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국민 여배우’ 고(故) 최진실 씨를 자살이라는 벼랑 끝으로 떠민 것도 바로 ‘나쁜 소문’이다. 공인일수록 나쁜 소문의 타깃이 되기 쉽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 국회에도 이러저러한 미확인 소문이 날아다니고 있다. ‘좋은 소문’이라면 좋으련만, 역시나 대부분 나쁜 소문들이다. 수준도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소문은 국회 개원 1년차 때 주로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나돈다. 17대 때도 그랬고 16대 때도 그랬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가장 대표적인 것이 A의원실 비서와 여비서가 국회의원회관 지하주차장의 의원 승용차 안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 순찰 중이던 경비원에게 걸렸다는 소문이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국회 안팎을 휘돌아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등 사정기관 정보원(IO)의 안테나에도 잡혔다.

    여비서의 외모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한 기자, 보좌관, IO 등이 문제의 의원실에 들락거리면서 그 소문은 급기야 당사자들은 물론 A의원에게도 전달됐다. 당사자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과 전혀 다른 허무맹랑한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자들은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내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의원 비서와 여비서의 부적절 연애설 … 허위 판명됐지만 당사자는 큰 상처



    A의원에 따르면 얼마 후 잡힌 범인은 같은 당 소속 의원의 수행비서였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결과, 소문은 문제의 수행비서가 부적절한 행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장면을 보고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을 낸 수행비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자술서를 썼고, A의원실은 그 자술서를 국회 기자실에 뿌려 헛소문이라는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소문 당사자인 여비서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의원실 근무를 그만뒀다.

    공교롭게도 A의원은 또 다른 소문의 당사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국회에 출입하는 미모의 모 언론사 여기자를 스토킹하다 걸렸고 해당 언론사 간부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간신히 무마됐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른 왜곡된 헛소문이었다.

    국회에 떠도는 헛소문 사람 여럿 잡겠네
    최씨 자살 이후 국회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인터넷에 횡행하는 악성 댓글과 소문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를 떠도는 나쁜 소문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문은 반이 거짓’이라는 말이 있다. 그 거짓을 퍼나르는 자체가 비생산적인 일이고 국정 낭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관련 당사자들의 자질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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