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2005.07.19

‘아시아 빛과 소리’ 경이로운 발견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5-07-15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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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빛과 소리’ 경이로운 발견
    한국의 굿판을 쫓아다니며 ‘접신’의 순간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김수남(56·오른쪽) 씨는 지난해 아시아의 샤먼과 귀신들을 찾아가기 전 혼자 들을 수밖에 없었던 ‘소리’를 담아올 계획을 세웠다. 그는 가장 먼저 소문난 소리채록꾼 최상일(48) 씨를 떠올렸다. 최상일 씨는 바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청취자들에게 유명한 MBC PD다.

    김 씨의 ‘같이 한번 놀아보자’는 말에 최 PD는 ‘아시아의 민속음악을 찾아서’를 기획해 짐을 꾸렸고, 돌아와 푼 짐이 무려 726컷의 사진과 CD에 기록한 음악으로 이뤄진 전시 ‘빛과 소리의 아시아’(인사아트센터, 7월19일까지)다.

    김 씨가 18년 동안 아시아를 떠돌며 민속 문화와 소수 민족의 삶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긴 했지만 막상 현지인들의 축제에 참여해 그들과 교감을 나누며 사진을 찍고 소리를 따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산골 마을까지 무거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가 보통 12시간씩 계속되는 굿판을 기록하느라 꼬박 밤을 새우는 모습에 동행한 고운기 연세대 교수는 “무기고를 지키는 병사도 저렇게 한 자세로 서 있지는 못할 것”이라며 안쓰러워했다.

    더구나 어렵게 찾아간 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면 생명이 단축된다’거나 ‘신이 노한다’는 이유로 사진 촬영을 거부당하는 것에 비하면 마을 사람들 속에서 사진을 찍고 소리를 담는 순간은 오히려 행복했다고 말한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요. 몇 달씩 현지인들과 살고 3개월은 우리나라로 들어와 작업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외국 문화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자주 놀라면서 몸으로 자료를 수집한 셈입니다.”(김수남)

    아시아가 급속하게 서구화·산업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에서 온 사진작가와 소리채록꾼의 모습은 현지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현지의 학자들은 “아마도 언젠가 당신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구하러 갈 때가 올 것”이라며 안타까움과 부러움으로 그들을 대했다고 했다.

    최 PD 역시 “아시아의 소리를 제대로 알 수 있으려면 남은 일생을 전부 바쳐도 모자랄 듯하다. 머뭇거리는 동안 아시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끈질기고 성실한 두 장인의 노력에 의해 전시장에서 재현된 아시아의 빛과 소리는 아시아의 자연만큼 화려하고 현란하며 자유롭다. 서구가 아니라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눈과 귀를 통해 아시아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은 우리에겐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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