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4

2008.02.26

센테니얼 야구단 진루 사인 불안

야구 신경영 ‘팀 스폰서십’ 처음 시도하는 모험 … 메인 스폰서 실체 있어야 의혹 해소

  • 박동희 스포츠 2.0 야구 기자 dhp1225@naver.com

    입력2008-02-20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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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테니얼 야구단 진루 사인 불안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센테니얼 이장석 대표(오른쪽)와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1월30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현대 (유니콘스) 인수기업을 소개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신 총재가 이날 발표한 인수기업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사’. 현대 유니콘스 인수건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기업들에 비해 지명도가 크게 떨어졌다. 아니, 지명도 자체가 없었다. 취재진 사이에서 “센테니얼이 어디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신 총재도 이를 의식했는지 “센테니얼은 인수합병(M·A) 전문기업”이라고 말했지만 더는 설명이 어려웠는지 옆자리에 있던 센테니얼 이장석(42)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름도 생소한 투자 전문 회사가 뜬금없이 프로야구에 뛰어든 점도 의문이었지만, 한 해 150억원이 족히 들어가는 운영비를 어떤 식으로 조달할지도 관심사였다. 이 대표는 “야구단을 소유하지만 팀 이름은 스폰서 기업명을 사용하는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센테니얼이 내세운 네이밍 마케팅은 스포츠 마케팅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미국은 1900년대부터 네이밍 마케팅을 시도했다. 야구가 가장 빨리 도입했는데, 1902년 메이저리그 뉴욕 자이언츠는 한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고 유니폼 상의에 건설사 로고를 새기려고 했다. 일이 꼬여 막판에 무산되긴 했지만, 이후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유니폼은 이동식 광고판이 됐다.

    네이밍 마케팅으로 150억원 조달



    1980년 이후에는 주로 구장 이름을 팔았다. 막대한 구장 건설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맥주회사 쿠어스의 이름을 땄다. 김병현의 친정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 ‘체이스필드’는 체이스은행이 돈을 댔다.

    그러나 센테니얼이 주창한 네이밍 마케팅은 앞선 사례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를 달거나 구장 이름을 판다는 게 아니라, 아예 구단 이름을 파는 ‘팀 스폰서십’을 하겠다는 것이다. 4종목 이상의 프로스포츠가 공존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는 모험이다.

    그렇다면 ‘팀 스폰서십’은 메인 스폰서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마케팅일까. 수도권 모 구단의 관계자는 “1990년 LG가 MBC 청룡을 인수하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며 “만일 야구단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LG를 럭키금성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그룹 개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 내에서는 야구단을 통한 그룹 홍보 효과를 한 해 1000억원 수준으로 잡았다.

    그러나 프로야구단을 통한 홍보 효과가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홍보대행사의 대표는 “7개 구단의 모그룹은 알려질 만큼 알려진 대기업이다. 글로벌 기업도 있다. 프로야구단에 150억원을 쏟아붓느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상위팀 유니폼에 광고를 하는 게 훨씬 저렴하고 홍보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프로야구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방구단의 한 단장은 지난해 중반 추가 예산안을 들고 모그룹 계열기업 사장실에 찾아갔다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직접 가입금 내겠다” 자신감

    “예전 같으면 예산안을 보고 고개만 끄덕이셨을 분이 갑자기 ‘자네는 염치도 없나’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자네들이 백날 말하는 홍보 효과야말로 경영의 적이자 구조조정 1호 대상’이라고.”

    2000년대 초, 프로야구단을 소유한 한 기업의 경제연구소에서 구단 가치와 홍보 효과를 조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마다 프로스포츠단의 경제가치를 발표하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를 따라할 요량이었다. 내심 프로야구단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명했다. 구단 가치는 고사하고, 홍보 효과조차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센테니얼 측이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주장한 메인 스폰서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박노준 단장은 2월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개 기업과의 협상에 다소 차질이 빚어져 발표가 늦어진 것일 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늦어도 2월19일까지 메인 스폰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센테니얼의 메인스폰서 협상 대상으로는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 홍콩계 기업과 일전에 현대 인수를 시도했다 발을 뺀 KT, STX가 유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약 센테니얼이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야구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현대 유니콘스 인수가 무산되는 것이다. 현재 센테니얼은 최악의 경우 직접 가입금을 내겠다는 태도다. 운영비도 2년간은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자신감은 센테니얼의 실체와 관련이 깊다.

    센테니얼 이 대표를 잘 아는 재계의 한 인사는 “센테니얼의 자본금 5000만원과 그간의 실적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의혹을 사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한 예로 “현대 하이닉스 매각 당시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센테니얼의 실질적인 자금줄로 꼽히는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안진회계법인의 박성일 고문, 사업가 이명희 씨가 이 대표의 프로젝트에 수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대 유니콘스 인수 때도 어느 정도 자금을 대기로 했을 것”이라면서 “이 대표 혼자 유니콘스 인수를 계획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초대 재정경제부 차관이던 이모 씨의 3남1녀 중 막내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메인 스폰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가 주창한 야구단 신경영도 메인 스폰서가 중심이다. 자기 돈을 쓰기보다 남의 돈을 끌어다 사업적 성공을 거두려는 투자 전문가의 속성상 메인 스폰서가 요원해지면 발을 뺄 가능성도 크다. 여전히 현대 유니콘스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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