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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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는 21세기판 맥아더와 패튼을 원한다

장관으로 사병 출신 해병 대장 매티스와 켈리 발탁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6-12-16 18: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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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전직 장성을 잇달아 발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금까지 낙점한 인물 가운데 장군 출신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이다. 매티스와 켈리는 해병 대장, 플린은 육군 중장 출신이다. 또 장군은 아니지만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위로 걸프전에 참전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도 군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가장 위대한 전투 지휘관

    미국 언론은 이들의 발탁에 대해 ‘전시 내각’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 파괴’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지나치게 강경파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야당인 민주당도 탁월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6·25전쟁 이후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전투 지휘관’으로 불리는 등 ‘장군 중 장군’이란 말을 들어왔다. 1968년 고교 졸업 후 사병으로 해병대를 제대한 그는 센트럴워싱턴대에서 학군단(ROTC)을 거쳐 해병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하면서 전투 경험을 쌓은 그는 해병 1사단장이던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바그다드 진격이 늦다며 제1연대장을 전격 해임하기도 했다. 강한 카리스마와 직선적이고 거친 화법 때문에 ‘미친 개(mad dog)’란 별명이 붙은 그는 제1해병원정군 사령관, 합동군 사령관, 중부 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2013년 전역했다. 그는 ‘손자병법’과 ‘전쟁론’은 물론, 남북전쟁 영웅인 율리시스 그랜트의 전기를 비롯한 각종 병서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 7000권의 책을 독파한 독서가이자 사상가로도 유명하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 군에 대한 열정, 학문 및 사상에 대한 깊은 탐구심을 보여줘 ‘승려 전사(Warrior Monk)’로 불리기도 한다.

    매티스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이란과 핵협상을 반대해왔다. 그는 “이란과 협상해 얻어낸 것은 핵개발 일시 정지일 뿐 중단은 아닌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티스는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오바마 정부가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태동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 정권을 이란 정권처럼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2013년 상원 청문회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군 확대를 주장했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견제할 정책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와 면담에서 “테러리스트를 고문하기보다 담배 한 갑과 맥주 한두 잔으로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낫다”는 논리로 고문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했을 경우 국방장관이 확실시되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은 “매티스는 존경받는 군사적 사상가”라고 극찬했으며,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라고 호평했다. 의회는 그가 국방장관이 될 수 있게 군인은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에 오를 수 있다는 인사 규정의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예외가 적용된 인물은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임명한 육군참모총장(대장) 출신인 조지 마셜 국방장관밖에 없다.



    사병에서 대장까지 역임한 무골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도 사병 출신으로 대장까지 역임한 무골(武骨)이다. 1970년 해병대에 입대해 72년 하사로 전역했다. 이후 보스턴대에 진학했고 76년 해병 소위로 임관했다. 제1사단 부사단장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해 2003년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공격, 2004년 4월 팔루자 공격을 각각 지휘했다. 제1해병원정군 사령관, 국방장관 보좌관 등을 거쳤으며 올해 1월 남부군 사령관을 끝으로 45년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한 아들 또는 딸을 잃은 최고위 장성 출신 인사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 해병 중위는 29세이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에서 소대원을 이끌고 순찰하다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캘리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멕시코 국경지대 안보 강화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등 미군의 모든 전투부대 직책에 여성 진출의 길을 열어준 데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카리브해와 중남미 32개국을 담당하는 남부군 사령관 출신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범죄 소탕에 경험이 풍부한 데다 불법이민의 주요 공급원인 이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가다. 불법입국 근절책의 하나로 멕시코 국경을 따라 장벽을 설치하자는 트럼프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해왔다. 그가 국토안보장관으로 등용된 것은 이런 경험과 식견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마크 크리코리언 이민연구센터 상임소장은 “트럼프가 켈리를 국토안보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가장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켈리는 트럼프의 공약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우연의 일치지만 매티스와 켈리,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해병 출신 장군으로 같은 해병 1사단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전우들이다. 매티스가 해병 1사단장이었을 때 켈리는 1사단 부사단장이었고, 던퍼드는 1사단 예하의 5연대 연대장이었다. 던퍼드는 2017년 9월 말이 임기 만료 시한인데, 전우인 매티스와 켈리가 장관으로 입각하는 만큼 트럼프가 합참의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병 삼총사’가 미국 안보를 책임지게 되는 셈이다.



    힘에 의한 평화 추구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로드아일랜드대 학군단을 거쳐 1981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플린은 33년 군 생활 동안 정보와 특수전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특히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수행 과정에서 정보와 특수전을 결합한 현장 소부대 단위의 전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2012~2014년 국방정보국(DIA) 국장으로 임명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을 비판하는 바람에 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전역했다. 플린은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급진 이슬람’ 같은 이데올로기 집단을 근본적으로 타협과 설득이 불가능해 끝까지 싸워 없애야 할 존재로 여긴다. 또 이란을 주적(主敵)으로 보고 있으며, 이란과 핵협상에 반대하고 있다. 플린은 북한은 핵·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매우 위험한 나라라면서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도록 존속시켜선 안 된다고 밝히는 등 대북 강경파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가 외교·안보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만큼 차기 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가 전직 장군들을 등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려면 군 출신을 안보 분야 요직에 기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트럼프의 지론은 대외 개입은 축소하되 전쟁 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1880~1964)와 조지 패튼 대장(1885~1945)인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및 언론과 인터뷰에서 수차례나 두 전쟁 영웅을 칭송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맥아더와 패튼 장군이 승리자였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는 10월 9일 클린턴 후보와 가진 제2차 TV토론에서 미군의 이라크 모술 전투를 언급하며 “패튼과 맥아더 장군이 미군이 모술에서 어떻게 전투를 벌이는지 상황을 안다면 무덤에서 통곡할 것”이라고 오바마 정부의 IS 소탕 전략을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는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도 “패튼 장군이 지휘를 맡았다면 IS를 망설임 없이 쓸어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맥아더와 패튼 같은 전쟁 영웅의 삶을 다룬 전쟁영화를 좋아하고, 이들 같은 장군이 있어야 미국이 강해진다고 생각해왔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1970년 작인 ‘패튼’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매티스 내정자가 패튼 장군을 닮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패튼 장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3〜45년 북아프리카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여러 전투를 지휘했고 특히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큰 활약을 한 인물로, 지금까지도 전쟁 영웅이자 미국 최고 지상군 사령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저돌적인 성격과 거침없는 돌출행동으로 ‘싸움닭’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선두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부하들의 마음을 움직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 중 명장으로 손꼽힌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가 권력형 지도자를 지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권위와 위엄을 강조하는 군인의 명령체계뿐 아니라 충성심과 희생정신을 좋아한다. 트럼프가 13세부터 18세 때까지 뉴욕 군사학교를 다닌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내 학창 시절은 군대와 같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전직 장군들의 풍부한 경험과 안보 관련 지식도 높게 평가해왔다.

    전직 장군들이 앞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얼마나 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군 출신이 정부 요직에 기용돼 성공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육군 대장으로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은 가장 유능한 국무장관이란 평가를 받았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공군 중장 출신으로 뛰어난 전략가란 말을 들었다. 아무튼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전직 장군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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