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2008.03.18

“올림픽 챔프 나야 나” 美·中 금 전쟁

미국 육상·수영, 중국 체조·다이빙서 초강세…3위 놓고 러시아·호주도 각축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lo54@yahoo.co.kr

    입력2008-03-12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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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챔프 나야 나” 美·中 금 전쟁

    남자 허들 110m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중국의 ‘육상 영웅’ 류시앙(왼쪽).

    올림픽 정신은 ‘참가’에 의의를 둔다. 그래서 공식적으론 나라별 순위를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경쟁을 좋아하기 때문에 각국 매스컴은 금메달을 많이 딴 순서로 종합순위를 매긴다. 몇몇 나라는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합한 총 메달 수로 순위를 따지기도 한다. 메달을 가장 많이 딴 국가에 우승컵이 수여되진 않지만 개인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메달 경쟁은 국가의 자존심과도 관련이 있다. 올림픽 메달은 ‘개인의 영광’이면서 ‘국가의 영광’이기도 한 것이다.

    올림픽 초창기 영국 프랑스 등이 ‘종합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으나 대개는 미국과 소련이 종합 1위를 나눠 가졌다. 그런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개최국 중국이 종합 1위를 노리고 있다. 만약 중국이 1위를 차지하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가 1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메달 경쟁이 치열하리라 예상된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에 역대 최다 국가가 참가하리라고 전망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한 205개국 모두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 올림픽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으로 202개국이 출전했다.

    아테네 대회 땐 금메달 수 미국이 3개 앞서

    그러나 개최국 중국과 종합 1위를 노리는 미국, 그리고 메달을 과점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상당수 참가국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202개국이 출전한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금메달을 1개라도 딴 나라는 참가국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49개국뿐이다. 동메달을 1개라도 만져본 나라도 참가국의 40%에 미치지 못하는 75개국에 그친다. 특히 스포츠 초강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이 가져간 금메달이 전체(300개)의 31%에 이르는 94개였다.



    앞서 언급했듯 베이징올림픽은 개최국인 중국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에 도전하고, 스포츠 강대국 미국이 ‘중국의 종합우승 저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에 두 나라의 우승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미국이 중국에 금메달 수 기준으로 35대 32, 즉 3개 차이로 앞섰다. 베이징올림픽엔 30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육상과 수영에서 미국의 독주를 중국이 다른 종목에서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건이다. 또 여자는 미국, 남자는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체조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가 두 나라의 총 메달 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육상과 수영에 걸린 93개 금메달 중 40%가량인 35개 안팎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고, 중국은 체조 사격 역도 다이빙 배드민턴 탁구 등에서 강세를 보이며 미국을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육상과 수영, 그리고 중국과 미국이 치열하게 경합할 체조의 전력을 알아보자.

    육상경기는 8월15~24일 베이징 북부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펼쳐진다. ‘새 둥지(Bird’s Nest)’로 불리는 9만명 수용 규모의 이 스타디움에서 28개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중 가장 많은 47개 금메달(남 24, 여 23)을 놓고 전 세계의 철각(鐵脚)들이 트랙, 필드, 도로에서 향연을 벌인다.

    지난해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07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은 금메달 14개를 휩쓸어 케냐(금 5), 러시아(금 4), 에티오피아(금 3)를 압도하면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류시앙이 남자 허들 110m에서 금메달 1개를 건졌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은 전체 메달 레이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육상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육상의 하이라이트는 남자 100m에서 인간탄환 대결을 펼칠 타이슨 가이(미국)와 아사파 포웰(자메이카)의 맞대결이다.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가이가 3관왕에 올라 완승했지만, 100m 세계기록(9초74)을 보유한 포웰이 설욕을 벼르고 있다. 여자 100m에선 오사카대회에서 사진 판독으로 우승한 베로니카 캠벨(자메이카)과 그의 라이벌 로린 윌리엄스(미국)가 다시 경합한다. 그리고 남자 허들 110m에서는 중국의 육상 영웅이자 세계기록 보유자 류시앙에 미국의 앨런 존슨이 도전한다. 만약 류시앙이 존슨에게 패한다면 중국인들은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미국은 남녀 400m와 1600m 계주 4종목의 싹쓸이를 노리고, 중국은 여자 장거리인 5000m와 1만m 등에서 금메달을 바라고 있다.

    수영 황제 펠프스 다관왕 여부도 관심사

    “올림픽 챔프 나야 나” 美·中 금 전쟁

    9관왕에 도전하는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

    수영은 물속에서 하는 경기를 통틀어 칭하는 것으로 경영과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수구의 4개 종목이 속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수영도 육상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금메달을 가장 많이 가져갈 전망이다.

    미국은 아테네올림픽 수영에서 사상 최다인 금메달 12개(전체 32개)를 목에 걸었고, 올림픽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지난해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0개(전체 40개)를 따냈다.

    지금 세계 수영계는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주목하고 있다. 펠프스는 아테네올림픽에서 6관왕을 차지했고,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7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9관왕을 노리고 있다.

    다이빙은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으로 나뉘는데, 개인전과 2명이 한꺼번에 뛰는 싱크로까지 남녀 각 4개씩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다이빙은 중국이 최강자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8개의 금메달 가운데 6개를 휩쓸었고,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전체 10개 중 단 1개만 러시아에 내주고 9개를 가져갔다.

    체조는 기계체조, 리듬체조, 트램펄린 등 크게 3종류로 나뉘어 열린다. 남녀 기계체조에 금메달 14개가 걸려 있고 리듬체조와 트램펄린에는 각각 단체전과 개인전, 남녀 개인전에 2개씩 총 4개 금메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남자부 체조는 중국의 라이벌을 찾기 어렵고, 여자부는 파워를 앞세운 미국이 중국과 대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올림픽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지난해 9월 독일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체전과 남자 개인종합, 안마, 링, 여자 도마 등 5종목을 제패했다. 미국의 거센 견제 탓에 여자부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중국은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금메달만 남녀 합해 8개를 목에 걸며 독보적인 수준을 뽐낸 바 있다.

    특히 중국 남자 체조는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열린 여덟 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1년을 제외하곤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명실상부한 최강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선 우리나라, 일본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변이 없는 한 중국은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종합과 평행봉에서 금메달이 예상되는 양웨이를 필두로 세계선수권대회 안마와 링에서 각각 3연패, 2연패한 샤오친과 첸이빙이 주축이다.

    여자부는 중국과 미국의 양강구도 속에 러시아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구권 강호들이 자존심 회복을 벼른다. 중국은 여자 단체전과 도마,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중국의 에이스는 청페이로, 세계선수권대회 도마를 3연패한 최강자다. 중국에 맞설 미국의 체조요정은 숀 존슨이다. 존슨은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역동적인 몸짓과 탄력으로 단체전, 개인종합, 마루운동에서 우승하며 미국이 금메달 4개로 중국과의 체조 전쟁에서 완승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은 일본·프랑스·영국 등과 10위 진입 다툴 듯

    심판의 지역별 분포에서 유럽세가 두드러진다는 점 때문에 체조에서 유럽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카탈리나 포노, 스텔리아나 니스토(이상 루마니아), 바네사 페라리(이탈리아), 크세냐 세메노바(러시아) 등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도 이름값을 해낼지 주목된다. 특히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단체전, 이단 평행봉, 마루운동에서 3관왕에 오른 포노의 재기 여부가 팬들의 관심을 끈다.

    중국은 배드민턴에 걸린 5개의 금메달 가운데 최소 4개, 탁구는 4개 모두, 사격에서 8개 이상, 역도에서도 6개 이상, 그리고 복싱 레슬링 유도 등 개인종목과 구기종목을 포함해 40개 넘는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미국도 아테네올림픽 때보다 7개 이상 많은 42개 안팎의 금메달을 바라고 있어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과 미국의 종합 1위 대결은 40개 안팎의 금메달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종합 1위를 노린다면, 러시아는 최근 강세를 보이는 호주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를 수성(守城)하려고 한다.

    아테네올림픽 때 러시아는 27개 금메달을 비롯해 모두 92개의 메달을 땄고, 호주는 17개 금메달을 포함해 49개의 메달을 땄다. 그러나 호주가 최근 수영 등에서 강세를 보여 러시아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톱10’을 노리는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쿠바 우크라이나 헝가리 루마니아 등과 톱10 진입을 놓고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올림픽 ‘톱10’은 금메달 10개를 획득하면 안정권이다. 우리나라는 양궁 태권도가 주종목이고 일본은 유도, 쿠바는 복싱, 루마니아는 조정, 이탈리아는 펜싱을 ‘금메달 밭’으로 여긴다. 아테네올림픽 때 일본은 유도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휩쓸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15위, 금메달 5개)보다 10단계 오른 종합 5위(금메달 16개)를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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