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2

2005.09.13

“둘째는 ‘富의 상징’이다 해”

중국 신흥부자들 둘째 낳기 열풍 … 산아정책 행정·경제 통제 돈으로 해결

  • 베이징=김수한/ 통신원 xiuhan@naver.com

    입력2005-09-07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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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는 ‘富의 상징’이다 해”

    베이징 시내에 걸린 인구억제 정책 포스터.

    2005년 1월6일 0시2분 중국 베이징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중국 인구는 공식적으로 13억명을 돌파했다. 이름이‘장이츠(張亦弛)’인 이 아이는 곧장 정부의 ‘한 자녀 갖기’ 정책의 홍보 포스터 인물로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당국은 “강력한 가족계획이 없었다면 4년 전에 13억을 돌파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산아제한 정책의 효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1995년 이미 12억명을 넘었던 중국 인구는 그 후 10년 만에 1억명이 늘어났다. 11억명에서 12억명으로 느는 데 6년여가 걸린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억제 정책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됐던 것은 아니다.

    농촌엔 무호적 ‘검은 아이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정부의 인구 정책은 지금과는 상반되는 사실상의 출산장려책이었다. 49년에서 73년까지 24년간 중국인은 평균 6.9년에 1억명을 낳았다. 평균 인구 증가율이 21.08%였다. 이런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함께 인구 문제가 중국 현대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절대권력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은 “입(口)은 하나지만 손(手)은 두 개”라는 이른바 인수론(人手論)을 주장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의 특권층(자본가 계급)이 일반 다수 대중을 착취하지 않는 한, 아무리 인구가 늘어나더라도 중국 대륙의 천연자원을 개발하는 데 유용한 만큼의 인구 증가는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것.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국력이 커지고 생산력이 높아진다’는 중국 위정자들의 단편적인 인식은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현실 앞에서 바뀌게 됐다. 1973년 이후 인구 증가 속도는 어느 정도 늦춰졌으나 증가율은 여전히 13%를 웃돌았다. 방대한 인구의 의식주와 교통, 교육, 취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고 현대화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던 것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인구의 억제 정책 없이는 결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1979년부터 ‘한 자녀(一胎化)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다. 이 정책은 상당한 강제성을 띠고 추진됐다. 내용을 보면, 지역 간 다소 차이는 있으나 기본원칙은 도시의 경우 1가구당 1자녀이며, 농촌의 경우 첫 아이가 여아일 경우 두 명까지 허용했다. 농촌의 남아선호 사상을 감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하나 낳고서 피임 수술을 받은 부부는 ‘독생자녀증’을 받는데, 그러면 도시 지역에서는 아이가 단위 부속 탁아소나 유치원을 입학할 때 우대를 받았고 각종 보조금 지급 등 경제적 혜택을 받았다. 반면 아이가 둘 이상이면 벌금이 부과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 정부는 산아제한을 위해 만혼을 권장했고, 결혼하면 직장과 거주지 담당자에게 일일이 허가를 받은 뒤 아이를 낳게 하는 통제책을 썼다.

    주춤거리는 인구 증가세가 증명하듯 중국의 인구 억제 정책은 가시적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인구의 노령화 때문에 65세 이상 인구는 88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11.8%, 21세기 중반에는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산아제한으로 두 명의 부모와 네 명의 조부모가 한 명의 아들(손자)을 돌보는 이른바 ‘4-2-1’ 문제가 부각됐다. 즉 노동력 부족과 고령 인구의 사회보장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개혁 또 하나의 빈부 격차

    또 중국인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자손이 많을수록 다복하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은 산아제한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출생 인구의 성비는 여아를 100으로 할 때 남아는 120으로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내륙의 가난한 농촌일 경우 더욱 심각하다. 남자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신생아를 신고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이로 인해 인구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호적의 ‘검은 아이들(黑孩子)’이 농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반대로 일부 관리들은 가족계획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민에게 강제로 낙태나 불임 수술 등을 강요하기도 한다. 심지어 신생아가 여아일 경우 부모에 의해 타지로 팔려나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중국 전역에서 영아 매매가 성행하고 있으며, 특히 여아의 거래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인신매매범의 손에서 구출해낸 아기들 중 80%는 여아였는데, 대다수가 쓰촨(四川)·광둥(廣東)·광시(廣西)·윈난(雲南)·구이저우(貴州) 등지의 가난한 농촌 태생으로 전통적인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부모들에게서 버려지거나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들은 대다수 농민공(農民工)들이 살고 있는 도시 변두리 슬럼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흔드는 바람이 불고 있다. 신흥부호 계층 사이에서 둘째 아이 낳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최근 중국 언론은 광저우(廣州), 선전(深),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부호층 사이에서 2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 풍조가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국유기업에 종사하는 도시민에 비해 산아제한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이들에게 둘째 아이를 낳으면 물게 되는 세금인 ‘사회부양비’는 푼돈에 불과하다. 저장(浙江)성의 한 기업인은 아들을 낳기 위해 40만 위안(약 520만원)의 사회부양비를 냈다. 심지어 해외 원정 출산을 통해 외국 국적의 아이를 낳음으로써 중국 내 산아정책을 피해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둘째 아이가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별로 괘념치 않는다. 최고급의 사립학교와 외국계 은행 등 대체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한 자녀 기르기도 빠듯한 사람들에게 일부 계층의 둘째 아이는 부의 상징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강력한 인구 억제책이 시행되는 반면, 다른 한편에는 이에 연연해하지 않는 신흥부호층이 존재하는 중국. 20여년 시장화 개혁의 산물 중 하나인 빈부 격차를 여기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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