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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 ⑧

맡아 기른 가족愛 두 뼘 부쩍 큰 아이들

위탁양육 든든한 사랑의 울타리 … 가정해체 예방 적극적인 봉사 실천

  •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맡아 기른 가족愛 두 뼘 부쩍 큰 아이들

맡아 기른 가족愛 두 뼘 부쩍 큰 아이들
내일 모레면 아쉬운 작별의 날. 재롱둥이 막내가 ‘친엄마’ 품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엄마’ 이미향(44) 씨는 오늘 형준(가명·4세)이의 옷가방을 꾸렸다. 지난해 9월 처음 집에 데려올 때는 달랑 한 개였던 짐 보따리가 6개월 사이 네 개로 늘어났다. 거실 바닥에 장난감을 잔뜩 늘어놓고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는 아이 모습이 떠난 뒤에도 한동안 눈에 밟힐 것 같다.

“아프거나 다친 데 없이 무사히 보내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고 큰 보람이라고 생각하지요.”

이씨는 지난해 어린이재단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032-866-1226)를 통해 형준이의 위탁부모가 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친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일정 기간 양육해주는 위탁가정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 TV 프로그램을 보고 알았다.

“예전부터 무료급식이나 독거노인 돌보기, 보육원 방문 같은 일을 계속 해왔어요. 위탁양육은 아무래도 한 차원 더 적극적인 봉사라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시간을 몇 시간 쓰면 되는 일반 봉사활동과 달리 위탁양육은 온 가족의 동의와 협조를 얻는 게 필수다. 위탁가정 신청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자, 늘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남편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들 원종(15)과 딸 예린(13)은 망설이지 않고 찬성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무료급식소에 데려가곤 했어요. 지금도 그때 경험을 자주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게 아이들 정서에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 가족 동의와 협조가 필수조건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가 연결해준 형준이의 친엄마는 이혼 후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어려움을 겪다가 위탁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공장 일을 하면서 야근이 잦은데 그럴 때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형준이를 처음 집에 데려오던 날 이씨는 ‘아이에게 우리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는 괜한 염려였다. 형준이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씨 부부를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친엄마를 찾으며 우는 일이 없었다고. 그 엄마와 이 엄마가 다르다는 사실은 아는 눈치인데도 그랬다. 처음 왔을 때 며칠 동안 새벽에 잠을 깨 보채는 모습을 보고는 ‘혹시 친엄마를 찾는 건가’ 싶어 마음 한구석이 아렸지만 곧 아이는 잠 잘 자고 밥도 잘 먹으며 건강하게 자랐다.

인천시에는 형준이처럼 비(非)혈육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는 아동이 68명(56가구) 있다(2007년 12월 기준). 친부모의 질병이나 가출, 사망 등으로 조부모, 친인척, 이웃이나 비혈육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씨처럼 위탁가정을 신청하는 집이 많아진다면 가정의 울타리가 파손됐을 때 아이들이 비바람 맞으며 오래 떨지 않고 곧 의지할 피난처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이현정 사회복지사는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아이 양육을 맡아주면 친부모들이 가정을 복구하는 데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위탁가정은 가정 해체를 예방하는 보루 구실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위탁양육의 최종 목적은 친가정의 자립과 기능 회복이기 때문에 보호 기간 동안 위탁부모와 친부모의 협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이씨는 형준이를 한 달에 한 번씩 친엄마 집에 보냈다.

“서로 다른 환경을 오가다 보면 아이가 좀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탁양육의 목표는 아이가 회복된 친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양육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형준이 친엄마는 재혼을 하고 주거환경을 좀더 나은 곳으로 옮기게 됐다면서 애초 약속한 1년보다 아이를 일찍 데려가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처음 이씨의 집에 왔을 때는 ‘엄마’ ‘아빠’ ‘맘마’ 정도의 간단한 말만 할 줄 알던 형준이는 여섯 달 만에 말이 무척 늘었다. 잠잘 때 차던 기저귀도 이씨 집에 와 있는 동안 뗐다.

낯선 환경이 불안해서인지 “어린애가 어떻게 저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지” 이씨 부부를 걱정하게도 했지만, 두어 달 지나면서 폭식 습관은 없어졌다. 칭얼대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아이다운 의사소통과 자기표현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보람이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인 6개월 동안 아이는 이씨 가정의 안정된 보호와 애정을 생명수 삼아 무럭무럭 자랐다.

‘공동의 책임’ 어느 때보다 단단히 뭉친 가족

변화는 형준이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다. 이씨 가족은 아이를 돌본다는 ‘공동의 책임’으로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뭉치게 됐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 아빠와 떨어져 ‘따로 노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형준이가 온 뒤로는 공통의 화제가 있어선지 가족 간 대화도 많아졌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지난 주말엔 형준이를 데리고 가족 모두 아빠가 좋아하는 바다낚시를 다녀왔다. 식구들이 탄 배가 굉음을 내며 출발하자 뱃전에 물보라가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걸 보고 무섭다며 형준이가 울어대 누나 예린이가 안고 달래줘야 했다.

하룻밤 자고 나오는 길에는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물보라를 보고 까르륵대며 웃는 아이를 보면서 이씨는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엔 무섭고 낯설기만 한 많은 것을 네 안에 받아들여 삶을 살찌우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것을 아가, 너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우리 집에 와서 처음 서로를 알아가느라 힘들었던 날들이 지금은 소중하고 그리운 추억이 되었듯이.’

위탁양육 관련 사이트



■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www.fostercare.or.kr

■ 어린이재단(옛 한국복지재단) 가정위탁지원센터 www.fos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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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8.03.18 627호 (p60~61)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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