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9

2016.12.28

안병민의 일상경영

고객행복 마케팅

아주 특별한 송년회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6-12-23 1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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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수리를 마치고 출고하려는데 블랙박스에 연결된 지저분한 선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이런 경우 손님이 수리를 요청한 부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다 괜히 건드렸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냥 두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요.”

    대전에서 자동차정비소 ‘새천년카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선호 대표의 말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지저분한 선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더니 손님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수리를 부탁한 부분은 확인하지도 않고 선을 정리해준 것에 연신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짓더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 손님은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다시 정비소를 찾았습니다.

    이처럼 ‘고객행복’이라는 마케팅의 본질을 실천하고 있는 김선호 대표와는 벤처기업협회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할 때 인연을 맺었습니다. 어느 날 김 대표가 제게 회사 종무식을 겸한 송년회에서 특강을 해달라며 부탁해와 기꺼이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역까지 마중 나온 김 대표와 함께 그가 운영하는 정비소로 갔습니다. 1층엔 자동차 정비 공간, 2층엔 고객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레일 조명이 은은하게 감싸안은 테이블 옆으로 커다란 책장에는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이곳은 ‘열린 책방’으로 정비소 이용 고객뿐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독서 공간이랍니다. 김 대표의 또 다른 고객행복 마케팅입니다.

    저녁 6시, 김 대표 부부가 준비한 송년회가 시작됐습니다. 참석자 명찰과 새해 소망을 적어 붙일 수 있는 메모보드, 행사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포스터와 예쁜 크리스마스트리, 직접 고른 알록달록한 초밥 스타일의 도시락과 크리스마스 시그니처 와인까지, 모든 게 김 대표 부부의 작품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송년회 진행도 직접 맡았습니다. 크지 않은 조직이니 이런 일은 오롯이 대표 몫이지만 기꺼이 즐겁게 하는 가욋일이라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알고 보니 이 송년회는 정비소 직원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초대한 또 다른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내 삶의 행복한 경영’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우수직원 시상에 이어 선물 교환 순서. 행사가 진행된 3시간 동안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정비소를 창업한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대표가 기획하고 준비한, 그야말로 특별한 송년회였습니다.



    마케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고객행복이란 철학으로 내 삶의 고객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내 일과 내 삶을 즐기니 매출이 따라옵니다.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강의를 듣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통해 ‘김선호’와 ‘새천년카클리닉’이라는 브랜드가 한 뼘은 더 자랐으리라 확신합니다. 만삭의 몸으로 남편을 도와 송년회를 준비한 아내, 그의 얼굴에 넘치는 평화로운 미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상 바람은 차가워도 마음만은 따뜻하던, 특별한 송년회 참석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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