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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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마저 아름다워라!

센강 변에 고전 건축물 총집합 … 노트르담성당·루브르미술관·에펠탑 등 하나하나가 예술품

  • 류혜숙/ 건축전문 프리랜서 archigoom@naver.com

    입력2005-07-14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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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가슴에 품을 도시 파리는 도시 전체가 건축물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더니티의 수도이자 현대 하이테크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집스레 지켜온 건축물의 전통과 그것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현대성을 함께 맛보는 것도 파리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경험일 것이다. 〈편집자〉
    세월의 흔적마저 아름다워라!

    루브르박물관과 그 앞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

    파리를 찾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센강 변이 아닐까. 파리의 발상지이자 역사·관광의 중심지인 시테섬, 37개의 다리가 파리의 좌안과 우안을 연결하고 있는 센강 변은 그야말로 문화의 집산지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곳이지만 여행서적에서는 얻을 수 없는 필수 코스 몇 가지를 알고 간다면 더 흥미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센강 변의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시티라마나 파리 오픈 투어 버스나 바토 무슈, 바토 파리지앵 유람선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조금 힘이 들더라도 산책하듯 걷는 도보 여행을 권한다. 센강 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지만 보석 같은 면면을 보는 데는 걷기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걷기엔 강변 도로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일요일이 제격일 듯.

    센강 변의 도보 여행은 시테섬을 시작점으로 하여 에펠탑을 서쪽 끝점으로 잡는 것도 한 방법. 약 7km 거리에 미술관 등지를 찬찬히 둘러보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파리의 심장이자, 시테섬 최고의 명소인 노트르담성당은 고딕 건축물로 ‘우리들의 귀부인’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높이가 110m에 이르는 이 건물은 14세기 초 완성될 당시 파리에서 가장 높아 ‘탐욕스러운 파리의 돌연변이’로 여겨졌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때는 한동안 술 창고로 쓰이면서 많이 손상되기도 했는데 위고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대대적으로 복원되었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퐁피두센터도 주요 볼거리

    세월의 흔적마저 아름다워라!

    현대 재건축의 상징인 퐁피두센터.

    시테섬과 나란히 파리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상류의 생루이섬은 17세기 유럽 귀족들의 호화로운 고급 주택으로 가득하다. 근대 이후에는 문인이나 화가들이 많이 살았고, 우리나라 화가인 김환기 부부도 한때 이곳에 살았다. 생루이섬 근처, 파리에서 가장 맛있다는 아이스크림 가게 베르티옹을 발견하는 것도 열심히 발품을 들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가장 오래된 다리 퐁네프가 있고, 오른쪽으로 센강을 따라 750m 이어진 루브르박물관이 있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나 근처 퐁피두센터도 주요 볼거리. 특히 퐁피두센터 앞 광장을 에워싼 건물들은 대부분 리노베이션된 것인데, 건물마다 정확히 규정되어 있는 경관 보전 시스템에 따라 앞면 벽체만을 남기고 뒷면을 모두 재건축했다니 그들의 문화 보전에 대한 보수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세월의 흔적마저 아름다워라!

    프랑스의 토목기사인 에펠이 설계한 에펠탑.

    루브르박물관을 지나 튈르리공원 맞은편에 오르세미술관이 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슬픈 이별을 했던 기차역이 바로 그곳이다. 원래 1804년에 최고재판소 건물로 지어져 오르세궁이라고 불렸다. 한 차례 화재로 소실된 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계기로 기차역으로 변경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39년 문을 닫고 50여년 동안 방치됐다 79년 지금과 같은 미술관이 된 사연 많은 곳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지만 목요일과 일요일은 시간차가 있고, 월요일은 휴관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강변 동쪽엔 아랍세계연구소 등 현대적 건물 많아

    다시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드디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다. 노트르담성당이 파리의 돌연변이 1호였다면, 에펠탑은 돌연변이 2호. 고층 빌딩이 없었던 1889년, 혁명 100주년 기념을 위해 공학자이자 토목기술자인 에펠에 의해 세워진 에펠탑은 7년 후 철거될 예정이던 임시 구축물이었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시민들의 반대 속에서 악평에 시달렸던 에펠탑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철거가 미뤄지다가 이후 안테나가 설치되면서 점점 사랑을 받게 되었다. 1만2000개의 철제 조각이 밀리미터까지 맞춰 정확하게 조립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시테섬을 중심으로 센강 변의 서쪽이 고전의 파노라마였다면, 동쪽은 사뭇 이색적이다. 고전 문화를 대표할 만한 뚜렷한 볼거리는 없지만 현대적인 파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흔적마저 아름다워라!
    생루이섬 앞, ‘고대의 파리와 현대 파리의 대화’라고 불리는 아랍세계연구소는 센강을 따라 휘어진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건물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 그러나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남쪽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그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다. 건물의 정면 전체가 카메라의 조리개 형상을 한 수천 개의 창으로 이루어진 것. 더 놀라운 점은 그 조리개가 전기로 광량과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아라비아 문양의 고전성에 현대의 첨단 테크놀러지가 결합된 백미다.

    또한 보는 이를 압도하는 100m 높이의 미테랑국립도서관도 주요 볼거리다. 펼쳐진 책 모양을 한 4개의 유리 타워와 타워 한가운데에 깊고 넓게 조성된 숲은 건축물 내부로 자연을 끌어들이려는 환경 친화적인 따스한 하이테크다. 도서관 뒤쪽에 있는 복합상영관인 MK2도 볼 만한 곳. 인천국제공항 실내 조경, 서울의 가나아트센터 등 이미 10개가 넘는 건축 작품을 한국에 선보인 바 있는 장 미셸 빌모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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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퐁네프 다리,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성당(왼쪽부터).

    미테랑국립도서관 정면 센강 너머에 푸른 잔디로 뒤덮인, 꼭대기가 잘려나간 피라미드 형상의 베르시 멀티 스타디움과 그 옆에 남북으로 단단하게 놓여 있는 재무성 신청사도 놓치지 말자. 원래 루브르궁에 있던 재무성이 이곳으로 이전되면서 유리 피라미드가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루브르는 완전한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시테섬에서 미테랑국립도서관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강변의 예술가들과 사랑스런 연인들, 그리고 19세기 상수도가 건설되면서 거의 사라진, 아주 옛날에는 중요한 직업이었던 물장수를 만날 수 있는 낭만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열심히 걷기를. 비록 아랍계통의 남자가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맛없는 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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