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8

2008.06.03

줄기찬 전방위 퇴진 압력 꿋꿋이 버티는 ‘盧의 남자’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5-27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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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찬 전방위 퇴진 압력 꿋꿋이 버티는 ‘盧의 남자’

    정연주 KBS 사장

    감사원이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결정했다. 5월21일 국민감사청구위원회를 연 감사원은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시민단체들이 제기한 KBS 특별감사 청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보수시민단체는 5년간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이르는 방만 경영, KBS 직원에 대한 인사권 남용, 광우병 괴담 등에 대한 편파방송을 문제 삼아 감사원에 KBS의 특별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이 KBS를 상대로 칼을 빼든 것을 두고 정치 및 언론계에선 논란이 거세다. “사실상 정연주 사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사”(야당)라는 주장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노력”(한나라당)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주요 정치문제로 비화된 상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 사장은 정·관계, 보수시민단체들로부터 줄기차게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 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내년 9월)를 채우겠다는 견해를 밝혀온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언론권력이든, 또는 사회적 집단이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자기의 권력 확대를 꾀하든 우리는 어떤 권력에 대해, 특히 오만한 권력에 대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합니다.”(2008년 신년사 중에서)

    정 사장은 해직기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이사를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4월 KBS 사장에 올랐다. 2004년 대통령 탄핵,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에서 참여정부와 당시 여당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며 자연스레 ‘노무현의 남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반면 임기 내내 한나라당과는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5년간 줄곧 KBS를 향해 “편파방송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 사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정 사장 취임 이후 5년간 늘어난 1500억원가량의 적자도 한나라당으로선 놓칠 수 없는 공격거리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 정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느라 골몰해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을 그대로 두곤 정권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요즘 청와대의 생각”이라며 청와대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정 사장을 퇴진시키는 데 특진이 걸렸다”거나 “훈장이 걸렸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 담을 넘어 흘러나오는 이런 정황들은 KBS와 정 사장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KBS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는 그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정 사장은 과연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아니면 줄줄이 옷을 벗고 있는 참여정부 출신 공기업 수장들의 뒤를 이을까. 정 사장, 그의 전쟁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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