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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에선 찬성 본선 생각하면 반대?

사드 배치 둘러싼 야권 대선주자들의 딜레마

  • 이승원 시사칼럼니스트 mcleesh@gmail.com

당내 경선에선 찬성 본선 생각하면 반대?

당내 경선에선 찬성  본선 생각하면 반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험 발사 장면. [동아DB]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이른바 ‘보혁갈등’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철저한 군사적·외교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 중차대한 문제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사드의 대북억제력, 효용성 평가는 국내외 군사전문가 사이에서도 다른 게 사실이다. 이럴수록 냉철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이지만, 지난해 국방부도 모르게 진행된 청와대의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공식화 이후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문제로 둔갑해버렸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의 기습적인 정책 결정이 국내 여론을 어떻게 분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탄핵정국 이후 사드 반대여론 늘어

현재 대선주자들이 사드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적 소신도 있겠지만, 당장 상반기로 예상되는 대선(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전제)에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민심, 탄핵정국 등을 감안하면 현 정치지형이 야당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지형은 역설적으로 야당 잠룡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야당 대선후보의 난립(?) 속에서 당사자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표를 끌어모아야 하고, 이 문제는 결국 확장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기존 야권 지지자 외 중도층과 무당파는 물론, 심지어 촛불민심에 동참한 기존 여권 성향 지지자까지 겨냥해야 하는 복잡한 함수가 생긴 것이다. 전통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서는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지만 표의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유권자, 즉 보수층의 표심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8일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 몇 차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스스로를 새누리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사람 상당수와 일부 무당층이 사드 배치에 찬성했다. 7월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사드 배치 찬성이 44.2%로, 반대 38.6%보다 5.6%p 더 높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여부는 ‘필요하다’(51.1%)가 ‘불필요하다’(34.0%)보다 훨씬 많았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뤄진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달라진 여론 흐름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조기 배치’ 응답이 33.8%, ‘배치 반대’가 26.7%, ‘차기정부가 배치 여부 결정’이 24.8%로 각각 나타났다. ‘잘 모름’은 14.7%였다. 여전히 정부는 예정대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의 과반은 ‘반대’ 또는 ‘차기정부에서 결정’(51.5%)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차기정부 결정’이 반드시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이전과 같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사드 배치를 반대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지만 ‘반대’를 주장해온 후보들이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사드 찬반 여부만 놓고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일부 중도보수층 표심에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반대나 유보 여론이 당장의 탄핵국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조사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야권 후보의 발언은 최근 들어 조금씩 진화 혹은 변화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고민 혹은 각각의 정치 지형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야권 후보들, 깊어지는 고민

당내 경선에선 찬성  본선 생각하면 반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는 1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사드는 이미 한미 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취소해야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실이 많다면 미국과 다시 협의해 결정을 바꾸는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외교적 노력이 성공해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해주거나 반대가 최소화된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 가운데 하나로 사드 배치를 그대로 해나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틀 전 한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여야 모두 “말 바꾸기”라며 문제 삼자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안보 이슈를 공격 무기로 삼아온 여권은 당장 반박에 나섰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재검토→차기정부 결정→쉽게 취소하기 어렵다’로 계속 바뀌어 혼란을 가중한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비판은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국민, 특히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국은 우리의 최대의 동맹국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우방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탄핵국면에서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재명 시장, 그리고 한없는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서로 다른 처지지만 각자의 이유로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야 하는 이 시장과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박 시장은 모두 ‘사드 반대’라는 입장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에서 결을 다소 달리하는 사람은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안 지사는 1월 18일 한 강연회에서 “국가 간 약속 행위의 한 부분”이라면서 “협상은 협상대로 존중하면서 문제의 핵심인 북핵 문제를 처리하려면 남북 간 대화를 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수용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야권 성향과 여권 성향의 지지자가 혼재된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속내는 복잡하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사드 배치 발표 직후 국민투표 실시 및 국회 비준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일단 정부 간 약속한 협약에 대해선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없던 것으로 뒤집는 건 힘들다”며 한 발 물러섰다. 문 전 대표와 비슷한 입장 변화지만 최근 지지율이 이재명 시장에게도 밀리면서 여권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여권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사드 맨’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와 연결이 없을 것, 북한 핵 대응용으로만 사용할 것, 북핵 방어용으로 제한된 사양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것’ 등 3가지 조건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상당히 의식한 발언이다. 

보수성향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1월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그는 “사드는 순수하게 방어용이다. 얼마든지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안보는 ‘두 번 다시’가 없다. 경제나 사회 정책은 하다 안 되면 바꿀 수 있는데 안보는 한번 놓치면 끝”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되더라도 엄청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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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월 15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드 배치는 국내의 정치적 유불리는 둘째 치고, 우리나라 외교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사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방부가 ‘이례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전방위적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월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중국 군용기들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폭격기 6대, 조기경보기 1대, 정찰기 1대 등 10여 대였다. 이같이 노골적인 경고성 무력시위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외교로 해결이 안 될 때는 군사 행동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적 도발 이전부터 중국 정부는 강도를 높이며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중국 검역당국이 한국산 화장품을 무더기로 반품 처리하는가 하면, 한국 연예인 출연 및 한국 드라마 방송 중지, 한국행 여행객 제한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산 전자양변기(비데)까지 무더기 불합격 처분을 내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대(對)중국·홍콩 수출 비중은 약 31.8%(2015년 기준)로, 대미 수출(13.3%) 및 대일 수출(4.9%)보다 훨씬 크다. 사드 배치 발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이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돼 있다.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들만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북핵과 미사일 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과 북한이 사드 배치를 계기로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의 가장 큰 명분은 바로 북핵 위협이었지만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북한 김정은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사드 배치 철회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국들의 반발 와중에 국내 여론은 분열할 공산이 크고 더욱더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동아 2017.01.25 1073호 (p36~38)

이승원 시사칼럼니스트 mclee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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