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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오피스 커플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일타쌍피’ 시너지 연금술

이성간 업무 호흡 짜릿한 성취감 경험 … 동료 넘어 사랑 개입하면 축복 아닌 ‘수렁’

  •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소통의 기술’ ‘당신의 속마음’ ‘관계의 재구성’ 저자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일타쌍피’ 시너지 연금술

화성 남자, 금성 여자 ‘일타쌍피’ 시너지 연금술

일러스트레이션·임혜경

20대 이후 생물학적 발달이 끝난다고 해서 더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심리적 발달은 늙어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살아가는 고비마다 ‘발달과제(developmental task)’라는 것이 주어진다. 이를 잘 풀어내면 성공적인 삶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꼬이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된다.

프로이트는 그중에서도 성인기의 발달과제를 ‘일과 사랑(Arbeit und Liebe)’이라고 정의했다. 성인에게 중요한 것은 먼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나는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이다”가 “어느 집안의 몇째 아들이다”보다 앞서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 식으로 말하면 ‘친밀함(intimacy)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부모가 아닌 타인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으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친구와 진한 우정을 다지는 것, 더 나아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양육까지 포함한다.

업무시간 길수록 친밀한 관계 유지

이러한 발달과제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오피스 커플을 이해할 수 있다. 직장이라는 곳은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A주식회사 물류1팀 강신흥 대리’로 비전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와중에 친밀함에 대한 욕구도 해결해야 한다. 오피스 허즈번드와 와이프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부상조할 수 있다면 심리발달의 관점에서 볼 때 ‘일타쌍피’요 ‘따닥에 판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회사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저녁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시간이 길면 길수록, 일에 대한 애정과 성취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오피스 커플의 발생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동성이 아닌 이성 간 커플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남녀 간의 사고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성 간의 동료라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이 대동소이할 가능성이 많다. 이에 반해 이성 간 동료는 업무를 하는 데서도 사고방식과 감정의 처리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처럼 말이다. 이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지 않고,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노력을 할 수 있다면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이용대-이효정조(組) 같은 폭발적 시너지를 경험할 것이다. 혼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두 사람이 함께 해냈을 때, 그만큼 짜릿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은 더욱 강고해지고, 나아가 개인적인 친밀감으로 동료애적 ‘사랑’이라는 발달과제를 성취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너지의 연금술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대학생 때 동아리 선배들은 ‘근친상간 금지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다 보면 두 선후배, 혹은 동기들이 눈이 맞게 된다. 둘이 잘 지내면 좋지만 만일 관계가 뒤틀리면 그 기수는 공중분해돼 버리거나, 열심히 활동하던 두 사람이 모두 나가 일이 엉망이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관계도 그렇다. 한 번에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하는 재미에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칫 자아의 경계선이 흐릿해질 수 있다. 공과 사, 나와 타인이라는 분명한 경계선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최적의 거리 유지 땐 성인기의 행운

친밀한 동료애와 이성 간의 열정도 헷갈릴 수 있다. 특히 처음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일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는 순간이 있다. 이는 종교적 합일의 경험, 운동선수가 어느 한계를 넘어섰을 때 느낀다는 절정 경험(peak experience)과 비슷하다. 이때 나와 타인은 하나가 되고, 나아가 나와 세계는 융합돼 거대한 자아팽창의 대양감(大洋感)을 경험한다. 이 순간 모든 것이 가능하고 그래도 될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때, 일시적으로 이성으로 유지되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두 사람의 친밀함은 에로스적 열정으로 양질전환을 한다. 한번 허물어진 경계는 순식간에 물길이 되어 이전과는 다른 채널이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은밀해져서 물밑으로 들어가게 되고,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로에게 집착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투하며, 평소의 합리적 판단으로는 하기 힘든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 순간부터는 오피스 커플의 시너지가 축복이 아니라 수렁이 돼버린다.

오피스 커플은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도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들에게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이를 업무의 시너지이자 자기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위기에 몰렸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되레 두 사람이 합심하여 일을 잘 풀어내 성취감의 샴페인을 터뜨릴 때 온다. 이때를 조심하고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오피스 커플은 성인기의 발달과제를 성취하는 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Tip

직장 내 남녀 파트너십을 발전적이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OFFICE 전략


Openess : 둘의 관계를 서로의 배우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개방한다.

Friendship : 우정 관계를 지향한다.

Fairness : 업무에서 공과 사를 명확히 하며, 둘의 관계를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Isolation : 회사 안팎의 생활은 분리한다.

Common sense : 사회적인 상식, 사내 동료로서 예의를 지킨다.

Emotion control :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샴페인 터졌을 때 특히 조심하라.




주간동아 2008.09.09 652호 (p44~45)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소통의 기술’ ‘당신의 속마음’ ‘관계의 재구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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