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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명함? 한 장 3달러!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英 왕실 등 수백년간 세계 상류층 명함 제작한 문구업체 인기

뉴요커 명함? 한 장 3달러!

뉴요커 명함? 한 장 3달러!

1 2 3 록펠러에서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등까지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의 명함을 제작하는 ‘크레인’의 명함 샘플. 절제된 소재, 디자인, 글자체만을 이용해 명함 주인의 ‘격’을 표현한다. 4 5 6 유럽 디자인의 전통이 느껴지는 ‘스미스슨’의 스테이셔너리.디지털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뉴요커들은 세계의 트렌드세터이자 동시에 워커홀릭에 가까운 비즈니스맨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패션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명함이나 펜 같은 퍼스널 스테이셔너리(문구류)다. 명함 역시 자신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소개하고 상대와 소통하기 위해 주고받는 명함이나, 결혼식처럼 자신과 관련된 행사를 위해 만든 초대장이나 우편봉투 등이야말로 회사와 개인이 가진 감각과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스테이셔너리 ‘패션’으로 선호

‘킨코스(Kinkos)’ 같은 대형 출력센터에서 싸게 대량으로 제작하는 명함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만, 조금은 남들과 다르고 조금은 남들보다 정성(즉 돈과 수고)이 더해진 개인 명함이나 개인 스테이셔너리를 제작하는 뉴요커가 늘고 있다. 특히 뉴욕의 상류층 인사들과 매일 매일 계약과 발표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비즈니스맨들은 고급스런 디자인의 스테이셔너리를 하나의 ‘패션’으로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뉴욕의 스테이셔너리 전문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맨해튼을 상징하는 건물군인 록펠러센터 안에 자리한 ‘크레인(Crane · co.)’은 1801년 창업 이래 뉴욕을 대표하는 명함과 편지지, 봉투 등 종이류 문구 전문점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록펠러재단의 창업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애용한 스테이셔너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크레인’은 역사상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인, 사회 저명인사의 개인 명함과 스테이셔너리 일체를 제작해왔고, 현재 대부호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뉴욕 상원의원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등 세계적 명사들의 스테이셔너리를 담당하고 있다.

‘크레인’에는 브랜드가 엄선한 종이류뿐 아니라 다양하고 유니크한 서체 등이 준비돼 있고, 숍에 상주하는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통해 고객 취향에 맞는 명함과 편지지, 봉투 등의 스테이셔너리를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특히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스테이셔너리에서 사용하는 종이류에 100% 자연분해되는 면 성분의 종이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에도 기여하는 그린 브랜드다.

필자가 크레인을 방문했을 때 마침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자신의 청첩장 제작을 위해 컨설턴트와 상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크레인은 신부들에게 청첩장을 비롯한 웨딩 관련 스테이셔너리로도 인기가 높아, 크레인의 청첩장은 미국의 웨딩플래너들이 가장 추천하는 서비스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크레인의 개인 스테이셔너리 제작 서비스는 미국 외에 일본의 유명 문구점 ‘이토야’ 긴자(銀座) 본점에서도 제공하고 있다(www.crane.com).

크레인이 전통적인 미국 부호들의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라면, 고급 백화점과 패션 브랜드의 부티크가 즐비한 맨해튼 5번가와 57th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코너에 자리한 ‘스미스슨(Smythson)’은 영국에서 온 고급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다.

뉴요커 명함? 한 장 3달러!

맨해튼의 크레인(왼쪽)과 스미스슨 매장. 오감이 호사를 누릴 수 있어 뉴욕을 방문하면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1887년 런던의 뉴본드 스트리트에 문을 연 ‘스미스슨’은 ‘퍼스트 클래스 스테이셔너리(First Class Stationery)’라는 미션 아래 영국 귀족들의 퍼스널 스테이셔너리와 사무에 필요한 가죽제품을 제작해왔다.

특히 ‘스미스슨’은 1964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로열 워런티(Royal Warranty)’를 수여받은 데 이어 1980년 찰스 왕세자에게, 1987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2002년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에게 로열 워런티를 수여받아 왕실의 4대 로열 워런티를 보유한 세계 8대 회사 가운데 하나가 됐을 만큼 영국이 ‘밀어주는’ 이름이다.

뉴욕 매장에서 개인의 명함과 편지지, 봉투 제작이나 결혼 또는 행사를 위한 초청장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두 런던에서 제작 공수되기 때문에 의뢰 후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상류사회로 가는 길 기꺼이 지갑 열어

매장 안쪽에 자리한 ‘비스포크 서비스 라운지(Bespoke Ser-vice Lounge)’에 가면 ‘스미스슨’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최상급 종이류와 브랜드 특허의 서체, 아이콘이 상세히 정리된 샘플북을 보며 개인의 취향에 맞는 스테이셔너리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스미스슨’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유명 아이템은 다이어리와 책이다. 특히 그 종류만 해도 100개에 육박하는 책은 가죽으로 바인딩된 일종의 수첩으로 ‘주소와 전화번호’ ‘여행’ ‘와인’ ‘레스토랑’ ‘낚시’ ‘사냥’ 등의 일반적 주제는 물론 ‘패션 플래너(Fashion Planner)’ ‘뷰티 바이블(Beauty Bible)’ ‘꿈과 생각(Dream · Thought)’ ‘위트와 지혜(Wit · Wisdom)’ ‘쇼퍼홀릭(Shopaholic)’ ‘리틀 블랙 북(Little Black Book)’ ‘금발, 검은 머리 그리고 빨강머리(Blondes, Brunettes and Redheads)’의 위트 넘치는 제목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그중 ‘싱크 핑크(Think Pink)’라는 이름의 핑크색 가죽책은 판매액 일부를 유방암 예방단체에 기부하는 아이템이다.

다이어리와 책의 가격대는 70~300달러이며 별도 요금을 내면 개인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퍼스널라이즈드 레터링(Person-alized Lettering)’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스미스슨’은 영국과 유럽연합 국가, 미국, 일본 등에 진출해 있다( www.smythson. com).

세계 최고의 갑부와 상류사회 인사들을 위한 서비스에 지불해야 할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다. 크레인의 명함은 한 장에 2달러, 스미스슨의 명함은 이보다 비싸 3달러 정도이니 무심코 주거나 받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의 정글’에 살면서 뉴요커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웬만한 책값과 맞먹는 명함 한 장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주간동아 2008.08.19 649호 (p56~57)

  • 뉴욕=조 벡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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