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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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나눌수록 기업도 커진다”

한화 김승연 회장 “봉사활동 지속” 선언 … 그룹 모두 참여, 올해는 시간과 프로그램 더 늘려

  • 이임광 자유기고가 llkhkb@yahoo.co.kr

    입력2008-02-25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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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과 나눌수록 기업도 커진다”

    충남 태안 원유 유출 현장에서 기름 수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화그룹 직원들.

    “명령받은 시간을 다 채운 뒤에도 그룹 사회봉사단과 함께 봉사활동을 계속하겠습니다.”

    200시간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얼마 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100시간을 넘기고 한 말이다. 김 회장은 한 달 넘게 오전에는 중증 병세의 노인들을, 오후엔 불우 아이들을 보살펴왔다.

    새해 경영일선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사회공헌’을 올해 핵심 경영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영진도 바쁘게 움직였다. 설을 맞이해 한화그룹 서울지역 신임 임원 39명이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100명을 일일이 방문해 ‘복(福) 떡국 주머니’(떡국 떡·사골곰탕·밀감·생필품 세트)를 전달했다. 이어 인근 노인정에서 떡국과 설음식도 대접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화그룹은 신임 임원 사회봉사활동을 연례화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의 사회봉사활동은 창립 50주년이던 2002년부터 본격화됐다. 2005년까지 전국 90여 개 공부방을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400개가 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창립 55주년 때는 ‘한화사회봉사단’을 창설했다. 계열사의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이 봉사단은 현재 그룹의 사회 환원 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기관, 지역·시민 단체들과 협력하며 계열사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 중이다.



    하부 조직으로는 23개 계열사 봉사단과 산하 280여 개 자원봉사팀이 있다. 전체 인원만도 2만5000명에 이른다. 봉사단의 중점 사업은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과 저소득층 여성과 노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적인 교육과 컨설팅으로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웃과 나눌수록 기업도 커진다”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중증 병세 노인을 돌보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단순 기부 아닌 참여형 사회공헌활동 지향

    한화그룹은 임직원의 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유급 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무시간 중에도 언제든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06년엔 연간 3만2000명의 임직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의 기부로 ‘밝은 세상 만들기 기금’도 조성하는데, 회사가 임직원 기부액의 150%를 추가로 출연할 만큼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을 지향한다”며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매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화그룹은 또한 계열사별, 지역 사업장별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1문화재 1지킴이’ 1호 기업인 한화리조트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비롯해 전국 13개 문화재를 대상으로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과 ㈜한화 여수공장 임직원들은 교통이 불편한 남해안 낙도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화건설과 한화종합화학은 저소득층 가정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냉난방 시설을 교체해주고 있다. 대한생명이 진행하는 ‘해피 프렌즈’도 주목받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이 체계적인 자원봉사교육과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한화그룹은 특히 아동사회복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동권리 보호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 코리아’와 공동으로 전국 아동양육시설과 장애아동 복지시설 48개를 선정해 후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연간 1400여 명의 장애·비장애 아동과 한화 임직원 3000여 명이 어우러진다. 저소득층 아동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과 함께 국내 저소득층 아동에게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전국 14개 저소득층 아동시설에서 연간 500여 명의 아동이 참여하고, 1000여 명의 임직원이 아이들의 친구이자 사회적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학기간에는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전국 저소득층 아동 200명을 대상으로 ‘신나는 예술캠프’도 개최하고 있다. 미술 연극 음악 국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년 오지의 초등학교 어린이 300명을 초청해 교향악 축제 관람을 비롯해 63빌딩 국립박물관 경복궁 청계천을 관람하게 하고 있다.

    “이웃과 나눌수록 기업도 커진다”
    북한 어린이도 지원한다. 매년 북한 어린이들의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과 어린이 시설 보온·단열 자재와 물품을 보내주고 있다. 서울역에 기증한 ‘아름다운 가게’ 25호점도 잘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 사업장을 통해 ‘움직이는 아름다운 가게’도 열어 자원 재활용과 나눔 철학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또한 2000년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점자달력 3만 부를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돋보인다. 2000년부터 시작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매년 2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국내 최대 축제로 발전했다.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 역시 국내 20여 개 교향악단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클래식 음악축제로 커졌다.

    청소년 음악회도 후원하고 있다. 본사 사옥을 중심으로 청계천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만드는 예술행사는 2006년 ‘한국메세나대상’을 받기도 했다.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지방도시에 소개하고, 지역 주민이 즐길 수 있게 순회 음악회도 열고 있다.

    공격적 투자계획 발표, 글로벌 전략 가속도

    자원봉사와 도시-농촌 간 교류에도 활약이 대단하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2004년 폭설, 2006년 강원지역 폭우 때 피해 복구에 앞장섰다. 한국YMCA 전국연맹과 함께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도·농 교류 캠프도 열고 있다. 전국 10여 개 농촌 마을에서 진행하는 이 캠프는 도시 어린이들에게 농촌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구실을 한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매년 2만3000명 정도가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임직원 사회봉사 참여율을 지난해의 70%대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봉사시간도 지난해의 10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하는 한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400개에서 600여 개로 늘리기로 했다.

    김 회장은 사회봉사활동 경험을 통해 경영에서도 활력을 되찾은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귀국한 뒤 곧바로 사회봉사명령 수행에 들어간 그는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최웅진 한화L·C 사장을 비롯해 84명의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도 발표했다. 회장이 적극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자 그룹 전체가 탄력을 받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전략도 본궤도에 올랐다. 올해 지속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내에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각오다. 이를 위해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해외진출 전략을 집중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는 봉사정신은 기업 경영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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