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반면, 품질은 대체로 균일하다. 고기에서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은 적다. 털과 부리를 제외하면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으며, 손질이 어렵지 않고 요리법도 다양하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섭취를 금하거나 지리적 이유로 사육이 어려운 경우가 거의 없어 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기다.
닭고기 공화국, 전국적인 ‘치킨 인프라’

살을 발라낸 닭뼈는 훌륭한 육수 재료다. 소나 돼지의 뼈에 비해 기름이 적게 우러나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며, 닭 외 다른 요리에도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내장으로는 간, 염통(심장), 모래주머니(똥집, 근위)를 주로 먹는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 크기가 작지만 식감, 맛, 풍미는 제각각이다. 위나 창자 등 기타 내장으로 맛을 살리는 요리가 있으며, 연골이나 볏으로 하는 음식도 있다. 한국 닭내장탕, 일본 연골 꼬치구이, 이탈리아 닭 볏 리소토가 쉬운 예다.

닭은 특정 지역의 아이콘 기능도 한다. 세대를 넘어 낭만의 도시로 꼽히는 강원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지 않고 오면 마음이 허전하다. 커피의 도시인 강원 강릉은 닭강정의 명소라는 명찰을 하나 더 붙였다. 서울 동대문은 닭 한 마리와 찌그러진 냄비로 아시아관광특구로 자리 잡았다. 경기 수원에는 가마솥에서 튀기는 통닭집이 골목을 이루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경북 안동의 찜닭 골목은 어느새 전통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똥집 튀김은 발원지인 대구에선 빛을 잃었지만, 전국으로 퍼져나가 애주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전남 해남에서는 3kg에 달하는 토종닭을 부위별, 조리별로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코스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이북 사람은 그리운 맛을 되새기며 만두를 빚거나 초계탕을 내세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계곡을 낀 산 어귀에는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백숙집들이 자리한다. 하얗게 불태운 야근을 위로하는 포장마차에서는 1년 365일 닭똥집이 기다린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주문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더라도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엄청난 ‘치킨 인프라’다.
조류독감? 지금이 즐길 때

그런데 닭은 왜 독감에 걸렸을까. 사람 사이에도 늘 독감은 존재한다. 함께 사는 사이라도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멀쩡하다. 사람은 유행성 질병에 걸리지 않고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음식 섭취와 휴식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며, 제 몸과 환경을 깨끗하게 가꾸려 노력한다. 그런데 사람이 만약 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똥을 밟고 채광과 환기가 안 되는 곳에 살면서 옆 사람과 24시간 살을 맞대고 앉지도 눕지도 못한다면 어떨까. 근친 교배가 일어나고 섬유질이나 미네랄이 부족한 화학적 가공식품만 먹고 산다면 어떨까. 병에 걸릴 틈도 없이 금세 죽을 것이다.
미식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음식의 뿌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돼 내 앞에 놓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식품 문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견제하고 우려하는 마음과 태도가 절실할 때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치느님’이 어느 순간 끔찍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AI 발생이나 감기 걸린 닭이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것에 비해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닭고기 요릿집△‘평래옥’(초계탕, 닭무침) 서울 중구 마른내로 △‘영양센터’(통닭구이, 삼계탕) 서울 중구 명동2길 △‘다락 투’(닭곰탕, 닭칼국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쿠시무라’(연골 등 닭꼬치구이)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토담 숯불닭갈비’(닭갈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원조장수통닭’(닭 한 마리 코스요리)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수원 통닭골목’(통닭튀김) 경기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1가 △‘안동 찜닭골목’(찜닭) 경북 안동시 번영1길
주간동아 1073호 (p11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