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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교양학부 단과대학으로 승격 인성교육 강화 … 노재봉·고건·이영덕 前 총리 등 초빙 열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명지대 전경.

명지대(총장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가 교양학부를 단과대학으로 격상시켰다. 외국에는 이런 경우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교육계는 명지대의 교육 실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정 총장은 “지성과 인격, 감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양과목을 체계적으로 관리,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명지대는 단과대학으로 높인 교양학부를 방목기초교육대학으로 명명했다. 방목(邦牧)은 명지대 설립자인 고 유상근 박사의 아호 ‘방목’에서 따온 이름. 하버드대학의 ‘Kennedy School’이나 뉴욕주립대학의 ‘Rockefeller School’ 등 외국의 경우는 유명인사의 이름을 딴 단과대학과 대학원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 이 역시 대학가에서는 새로운 실험으로 평가한다.

특히 명지대는 노재봉, 고건 전 총리 등 16명의 사회 원로급 학자 및 고위관료 출신들을 기초교육대학의 석좌교수로 초빙, 기초교육에 대한 열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동안 명지대는 사회 원로 및 스타급 강사들을 초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 원로들을 초빙한 것은 이번이 처음. 명지대의 석좌 시스템이 성공할 경우 국가 원로들의 경험과 경륜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방목기초교육대학’으로 명명

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정근모 총장.

명지대가 기초교양 교육에 관심을 쏟는 배경은 대학 교육이 갈수록 기능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통상 다른 대학의 교양학부가 언어 및 기능적 측면의 교육에 많은 시간을 배정하는 것과 달리 명지대 기초교양대학은 기초교양 교육을 1차 목표로 삼는다. 석좌교수들은 이 가운데 인성학, 성공학 등을 강의할 예정이다. 정 총장의 설명이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회적으로 덕망을 갖춘 인사들의 경륜과 지성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형식에 얽매이거나 점점 수단화돼 가는 한국 대학의 기초교양 교과과정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이 숨은 의도. 물론 그 속에는 성공한 원로들의 삶도 뿌리를 내린다.

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8월19일 명지대 정근모 총장과 석좌교수들이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좌담회를 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필교 교육지원처장, 김경수 학장보, 김종기 대외협력처장,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권숙일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철수 전 서울대 교수,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박영석 학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윤영섭 전 문교부 장관, 노재봉 전 총리, 정근모 총장, 박권상 전 KBS 사장,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

기초교육대학은 모든 학생이 입학 후 1년 동안 자동적으로 적을 두고 교육을 받는다. 이 훈련을 책임진 강사진 가운데 16명의 석좌교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명지대가 위촉한 석좌교수에는 노재봉, 고건, 이영덕 전 총리를 비롯해 조순 전 서울시장(부총리),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권숙일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박권상 전 KBS 사장 등 역사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원로들이 대부분. 또 김철수 헌법학자, 김윤식 국어학자 등 학문적 업적이 뚜렷한 원로 석학들도 석좌 일원으로 동참했다. 석좌교수란 학술기관이나 대학에서 석좌기금이나 대학발전기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을 초빙해 임명한 교수를 말한다.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처음 도입한 이 제도는 최근 대부분 대학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극히 드물다. 저명인사 교양특강(성공학)을 준비 중인 김한규 전 장관의 설명.

“석좌교수로 초빙된 인사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몸담았던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낸 사람들이다. 단순히 현역에서 물러났다고 해 그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경륜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 자원의 낭비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경륜, 산지식을 후학들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교양특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명지대가 석좌교수로 위촉한 홍순영 전 장관은 1990년대를 전후해 주독, 주중, 주러 대사를 지냈다. 그는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와의 수교 과정에 숨어 있는 역사적·외교적 현장을 강의실로 그대로 옮길 예정이다. 이데올로기와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됐던 당시 사정을 얘기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의 희소가치를 활용한 강의인 셈. 정치학 박사이자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노재봉 전 총리도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천후 교수. 그는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정부 부처 간의 힘의 논리와 보이지 않는 숨 막히는 정치협상술을학자의 입장에서 조명할 수 있다.

‘기초교양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전선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에 정 총장도 포함된다. 핵물리학자인 그는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핵에너지의 역기능과 순기능, 먹는 물에 포함된 방사능의 유해 여부 등 일상 속의 핵을 강의했다. 강의의 숨은 목적은 과학기술 사회에 사는 학생들의 인성과 과학 마인드를 자극하는 것.

“국가 원로 귀중한 경륜 전수”

명지대의 인재 모으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지대는 16석좌 외에도 스타급 강사들을 대거 강의에 투입시키고 있다.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손석희 아나운서, 이철휘 장군, 오은선 여성산악인 등이 주인공. 원로와 스타 강사 초빙을 지휘하는 사람은 정 총장. 그는 인재 발탁과 관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인사원칙에 따라 필요할 경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학기 인재 헌팅을 끝낸 정 총장은 다음 학기 인재 구하기에 대한 기본 개요도 이미 얼개를 짠 상태.

교양 强國, 명지대 16석좌가 해낸다

노재봉, 고건, 김한규

“소설가 이호철 씨와 박경리 씨처럼 학생들에게 인간의 순수함이나 영혼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는 원로들을 강의에 초빙하고 싶다.”

석좌교수를 발탁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업적이다. 또 학생들이나 사회에 귀감이 되거나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도 대상이다.

석좌교수 또는 사회적 원로를 초빙하는 작업에는 경우에 따라 재단 이사장인 유영구 씨도 나선다. 유 이사장은 바깥에 드러나는 것은 꺼리지만 인재에 대한 욕심만큼은 대단하다. 인재에 대한 유 이사장의 욕심은 역대 총장의 면면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이영덕 전 총리(94년), 고건 전 총리(94~97년), 송자 명지대 교수(2000년) 등이 이사장이 발탁한 인물들. 이들은 총장직을 맡고 있다 대부분 총리나 부총리로 발탁돼 한때 학계와 관계에서는 ‘명지대 총장은 재상으로 가는 예비 코스’란 말이 나왔고, 유 이사장의 인재발굴 안목을 두고 뒷얘기도 심심찮게 거론됐다. 휴직 중인 유홍준 미술사학과 교수도 재직 중 문화재청장으로 발탁됐고, 김창호 디지털미디어학과 부교수도 최근 국정홍보처장으로 발탁됐다.

방목기초교육대학은 9월8일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1~2회 지성학으로 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명지대의 교육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주간동아 2005.09.13 502호 (p24~2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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