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8

2008.08.12

신이 빚은 레포츠 천국 “여유야 놀자”

  • 글·사진=채지형 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8-08-04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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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빚은 레포츠 천국 “여유야 놀자”

    하늘에서 바라본 로트네스트. 25달러면 경비행기로 섬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투어를 즐길수 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했던가. 여행도 마찬가지다. 가게 될 곳은 언젠가 꼭 찾는다. 마음속에 품은 지 15년 만에 발을 디디게 된 서호주 퍼스는 그 믿음을 더해주었다. 퍼스는 15년 전 여행을 준비했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퍼스는 현대적 면모를 갖춘 도시로 변해 있었지만, 가슴 두근거리며 여행을 준비하던 설렘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서호주의 중심 도시인 퍼스는 도시 전체가 공원 같은 곳이다. 어디에서나 적당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수 있고, 어느 곳에 눈을 둬도 초록 물결이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도시다. 서호주 전체에 흐르는 여유로움은 어쩌면 넓은 땅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호주 대륙의 면적은 남한의 100배가 될 정도로 넓은데, 그중에서도 서호주는 3분의 1, 남한의 33배나 된다. 그렇게나 드넓은 서호주에 살고 있는 사람은 겨우 190만명. 이 가운데 대부분인 150만명이 퍼스에 둥지를 틀고 있다.

    퍼스에 가면 먼저 이곳의 랜드마크인 킹스파크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퍼스 시내와 유유히 흐르는 강을 한 품에 안을 수 있다. 마음이 바쁜 여행자들도 킹스파크에 들어서면 마법에 빠진 듯 발걸음이 느려진다. 전망이 가장 좋은 전쟁기념탑 앞에서는 현장학습을 나온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이 재잘거리고 있다. 또 킹스파크에는 서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1만2000여 종의 야생화가 자라, 꽃을 좋아하는 이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것이 좋다.

    킹스파크와 함께 퍼스 여행에서 잊으면 안 될 장소로는 1930년대 튜더 양식을 본떠 만든 영국풍 거리 ‘런던코트(London Court)’와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로 불리는 ‘스완벨 타워(Swan Bell Tower)’ 등이 있다.

    퍼스 여행의 매력은 도시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퍼스 주변에는 상상 이상의 독특함을 품고 있는 여행지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낭만도시 프리맨틀, 석회암 기둥이 불쑥불쑥 솟은 피너클스, 향긋한 와인천국 마거릿 리버. 이 가운데서도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는 서호주의 보석 같은 섬 로트네스트다.



    로트네스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커피향 은은하게 흐르는 해변을 배경으로 커피를 즐기는 엄마와 그 옆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금발머리 꼬마가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이보다 평화로운 풍경이 또 있을까.

    로트네스트 섬은 퍼스에서 1시간30분 정도 페리를 타고 들어가면 도착하는 호주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섬의 길이는 11km, 너비는 4.5km로 자전거로 돌면 반나절 안에 일주할 만큼 작지만, 섬 전체가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게 만들어놓은 테마파크나 다름없다. 두 손 높이 쳐들고 소리치며 탈 만한 놀이기구 대신 자전거 하이킹과 경비행기 투어, 잠수함 투어, 올리버힐 기차 투어, 스노클링, 다이빙 같은 해양 레포츠 등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호주 대표적 휴양지 완벽한 자연환경 … 지구상 유일종 ‘쿼카’도 볼거리

    신이 빚은 레포츠 천국 “여유야 놀자”

    퍼스의 랜드마크인 킹스파크 안 전쟁기념탑(왼쪽). 한가로운 로트네스트 섬 해안가 풍경. 각종 해양 레포츠는 이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거리다.

    로트네스트 섬의 자연환경이 이처럼 훌륭한 것은 호주 정부의 보호정책 때문이다. 정부의 자연보호 정책은 곳곳에 서 있는 주의 표지판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또 섬 안의 교통수단으로는 관광용으로 제작된 베이시커 버스(Bayseeker)밖에 없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닌다.

    로트네스트 섬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는 ‘쿼카’라는 동물이다. 쿼카는 지구상에서 로트네스트 섬에만 사는 동물로, 로트네스트라는 섬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다. 17세기 말 사람들이 이 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커다란 쥐처럼 생긴 쿼카를 보고, 이 섬을 쥐의 둥지(rat’s nes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말에서 섬의 이름 로트네스트가 유래했다고 한다.

    쿼카는 쥐처럼 생겼지만 설치류가 아니라 캥거루처럼 새끼를 배에 담고 다니는 유대류다. 길거리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숲 속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배에 새끼를 안은 귀여운 쿼카가 등장한다. 한참 동안 쿼카들과 놀다 보면 어느새 누가 쿼카고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이 된다.

    로트네스트의 매력 포인트로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눈처럼 하얀 백사장과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빛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해양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라면 로트네스트 섬을 천국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섬 주변에 따뜻한 해류가 흐르고 있어 다이빙을 해 물속 세상을 구경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열대고기와 형형색색의 산호초가 여행자들을 반긴다. 그래서 서핑과 낚시,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은 이곳의 인기 액티비티다.

    로트네스트 섬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경비행기 투어도 인기 있는 코스다. 창공에서 바라보는 이 섬의 풍광은 또 다른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가격도 다른 곳보다 저렴해 25달러면 하늘 위의 유람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로트네스트 섬에서 가장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는 자전거 타기가 아닐까. 느린 속도로 페달을 밟으며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섬의 아름다운 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이 진정한 파라다이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로트네스트 섬에서는 매년 12월 첫째 주에 섬 주변 1600m 코스를 도는 수영대회가 열린다(12월이면 남반부인 호주는 여름이 한창이다). 수영에 자신 있다면 이런 이벤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보석 같은 섬에서 더 신나는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행 Tip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퍼스행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비행기를 갈아탄 뒤 퍼스로 들어가면 된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이 홍콩에서 주 5회 퍼스 직항편을 운행한다. 인천~홍콩은 3시간30분, 홍콩~퍼스는 7시간30분 정도 걸린다(캐세이퍼시픽 항공 서울사무소 02-311-2730). 로트네스트는 퍼스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섬으로, 퍼스의 스완벨 타워 근처 바락 스트리트 선착장에서 페리를 탈 수 있다(http://www.rottnestexpress. com.au).

    퍼스는 한국과 시차가 없다. 그러나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4월부터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퍼스에 대한 정보는 서호주관광청 한국사무소(http:// kr.westernaustralia. com,02-6351-5156)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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