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2

2008.09.09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CM송’에 빠지다

서태지 열기 잠재운 ‘빠삐놈’, 꾸준한 관심 ‘되고송’ 등 … 단순 가사·쉬운 멜로디로 인기 ‘짱’

  • 신은주 TBWA Korea 광고기획국장 yuiiange@nate.com

    입력2008-09-01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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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CM송’에 빠지다

    SK텔레콤 ‘생각대로 T송’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장동건 되고송’ 편.

    4년 만에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컴백했다. 팬들이 기대한 대로 그는 새롭고 ‘서태지스러운’ 잘빠진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상공에 UFO를 세울 정도로 화려했던 영웅의 ‘컴백쇼’는 전국을 들썩이게 하지는 못한 듯하다. 왜일까? 서태지 열기를 잠재운 것은 2008 베이징올림픽도, 다른 메가톤급 가수의 출현도 아닌 바로 ‘빠삐놈’의 등장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된 빙과류 빠삐코의 CM송에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의 OST를 합성한 빠삐놈의 열풍은 가히 광풍이라 할 만한 패러디를 가져왔다. 갑작스런 빠삐코 UCC(사용자 손수 제작물)가 빠삐코 매출 증대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광고계에 이런 사례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CM송의 매력을 뛰어넘은 마력은 실로 대단하다. 무려 20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은 초슈퍼울트라메가하이퍼소닉한 영향력이라니!(빠삐코 CM송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8년이다.)

    누리꾼들 CM송 재가공도 인기몰이에 한몫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CM송’에 빠지다

    CM송이 사랑을 받았던 TV 광고들. 롯데삼강 ‘빠삐코’, 롯데칠성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송’시리즈 직장인 편(위부터).

    사실 한동안 광고계에서 CM송은 유행에 뒤처지는 광고기법이었다. 기술 발달로 영상이 화려해지고 톱스타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대신하면서 CM송은 점점 과거의 기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패션 트렌드가 돌고 도는 것처럼 최근 들어 광고 트렌드도 다시 CM송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시작은 2006년이었다. 이준기의 ‘석류송’, 김미려의 ‘무이자송’, 김태희 김아중 등의 ‘에스오일송’처럼 톱스타들이 직접 부르는 CM송부터 블랙빈 테라티, 현대카드와 같이 CM송 자체가 인기를 끄는 경우까지, 지금 광고계는 CM송 전성시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이제 그 열풍을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송’(일명 되고송)이 이어받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 장동건이 자신의 일상 그대로를 편하게 불러 인기를 모았던 되고송은 그 후 김건모 버전, 직장인 버전, 김윤아 버전, 에픽하이 버전 등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CM송이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반인이 하루에 보는 광고가 1600여 개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을 만큼 현대인은 광고 과잉노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광고를 거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TV 프로그램 사이에 나오는 광고를 보지 않으려고 다른 채널로 바꾸는 재핑(Zapping) 현상이 그 예다. TV 광고는 경쟁 브랜드의 광고뿐 아니라 다른 채널, 그리고 소비자 행태와도 경쟁을 벌이는 상황인 것이다.

    TV 광고의 생명이 위협받는 가운데, CM송은 부지불식간에 소비자들의 뇌리에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흥얼거리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또한 빠삐놈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요즘 소비자들은 좋다고 여기는 콘텐츠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가공해 즐기고 전파한다. 잘 만든 CM송이 개런티 몇십억원의 톱스타보다, 그 어떤 화려한 영상보다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인기를 끄는 CM송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CM송이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뇌리에 쉽게 각인되고 따라 부르기 좋게 멜로디가 쉬워야 한다. 또 단순한 가사가 절묘하게 어울려야 한다. 되고송 역시 지금의 멜로디가 탄생하기까지 수백 개의 악보가 그려졌으며, 수백 명이 듣고 따라 불러보았다. 현재의 되고송은 처음에는 약간 촌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으나, 대다수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30분이 지나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은 지금 멜로디가 유일했다. 또한 ‘~되고, ~되고’가 반복되는 단순한 가사도 소비자들이 되고송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기억하기에도, 따라 부르기도 쉬운 이런 유쾌한 CM송들은 요즘 소비자들의 ‘프로슈머’적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 대중의 입맛에 잘 맞도록 제작됐고 매체를 통해서도 넓고 빠르게 전파되는 CM송들은 요즘 소비자들의 ‘즐거운 콘텐츠 놀이’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서두에서 언급한 빠삐놈 열풍이 단적인 예다.

    인터넷에서 되고송을 검색해보시라. 남녀노소 할 것 없는 다양한 대중이 자기만의 버전으로 개사해 부른 되고송이 넘쳐난다. 성공적인 CM송은 의도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소비자 일상에 재미와 즐길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브랜드의 거리를 좁히는 성과까지 거둔다.

    과거 ‘CM송은 뻔하고 지루한 것’이라 여겨졌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노래가 브랜드를 강압적이고 지루하게 연호하고 주입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CM송들은 브랜드 연호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콘셉트와 철학을 노래에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되고송 역시 가사를 통해 ‘무엇이든 긍정적 마인드로 하면 다 잘될 것’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품 홍보 넘어 콘셉트와 철학 자연스럽게 노출

    또 톱스타가 CM송을 부를 경우 그 사실이 화젯거리가 돼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 처지에서는 CM송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준다. 되고송은 미니홈피 배경음악, 휴대전화 벨소리와 컬러링, 노래방 음원 등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반복되는 리듬, 간단한 가사로 어쩔 수 없이(?) 따라 부르게 되는 CM송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되고송뿐 아니라 또 다른 CM송들이 새우깡, 초코파이 CM송처럼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는 즐거운 노래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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