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2

2005.09.13

“이젠 철학 하는 한국군도 있어야죠”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5-09-09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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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철학 하는 한국군도 있어야죠”
    통칭 한국군은 60만 병력이다(실제로는 69만). 육군의 상비사단은 20여개이고 공군 전투기는 500여대, 해군 병력은 6만 정도이다. 60만 병력과 20개 사단, 500여대의 전투기, 6만 정도의 해군은 무엇을 근거로 산출된 것일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한국군에서는 잘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는가” “왜 미래 군은 그런 모양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더더욱 말없음표만 이어질 뿐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철학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 50여년간 한국군은 ‘근육’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그 다음이 싸우는 기술을 익히는 훈련이었다. 한마디로 싸움에 처했을 때 지지 않을 궁리만 한 것이다. 이제 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긴 나라가 되었다. 사람으로 말하면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성인이 된 것이다. 저 요량만 하지 말고 주변에 베풀 줄 알아야 성인이다. 미래의 자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도 설계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국군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 것인가?” 정치학 박사이자 현역 공군 대령인 강진석 씨가 최근 출판한 ‘한국의 안보전략과 국방개혁’이라는 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서부터 해답을 찾아간다. 그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성통광명(性通光明), 재세이화(在世理化), 홍익인간(弘益人間)을 한국의 국가 가치로 본다. 이 가치를 지키고 아울러 한국의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이 한국군이 해야 할 일로 보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장비는 무엇이며, 한국군이 사귀어야 할 친구(동맹)는 누구인지를 연구한 것이 그의 저서이다. 이제 한국군에는 잘 싸우는 군인도 필요하지만 철학을 하는 군인도 있어야 한다. 군이 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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