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2

2008.07.01

한번 가면 오고 싶지 않은 곳

남해 가거도

  • 글 · 사진 양영훈

    입력2008-06-25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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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가면 오고 싶지 않은 곳

    동개해수욕장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드는 파도.

    동경 125도 07분,북위 34도 21분에 자리한 가거도는 ‘국토 최서남단’ 섬이다. 중국 땅과 가까워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온다. 이렇듯 멀고도 외진 섬이라 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수도권에서는 KTX 열차와 여객선을 번갈아 타고 꼬박 10시간을 달려야 닿는 섬이다. 일찍이 동료 문인들과 함께 가거도를 답사했던 고(故) 조태일 시인은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은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후략)’으로 시작하는 시 ‘가거도’를 남기기도 했다.

    일제가 붙인 ‘소흑산도’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한 가거도의 행정구역상 마을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하나뿐이다. 하지만 자연부락은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등 세 곳에 이른다. 그중 면출장소, 우체국, 보건소, 초·중학교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슈퍼마켓, 음식점, 항만 등이 들어선 대리에 주민 대다수가 거주한다. 반면 교통이 불편하고 어항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항리와 대풍리에는 사람 사는 집보다 빈집이 더 많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도 평생 살아온 땅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독거(獨居) 노인이 많고, 하루가 다르게 빈집도 증가하는 추세다.

    굵고 힘찬 남성미 풍광, 독실산 전망 일품

    가거도는 면적이 9.18km2에 해안선 길이가 22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섬 한복판에는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639m)이 우뚝해 섬 전역의 해안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전체가 하나의 큰 산인 셈이다. 다행히 산자락마다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동백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상록수가 울창해 식수는 풍부한 편이다.

    숲이 울창하고 해안마다 절경을 이루는 가거도는 신안군의 대표관광지인 홍도 못지않게 관광자원과 해안절경이 많다. 홍도의 풍광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의 자연은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 등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만큼 절경으로 손꼽힌다. 규모는 작지만, 항리마을 아래의 짝지해수욕장과 대리마을의 동개해수욕장 같은 몽돌해변에서는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섬의 맨 북쪽 해안에는 1907년 12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는 가거도등대가 있다. 해발 84m의 산중턱에 자리잡은 이 등대는 다른 2곳의 등대와 함께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가거도의 절경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항리마을 뒤편의 섬등반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였던 이 작은 반도는 뭍과 바다가 한눈에 조망되는 천혜의 전망대다. 네 개의 연이어진 봉우리가 바다를 향해 내달린 섬등반도에서도 맨 남쪽의 회룡산과 북쪽 끄트머리의 가거도등대에 이르기까지 가거도의 서쪽 해안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이나 해무가 깔리지 않은 날이면 신안군 최고봉인 독실산의 정상 부근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독실산 중턱에서 마을의 마지막 민가까지 지그재그로 구불거리는 찻길의 전체 윤곽도 한눈에 가득 찬다.

    한번 가면 오고 싶지 않은 곳

    1907년에 처음 불을 밝혔다는 가거도등대(왼쪽부터). 가거도에서 가장 바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섬누리민박. 잡은 돌돔을 들어 보이는 낚시꾼.

    가거도, 특히 항리마을에서의 사나흘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처럼 흘러가버린다. 선착장에 내려가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민박집 방 안에서 멍하니 창문 밖의 바다만 바라봐도 하루해가 짧을 지경이다. 언뜻 같아 보이는 바다도 볼 때마다 표정이 다르다. 보고 또 봐도 역동적인 느낌의 가거도 바다는 전혀 식상하지 않다. 그 바다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가거도까지의 왕복 17시간에 이르는 다리품조차 기꺼울 따름이다.

    여행 정보

    이것만은 꼭!

    한번 가면 오고 싶지 않은 곳

    섬등반도 아래에 뚫린 해식동굴과 비췻빛 바닷물.

    1. 따개비, 거북손 따기 : ‘삿갓조개’라고도 불리는 가거도 따개비는 두툼한 살이 쫄깃하고 담백해서 강된장을 만들거나 따개비밥의 주재료로 이용된다. 거북의 손처럼 생긴 거북손은 가거도, 흑산도, 홍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항리마을의 섬누리민박에서는 숙박 손님을 대상으로 따개비, 거북손 채취체험을 실시한다.

    2. 해상일주 : 가거도에는 정식 유람선이 없다. 배 타고 해상일주를 하려면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해 빌린 어선이나 낚싯배를 이용해야 한다. 가거도 해안에는 세찬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기암절경이 즐비해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연발하게 만든다.

    3. 바다낚시 : 가거도에 머물기는 언제나 고즈넉하고 자연풍광도 수려한 항리마을이 으뜸이다. 이곳 선착장은 초보 낚시꾼들에게도 팔뚝만한 우럭, 광어, 돌돔, 노래미 등이 곧잘 걸려드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또한 초여름에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날치잡이 그물을 걷거나 쳐보는 어로체험도 가능하다.

    4. 독실산 등반 : 가거도 전체를 조망하려면 독실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 시계가 좋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 정상에는 ‘하늘별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경찰 레이더기지가 들어서 있어 바로 아래까지 자동차 도로가 개설됐다.

    숙박

    항리마을의 섬누리쉼터(061-246-3418)는 항리마을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에 자리잡은 민박집이다. 방에서도 창문만 열면 항리마을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상쾌하다. 그 밖에 항리마을의 다희네민박(061-246-5513), 가거도항을 끼고 있는 대리마을의 미로장(061-246-4468), 남해관광리조트(061-246-5446), 혜인관광리조트(061-246-1638), 까치슈퍼민박(061-246-3430) 등도 권할 만한 숙박업소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손님이 원할 경우 식사도 차려준다.

    맛집

    섬누리쉼터(061-246-3418)에서는 우럭찜, 전복회, 노래미탕, 홍합양파볶음과 같이 진귀하고 값비싼 해물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손맛도 좋아서 음식이 맛깔스럽고 간이 잘 맞는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우와 스태프도 이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대리에는 해인식당(061-246-1522), 둥구횟집(010-2929-4989) 등의 음식점이 있으나 비수기에는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 교통

    목포→가거도/ 동양훼리(061-243-2111, www.ihongdo.co.kr)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쾌속선이 각각 홀수일(동양)이나 짝수일(남해)에 1회(목포 08:00발)씩 왕복 운항한다. 도초·비금도, 흑산도, 홍도, 상·하태도 등을 거쳐 가거도까지는 4시간30분~5시간 소요.

    섬 내 교통/ 가거도에는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걸어다니거나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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