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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이놈의 공기업을 어이할꼬

말 많고 탈 많은 공기업 개혁 계획 따로 실천 따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 용역보고서 46곳 민영화, 15곳 통폐합 등 고강도 개혁안

말 많고 탈 많은 공기업 개혁 계획 따로 실천 따로?

말 많고 탈 많은 공기업 개혁 계획 따로 실천 따로?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곳, 유흥비와 골프 비용을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쓰는 곳, 간혹 억대의 금품을 챙기는 곳, 단란주점과 골프장에서 이사회를 치르는 곳….

요즘 감사원, 검찰, 국세청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들의 현주소다. 방만 경영과 각종 비리는 공기업의 상징처럼 못이 박혔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부터 공기업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8월11일 ‘공기업 선진화’ 1단계 방안 발표에 앞서 감사원과 검찰 등이 공기업의 각종 비리를 공개하는 것도 공기업의 반발을 억제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에 가깝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당초 계획한 공기업 개혁방안에서 큰 폭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실마리를 제공한 쪽은 바로 정부다.

현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주도한 인물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들은 당초 6월 안에 공기업 개혁방안을 확정하고 7월부터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개혁방안을 내놓기도 전 ‘광우병 쇠고기 파문’에 휩쓸려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공기업 개혁작업의 한 축이던 곽 전 수석이 6월20일 수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는 크게 흔들렸다. 개혁방안 확정 발표는 미뤄지고 전기, 수도, 고속도로, 가스 관련 공기업은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언급이 나왔다. 여론에 밀린 민심 수습책이었던 것이다.

정부 개혁안 침묵에 여당도 불만 고조

특히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던 공기업 개혁방안 확정작업이 해당 부처로 넘어감으로써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에 의문을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이명박 정부가 당초 구상했던 공기업 개혁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내놓을 ‘공기업 선진화’ 2, 3단계 방안의 개혁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에 세운 공기업 개혁방안은 물론 원칙과 기준에 대해 철저히 숨기고 있다. 여야 합의로 7월24일부터 시작한 국회 공기업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석현·이하 공기업특위)의 요구에도 정부는 개혁방안 제출을 거부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한 불만은 야당보다 여당이 더 컸다. 공기업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나라당 한 의원의 말이다.

“솔직히 청와대에 불만이 많아요. 뭘 알아야 공기업특위에서 야당과 논의하든 싸우든 하죠. 정부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서 원론적 입장만 밝히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이런 가운데 ‘주간동아’는 6월 한국공기업학회가 기획재정부에 보고한 ‘공공기관 기능점검 접근전략 및 모델 개발’ 용역보고서를 입수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보고서 말미에 첨부된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설립 및 운영 현황과 구조조정 방안’이라는 제목의 부록이다.

한국공기업학회는 기획재정부가 구성한 공기업 개혁방안 전담기구 ‘공기업 선진화추진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인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오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내 ‘공공기관개혁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기업 개혁방안 논의작업에 깊이 간여한 인물로, 사실상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 핵심 브레인이다. 또한 학회 편집위원이자 용역보고서 책임연구원인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가 바로 오 교수의 제자다. 그래서 이 보고서를 단순한 학회의 용역보고서로 치부하기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표 1> 공기업 부문 구조조정 방안
공공기관
민영화
통폐합
지배구조 혁신
정부 발표안
금융 공기업
-우리금융지주회사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정책금융기능 별도의 국책은행으로 통합. 한국산업은행과 자회사 투자은행 부문만 민영화
-상임감사제도 폐지

-상임이사 및 상임감사 공모제 폐지

-임원선임위원회 폐지
-한국산업은행 민영화 및 한국개발펀드(KDF) 설립

-KDF 2010년까지 정부지분 단계별 매각

비금융

공기업

에너지 분야
-한전 발전 부문(한국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 발전)

-한전전력그룹사(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KDN)

-한국가스공사(천연가스 도입 및 인수·저장 기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 전력사업 구조조정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경영 효율화

-한국지역난방공사 민영화 유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토지신탁

-고속도로관리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철도공사 자회사-부산/인천항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출처 :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구조조정 용역보고서



기획재정부도 이 보고서에 대한 평가결과에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보고서의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파편적으로 전해진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고서는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크게 공기업 부문과 준정부 부문으로 나눠 정리했다(표 참조). 먼저 공기업 부문 가운데 금융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민영화 대상에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물론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배주주 지위를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지분율 78%)의 경우 공적 자금을 출자할 수밖에 없었던 외환위기 상황이 해소된 만큼 정부가 시중은행을 계속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중소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으며 나머지 2개 은행도 정부의 정책금융 기능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수행하는 정책금융 기능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받아들일 경우, 두 은행을 통합해 하나의 국책은행을 만들고 산업은행과 자회사를 민영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민영화 대상 자회사는 산은캐피탈,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등 민간금융기관의 사업영역과 겹치는 투자은행 부문이다.

에너지 3개 기업, SOC 9개 기업 민영화 대상 포함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는 공적수출 신용제도를 담당하는 등 중복되는 기능이 많아 통폐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비금융 공기업의 경우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개 에너지 분야 공기업 및 자회사들과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9개 공기업이 민영화 대상에 포함됐다. 단, 제시 조건은 공기업별로 다르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원자력연료, 해외법인을 제외한 발전 및 전력그룹 자회사를 민영화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으며, 송·변전 부문과 배전 및 판매 부문의 민영화는 이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

한국가스공사는 가스배관망 운영은 정부가 계속 맡고 천연가스 도입, 인수 및 저장 기능 등 경쟁을 도입할 수 있는 부문부터 분할해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전력 및 가스 산업의 경쟁 도입과 민영화 과정에서 가격구조의 왜곡, 교차보조 문제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통폐합해야 할 비금융 공기업으로는 그동안 대표적인 유사 및 중복 공기업으로 분류돼온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이 꼽혔다. 이들 공기업 가운데 김대중 정부 때부터 통합 논의가 이어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업무영역 조정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일부 자회사나 업무영역 민영화를 통한 기능 중복 해소방안도 거론됐다.

용역보고서 비해 현재 알려진 정부안은 크게 미흡

준정부 부문의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민영화보다 대부분 기능과 사업영역 중복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그 기능이 거의 비슷하고,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은 민간 기업들의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사업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에 통폐합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중·단기 통폐합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3개 기관의 업무 중복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사안이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자회사를 포함해 모두 46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5개 공기업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5개 공기업의 유사 및 중복 기능과 사업을 조정하고 8개 공기업의 자회사와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비하면 그동안 국회 공기업특위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알려진 정부안은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금융 공기업 가운데 정부가 민영화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거론한 곳은 한국산업은행뿐이다.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 에너지 분야 공기업에 대해 밝힌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에 그치고 말았다.

과연 이 정도로 국내 공기업들의 그릇된 습성인 방만 경영과 비리가 사라질 수 있을까.

<표 2> 준정부 부문 구조조정 방안
공공기관
통폐합
기능 중복 조정
사업 영역 조정
출자·자회사 정비
조직 정비
준정부 부문 (우정사업 공사화될 경우)

우정사업진흥회,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한국우편사업지원단 등 모기업으로 통합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광해방지사업단, 대한석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환경기술진흥원,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공공기술연구회,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쟁애인고용촉진공단, 근로복지공단, 산업인력공단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교통안전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정보사회진흥원

-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지상파 DMB 교통방송사업

-한국전파진흥원 한국정보인증주식회사 출자지분
-대한지적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수출보험공사의 국내외 지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증권예탁결제원의 조직 및 직급 적정화
사회보험

(4대 보험료)
(중·장기적 대안)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을 통합해 사회보험청 신설
(단기적 대안)

4대 사회보험료 통합 징수 단일기관 설치. 단, 급부 서비스 관리업무는 3개 관리 기관에서 처리
     
정부 발표안 -대한석탄공사 경영 효율화

-대한광업진흥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로 변경 후 경영 효율화


*출처 :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구조조정 용역보고서



인터뷰 공기업 민영화 전문가 곽채기 동국대 교수

“공기업 개혁 10~20년 걸릴 일 … 서둘지 마라”


말 많고 탈 많은 공기업 개혁 계획 따로 실천 따로?
국내 공기업 민영화 전문가는 10명 남짓. 곽채기 동국대 교수(행정학·사진)가 그중 한 명이다.곽 교수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당시 기획예산처)로부터 ‘공공기관 기능점검 접근전략 및 모델 개발’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올해 6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과정과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 기획재정부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은 계기는?

“지난해 대선 직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거론되리라 예상하고 미리 점검해보자는 취지에서 의뢰한 것으로 안다. 기본 자료가 있어야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아닌가.”

- 부록으로 붙은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했다. 정부 조직개편안과 공기업 개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는데, 거기에 참여해 구조조정 등 공기업 개혁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부록은 그때 어느 정도 정리된 내용이다.”

- 부록의 공기업 개혁방안이 현 정부의 개혁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 TF에서 작성한 보고서가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에 제출된 것으로 안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방안을 마련하던 사람들에게 참고자료가 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마련한 공기업 개혁방안은) 개인적 의견이라기보다 학계나 과거 정부에서 오랜 기간 민영화 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검토하던 것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다. 그래서 현 정부의 논의 방향과 대동소이한 측면이 있다.”

- 공기업 개혁 전담부서인 공기업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한국공기업학회 회장이던 오연천 교수가 맡았다. 오 교수는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 핵심 브레인이다. 평소 공기업 개혁에 대한 오 교수의 생각은 어떤가.

“(오 교수는) 지도교수여서 잘 알지만, 제자 입장에서 언급하기는 좀 곤란하다.”

- 연구기간을 보면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31일까지인데, 보고서는 올해 6월 제출됐다. 다소 늦게 제출된 감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사실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진전된 이후라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제외된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검토할 때 충분히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보다, 민영화할 공기업을 골라낼 때 필요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해외 민영화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공기업 민영화나 통폐합은 몇 년 안에 해치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임기 안에 민영화를 완성한다는 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현 정부는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걸음씩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공기업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8.08.19 649호 (p34~37)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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