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8

2008.08.12

닮은 듯 다른, 미술과 주식 투자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8-04 16: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술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미술시장에 대해 설명하면 ‘주식투자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유사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만 생각하고 미술시장에 들어오면 두손들고 나가는 예가 허다하다. 단순히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이유로 작품 가격이 움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큰 호황을 누렸던 투자가들은 미술시장이 쉽게 느껴질 수 있고, 이런 이유로 투기를 조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초보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마켓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들은 미술과 미술시장에 문외한일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문외한인 비전문가들의 투자 설명이 일반인에게는 더 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지난 2년 동안은 파이낸셜 마켓에 정통한 사람들이 미술시장에 들어와서 그들의 방식을 적용하며 수익을 챙겼다. 하지만 단기적 수익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어렵다. 이 같은 사실은 조정기인 현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과 미술 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주식은 한 주, 한 주가 똑같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라면 모든 주식의 가치가 똑같다. 그러나 미술작품은 그렇지 않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다른 가치를 갖는다. 한 작가가 일생 동안 그린 그림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 있고, 본인 작품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도 분명 있다.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이 다르기 때문에 작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시점을 잡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은 인덱스를 통해 하향곡선이라면 좋은 구매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미술품은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최고의 구매 타이밍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시장이 하향기에 있을 때는 최고의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또 주식은 하락세에서도 상승세를 전망하며 거래가 이뤄지지만, 미술시장은 하락세에는 시장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컬렉터들은 하락세인 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소장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굳이 작품을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미술시장을 주식시장과 같은 논리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술시장의 독특한 특성을 낱낱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자금을 넣기 전에는 마켓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라는 상식 선에서 출발한다면 위험한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