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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웰컴 투 청계천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한다”

이명박 서울시장 “연정론은 서민들 화나게 하는 발언 … 조기 全大는 시장논리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한다”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한다”

9월1일 시장실에서 인터뷰 중인 이명박 시장.

하루 17만대의 자동차가 통행했다. 도로 밑으로 흐르는 물은 잿빛이었다. 그것을 뜯어 맑은 물을 흐르게 하려고 했다. 주변을 녹음으로 둘러싸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반대가 완강했다. 직접적으로 이해가 걸린 20만명이 넘는 주변 상인들은 결사적이었다. 그들과 4200번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작업은 인간의 인내를 한계점으로 몰아넣었다. 수십 가지 돌발 상황에 대한 치밀한 계획과 도상연습은 숨이 멎을 듯 처절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1000만 서울 시민은 탁한 잿빛을 걷어낸 맑은 청계천과 마주하게 되었다. 대역사의 완공을 눈앞에 둔 이명박 서울시장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해봤지만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의 중심 상당 부분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계천 복원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안도감일까. 이 시장은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정과 관련 “배고픈 국민을 화나게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거론되는 내각제 개헌 등 권력체제 변화 움직임에 대해 “현 정권은 개헌할 도덕성과 정치적 역량을 갖지 못했다”고 못박았다. 한나라당 조기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최종 목표인 정권을 교체하는 데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9월1일 시청 시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10월1일이면 청계천이 열리는데, 복원의 의미는.

“청계천 복원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 묻혔던 역사와 문화의 개방이며 생명의 복원이다. 다른 의미로 청계천의 복원은 개발의 시대에서 역사, 문화, 환경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해준다.”

-바람길이 열렸다는 보도가 있는데, 청계천 복원이 환경에 미친 영향은.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수변 공간이 만들어져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가 감소되고 있다. 이미 주변 기온이 3℃ 이상 내려갔다는 언론 보도가 있고 열섬 현상이 완화되는 등 도심의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복원된 청계천이 수도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나.

“복원된 청계천은 21세기 서울을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다. 청계천 복원은 역사·문화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인간 중심의 도시 관리 패러다임(틀)이 구축될 것이다. 주변을 국제 금융 비즈니스 거점 지역으로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경제, 문화, 레저 이런 것들의 중심 이동이 예상된다. 크게 보면 서울의 중심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동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한다”

9월2일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1공구 정조대왕능행반차도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 도시는.

“미국 보스턴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 거대한 고가도로를 뜯어낸 뒤 자동차는 지하로, 도로는 녹지로 조성하는 빅딕을 통해 서울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떤 한 도시를 모델로 하기보다 각 도시의 우수한 점과 특성을 두루 벤치마킹했다. 예를 들어 교통문제는 브라질의 쿠리치바라는 도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일본의 도톰보리 등 도심의 하천 복원 사례를 참고했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벤치마킹을 요청한 외국의 도시나 정부가 있나.

“8월 말 현재, 청계천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모두 3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외국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토목전문가를 비롯한 터키 이스탄불시장, 대만 타이베이시장 등 여러 나라 도시의 시장들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벤치마킹하고자 노력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면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제2의 한류’로 표현했다. 미쓰이 그룹 회장이 여기 와서 일주일이나 있다 갔다. 몽골 울란바토르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벤치마킹해 고가도로 철거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애로점은.

“큰 프로젝트 많이 추진해봤지만 청계천보다 더 큰 반대는 없었다고 본다. 청계천 복원에 직접적으로 이해가 맞닿은 사람이 20만명이 넘는다. 이들과 4200번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다. 그 과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를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2004년 10월 오페라 전용공연장 건립 적정 후보지로 노들섬이 결정되었다. 2005년 1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연정론을 주장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대통령 말이 민생에 직접 관련 있으니까 민생에 일부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코멘트를 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이 왜 연정을 하려는지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정치인이 이해를 못하는데 국민이 어떻게 이해를 하겠나. 연정과 연정에 관련된 대통령 발언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배고픈 서민들을 화나게 하는 발언이다. 거기에 어떤 정치적 술수가 있는지, 진정 국가를 위한 걱정에서 나온 것인지….”

-의도가 있다고 보나.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라는데, 선거법 개정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 중 대통령 자리를 걸고 추진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이해를 못할 것이고 국민은 더 깜깜할 것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비전은 지도자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어느 나라 어떤 조직이든 최고 책임자는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구름 같은 이야기를 던지면 혼란만을 가져온다.”

-내각제로의 개헌론이 거론된다.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더라도 불투명한 정책을 내놓는 현 정권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헌법 개정은 단순한 권력체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남북 관계, 과거사 등 이른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 국가의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문제는 간단히 대통령이 의견을 내놓고 국회의원들끼리 이야기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이 각 방면에서 검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헌법 개정은 지금부터 검토해 다음 정권 초기에, 대통령이 직을 걸고 ‘나는 이런 식으로 헌법 개정하고 싶다’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현 정권은 헌법을 개정할 만큼 도덕성과 정치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또 국민적 화합 및 합의의 정도 등을 감안해본다면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 조기전대론이 불거졌다.

“난 거기에 별 관심이 없다.”

-이 문제로 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당에서 결정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의 최종 목표인 정권을 교체하는 데 어느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거기에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고 이야기하면 정권 교체가 힘들어진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가 이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하면 된다.

-정치권에서 2%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일생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할 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사람들은 보통 운이 좋아 결과적으로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는 이를 달리 본다. 결과적으로 좋아진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좋아질 수밖에 없도록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 정치 일정과 관련 할 말은 없나.

“시장을 그만둔 뒤에나….”

청계천 복원공사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이 시장. 그는 청계천을 건너 청와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주간동아 2005.09.13 502호 (p68~69)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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