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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公私다亡’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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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私다亡’한 계절

요즘 뉴스 접하기 참 두렵습니다. 불황의 끝이 어디쯤일지조차 불투명한데, 잇따라 들려오는 자살 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 아름다운 계절과 무관하게 한껏 움츠러들게 합니다. 때 이른 ‘찬바람’의 진원지가 비단 이뿐일까요?

지난해 5월 ‘공공기관 감사 혁신’이란 명분으로 남미 이과수 폭포 등지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물의를 일으킨 공공기관 및 공기업 감사들이 이후 성과급 9억여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한국마사회는 출근도 하지 않은 장기교육 훈련자 35명에게까지 지난 4년 동안 6억여 원의 성과급을 인심 좋게 내줬습니다.

그런가 하면 노동부 산하 노동교육원의 한 교수는 지난 한 해 동안 단 5시간만 강의하고도 연봉 7764만원을 챙겼답니다. 그의 한 시간 강의료가 무려 1500만원을 넘는 셈이니, 프로그램 한 회당 출연료가 900만원에 이른다는 국민MC 유재석 씨마저 서러워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국정감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자니 지면이 모자랄 판입니다.

이젠 또 감사원이 공개한 쌀 소득보전 직불금에 대한 감사결과가 온 나라를 떠들썩거리게 하네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 직불금 부당 신청 문제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입니다.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 520명과 공기업 임직원 177명이 실경작자가 아닌데도 2006년도 쌀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아낸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현 정권의 고위 공직자와 전 정권에서부터 일해온 공무원들이 대거 연루됐으니 마땅히 자성(自省)부터 해야 할 사건인데도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나 벌이고 있으니 더욱 한심한 노릇입니다.



해마다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이 같은 도덕 불감증은 대체 왜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 걸까요? 아마도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상태는 염려하면서도 사회 전반에 드리운 건강무심증에는 도통 무감(無感)한 탓 아닐까요?

‘公私다亡’한 계절

편집장 김진수

늘 그랬습니다. 매년 감사(監査)는 있으되 그에 상응하는 처벌은 아예 없거나 솜방망이처럼 물렁했습니다. 잠시 쪽팔림(이거, 표준말입니다)만 견뎌내면 곧 세인의 관심에서 잊히게 마련입니다. 이러니 누구인들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에 제대로 칼을 댈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생산적인 삶을 위해서는 지금의 그 누구라도 공사다망(公私多忙)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34세 전체 인구 중 일하지 않는 무업자(無業者)가 95만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자칫 공사(公私)가 다 망(亡)할까 심히 저어됩니다. 1년 뒤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간동아 2008.10.28 658호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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