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경제

위조지폐 딱 걸렸어!

국과수, 일반용·수사기관용 앱 배포…자외선 쏘는 특수카메라와 연계해 위폐 찾아내

  • 윤융근 기자 yamye@edaily.co.kr

    입력2017-01-23 18:21:5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JA0896631K 292장, HD0969984D 287장, HL0948454F 280장.’

    한국은행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동일번호의 5만 원권 위조지폐가 지금까지 얼마나 발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조지폐 기번호 검색’ 서비스에 접속해봤다. 이 서비스에 위조지폐가 의심되는 번호를 적어 넣고 5만 원, 1만 원, 5000원, 1000원권 가운데 하나를 입력하면 위조지폐 여부가 곧바로 판명 난다. 물론 이미 적발된 위조지폐는 확인할 수 있지만 새로 등장하는 위조지폐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원화 위조지폐 발견 현황’에 따르면 위조지폐는 2013년 3588장, 2014년 3907장, 2015년 3293장 발견됐다. 특히 5만 원권은 2013년 84장에서 2015년 2169장으로 급증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위조지폐 제작

    위조지폐 유통은 경제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다. 위폐범은 위폐 여부를 알기 어려운 심야시간대에 시장, 택시, 편의점 등에서 5만 원권 위조지폐로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을 받는 수법을 주로 쓴다. 1월 15일에도 10대 청소년 6명이 경북 안동과 영주지역을 오가며 편의점 등에서 위폐를 사용하다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이 복합기, 가위 등을 이용해 만들어둔 5만 원권 21장과 1만 원권 10장도 압수했다.



    일반적으로 위조지폐는 스캐너나 컬러레이저복합기를 이용해 클릭 몇 번만 하면 만들 수 있다. 물론 얼마나 정교한지가 관건. 최근에는 담뱃갑 속 은박지를 이용해 은선을 정교하게 모방하거나 진짜 돈을 조각내 붙여 위조지폐 대여섯 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조지폐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위조지폐 범죄는 처벌이 무겁다. 화폐를 위·변조하면 형법 제207조에 의거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또한 위조지폐를 취득하거나 위조지폐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용하면 형법 제208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고, 위조지폐를 만들기 전 예비나 음모를 하다 적발돼도 형법 제213조에 의거해 5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한국은행은 최근 위조지폐를 근절하고자 손을 잡았다. 두 기관은 공동으로 위조지폐를 구분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았는데, 일반 국민용과 수사기관용 위조지폐 식별용 앱두 가지 버전이다.

    일반 국민용 ‘알기 쉬운 위조지폐 확인법’ 앱은 지난해 12월 19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됐다. 이 앱은 이용자가 5만 원, 1만 원, 5000원, 1000원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안내에 따라 실행하면 위조 여부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해놓았다. 앱에는 ‘비추어 보기’ ‘기울여 보기’ ‘만져 보기’ 등 위조지폐 식별 요령도 담겨 있다.

    먼저 ‘비추어 보기’는 지폐를 빛에 비춰 보는 것이다. 지폐 왼쪽에 위치한 숨은 그림,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태극무늬를 완성하는 앞·뒷면 맞춤 등으로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

    ‘기울여 보기’는 지폐의 기울임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위조 여부를 판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지폐를 기울이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기울여보면 각도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홀로그램, 숨겨진 숫자가 드러나는 ‘요판 잠상’ 등에 관한 안내가 나온다.

    수사기관용 앱은 위조지폐 식별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사건 현장에서 직접 범인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개발됐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위조지폐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국과수 측에 위조지폐가 맞는지 감정을 요청했다. 감정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이를 판독해 회부하는 데 대략 2주가 걸려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사기관용 앱을 사용하려면 현장에서 위조지폐 여부를 곧바로 식별할 수 있는 별도의 카메라를 스마트폰에 장착해야 한다. 국과수가 카메라 렌즈 전문생산업체에 의뢰해 1년여 만에 만든 이 소형 카메라에는 지폐 확대와 축소 기능은 물론, 일반 광원 및 자외선 광원 렌즈가 탑재됐다.



    자외선으로 촬영하니 형광물질이 선명

    수사기관용 앱을 통해 눈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운 진짜 1만 원권과 가짜 1만 원권 등 2장을 구별하는 법을 알아봤다. 먼저 스마트폰에 장착한 카메라의 일반 광원으로 1만 원권 홀로그램을 확대했다. 진짜 1만 원권을 기울여보자 한반도 지도와 태극문양, 건곤감리, 숫자 10000이 차례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똑같이 가짜 1만 원권을 기울여봤지만 홀로그램을 흉내만 냈을 뿐 이런 문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앱에 ‘본 지폐는 위조가 의심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번에는 자외선 광원 기능을 이용해 진짜 1만 원권에 담긴 세종대왕 어깨 부위를 확대 촬영했다. 복잡하게 연결된 지폐문양 사이로 형광물질이 확연히 드러났다. 곧바로 ‘본 지폐는 한국은행권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가짜 1만 원권도 똑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어디에서도 형광물질이 드러나지 않았다.  

    강태이 국과수 디지털분석과 공업연구관은 “그동안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보내온 진폐와 위폐 이미지 수십만 건을 수사기관용 앱이 구별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왔다”면서 “수사기관용 앱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똑같은 ‘딥 러닝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훈련을 거듭하면 위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올해 상반기 수사기관용 앱과 함께 스마트폰 장착용 특수카메라를 경찰청, 관세청 등에 시범적으로 보급한다. 6개월 동안 문제점 해결과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일반인에게도 보급할 예정이다. 손안의 스마트 세상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