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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 Korean Peninsula

이산가족 상봉 모른 척 “통일부 밥값 해라”

참다못한 일천만이산가족委, 유엔서 북한 압박 시위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이산가족 상봉 모른 척 “통일부 밥값 해라”

이산가족 상봉 모른 척  “통일부 밥값 해라”

통일부를 대신해 이산가족 만남 운동을 추진하는 이상철 위원장.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는 ‘죽다가 살아났다’. 외교통상부로 통합하려는 것을 야당이 남북문제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반대해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야당 덕에 존치된 통일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애정을 품고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보수를 표방했지만 북한문제에 대해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러한 이명박 정부에 맞는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모든 대북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을 때 외교통상부는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으나, 통일부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통일부가 빛이 난 것은 좌파로 불린 지난 두 정부가 북한 주민이 아닌 김정일 정권에 과도한 지원을 해줬을 때였다. 두 정부가 김정일 세력을 지원해주는 대신 받아낸 대가는 이산가족 만남이었다. 물론 남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과 이산가족 만남을 교환한다는 합의를 한 바 없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 지원을 받는 대신 상투적으로 이산가족 만남을 허가해왔다.

북한, 쌀 원조 받는 대가로 찔끔찔끔 상봉 허용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 직후인 2006년 7월13일 부산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렸다. 이때 우리 측이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2006년 7월4일)를 거론하며 비료와 식량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하자, 북측은 이 회담을 결렬시키면서도 쌀 50만t 지원을 요구하며 그해 가을의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여론을 의식한 참여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자, 그해 7월19일 북한 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에 ‘남측이 인도적 사업으로 진행해온 비료와 식량 지원을 일방적으로 거부했으니 북측도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진행해온) 이산가족의 화상(畵像) 상봉과 금강산 면회소 건설공사를 중단한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사업의 타당성을 고려해 참여정부 시절 합의된 남북 경제협력 등 대북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북측은 이를 비판하면서 “우선 남측이 주기로 한 식량이라도 속히 주고 이산가족사업이라도 시작하라”고 대응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북한이 남한의 대북 지원 대가로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2000년 6월 성사된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관된 것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시범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그때 붙인 ‘시범적’이라는 꼬리표는 지금까지도 떼어지지 않은 채 참여정부 시절까지 1600쌍의 이산가족 상봉을 가져왔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뒤 지난 두 정부가 북한에 유·무상으로 지원한 금액은 1조6405억원에 이른다(2008 통일백서). 이 금액을 상봉자 1600명으로 나누면, 한국은 이산가족 한 사람을 상봉시키기 위해 북한에 무려 10억원을 지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식이니 대(對)북한 퍼주기, 대북 저자세 협상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일 정권을 지원해주는 대신 받아낸 이산가족 상봉은 양적 면에서뿐 아니라 질적 면에서도 큰 허점을 보였다. 상봉은 남북이 컴퓨터로 동수(同數)의 사람을 선발해 통보하면 상대가 그 가족을 찾아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런데 한국이 인도주의를 견지해 북한이 통보해준 사람의 가족을 거의 다 찾아준 반면, 북측은 그들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어 우리 측이 통보한 명단 가운데서 선별해 가족을 찾아주었다. 이렇게 해서 이뤄진 상봉장에 나온 북한의 가족들은 열이면 열 전부 북한 체제 선전을 늘어놓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하고 있다. 민간단체는 뛰는데 통일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통일부를 존치해야 할 것인가”


대가 없는 인도주의적 만남 허가 촉구

상봉장에 나온 북한 가족이 한바탕 울음을 쏟아놓은 뒤 체제 선전을 하는 것은 하도 많이 봐온 일이기에 이제 남한 측은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체제라도 100% 지지는 있을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전형적인 인도주의 행사인데 북한은 이를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사용하고 있으니 북한은 약속을 위반한 것이 된다.

그런데도 지난 두 정부에서 통일부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1인당 10억원씩 대북 지원을 해주고 얻어낸 상봉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전과(前科)’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 폐지를 추진했으나 두 정부의 노선을 이은 야당의 반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 후 지금까지 통일부의 일관된 태도는 ‘복지부동’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 대한 보도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위원장 이상철·이하 위원회)는 1983년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든 KBS 이산가족 찾기를 주관했던 단체다. 이 단체와 KBS는 5만7000여 건의 이산가족 사례를 접수해 한국에 있는 이산가족 2만여 쌍을 상봉시켰다. 이 상봉은 가장 적은 돈을 들여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국민을 감동시킨 행사였다.

국가정책은 자고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리는 식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는 바로 이러한 기조의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김하중 장관의 통일부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보다못한 이 단체가 들고일어났다. 11월 초 유엔으로 날아가 ‘북한은 돈 받지 않고 하는, 그야말로 인도주의적인 이산가족 만남을 허가하라’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재미교포의 협조를 구하고 세계 각국 국민에게 이산가족의 아픔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의 말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 후 한국에서 12만5000여 명이 상봉을 신청했는데 지난 8년 사이 겨우 1600여 명만 상봉했다. 신청자는 거의가 고령인데 8년이 흐르는 사이 3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런 식으로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유엔 앞에서 유엔 사무총장과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산가족의 고통을 알리는 호소문을 보내고 전 세계인에게 이를 알릴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하고 있다. 민간단체는 뛰는데 통일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통일부를 존치해야 할 것인가.



주간동아 2008.10.28 658호 (p22~23)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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