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2

2008.09.09

盧 측근 건설비리 몸통 따로 있나

정상문 전 비서관, 홍경태 전 행정관 로비 정황 확인에도 前 정부측 인사들 의문 제기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9-01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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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 측근 건설비리 몸통 따로 있나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정상문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건설비리 수사가 심상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랜 친구인 정상문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에 청탁성 전화를 넣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건에 불이 붙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8월25일 자진 출두한 김재현(62) 전 토공 사장에게서 “2006년 9월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혀 그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고위층에 사례금을 줘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D사 대표 서모(55) 씨가 중소건설업체 S사로부터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금품을 받아 가로챈 혐의(횡령 등)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홍 전 행정관 수사 소식 알려진 직후 해외 출국

    경찰에 따르면, 서씨는 S건설로부터 청탁을 받은 뒤 정 전 비서관과 홍경태 전 청와대 행정관의 이름을 팔아 대우건설과 토공 등에 로비를 벌여 공사를 따내고 그 대가로 S건설로부터 10차례에 걸쳐 9억1000만원을 챙겼다. 경찰은 “정 전 비서관, 홍 전 행정관이 직접 로비에 가담한 정황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소유주로 있으면서 지난 정부 초기 논란이 됐던 ‘장수천’과도 관련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1996년 장수천이 서씨가 대표인 D사로부터 16억원짜리 생수 자동화 설비기계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 5억원이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 서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그는 대형 건설사 등에 외압을 행사해 공사를 수주토록 해주고 대가로 장수천 채무 5억원을 탕감하기로 홍 전 행정관과 결탁한 것으로 돼 있다. 1996년 당시 홍 전 행정관이 서씨에게 써준 5억원짜리 현금보관증에는 노 전 대통령이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돼 있다.



    서씨는 당시 받은 현금보관증을 각종 로비에 이용했다. 2005년 10월 대우건설 사장실에서 S건설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이 현금보관증을 보여주며 청와대와 통하는 인맥임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번 로비사건의 핵심인물은 홍 전 행정관과 서씨다. 반면 정 전 비서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다. 토공에 압력성 전화를 한 것 외에는 확인된 것이 없다. 정 전 비서관이 서씨나 장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했거나 또 다른 편의를 제공받은 것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른 고위직 인사들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8월28일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홍 전 행정관은 경찰수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8월23일 이미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수송담당 행정관으로 일했던 그는 1990년대 중반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참여하며 노 전 대통령 측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접한, 정 전 비서관과 홍 전 행정관을 모두 잘 아는 전 정부 측 인사들은 경찰 수사에 의문을 던진다. “홍 전 행정관이 장수천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서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장수천의 실질적 소유주도 아니고 경영인도 아니었던 홍 전 행정관이 장수천 빚을 갚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이 로비의 대가가 전혀 없는 일에 뛰어들었다는 수사결과도 궁금증을 남기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은 1990년대 중반 홍 전 행정관과 함께 장수천 공동대표를 맡았던 기업인 K씨의 얘기다.

    “홍 전 행정관이 10년도 더 된 장수천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홍 전 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이 장수천을 인수할 당시 명목상 대표 역할만 했던 사람이다. 선봉술 최도술 씨 등 노 전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이 대표와 이사를 맡은 1998년 이후에는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 생수판매회사인 ‘오아시스워터’(대표 안희정)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선봉술 씨와 안희정 씨가 책임을 지고 (장수천을) 운영했기 때문에 홍 전 행정관이 빚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이런 일(로비)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盧 측근 건설비리 몸통 따로 있나

    경찰은 정상문 전 비서관이 2006년 9월 한국토지공사에 청탁성 전화를 넣은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장수천 실질 소유주도 아닌데 채무 해결 왜 나섰나” 미스터리

    전 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야권인사 A씨도 의문을 던진다. “(장수천 빚 문제는) 홍 전 행정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수천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정 전 비서관이 해결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실질적인 책임을 진 누군가의 지시나 묵인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또한 “홍 전 행정관은 그렇게 발이 넓은 사람이 못 된다. 건설사 및 공기업 대표와 안면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반면 정 전 비서관은 대우건설 사장이던 박세흠 씨와 가까운 사이였다. 경찰 조사결과를 보면 대우건설 로비를 홍씨가 주도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런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저런 의혹을 키우며 점점 커져가는 전 청와대 인사들의 건설사 로비 사건. 과연 감춰진 진실은 있는 것일까. 경찰 수사에서 이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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