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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위법 정치 후원금

여야 지도부 위법 정치자금 받았다

기업과 단체로부터 수수금지 ‘政資法 위반’ … 관할 선관위 문제 되자 뒤늦게 조사 착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여야 지도부 위법 정치자금 받았다

여야 지도부 위법 정치자금 받았다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주간동아’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단독 입수한 중진 정치인들의 ‘정치후원금 수입 통장’ 내용을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등과 함께 검토한 뒤 내린 결론이다.

2003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결과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일면서 이듬해 3월12일 개정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은 투명한 정치자금 기부문화를 구현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법을 앞장서서 지켜야 할 중진 정치인, 그것도 여야를 각각 대표하는 문희상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부터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 법에서 금지한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정치자금 기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개정 정치자금법 제12조는 법인이나 단체 명의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이나 받은 국회의원에 대해서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을 낸다고 하더라도 기업이나 단체의 자금이라면 정치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처벌 조항을 만든 것. 개정 정치자금법에서는 수백만원의 기업자금을 받아도 과거 수백억원의 기업자금을 받은 것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주고받은 사람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개정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기부 한도 또한 대폭 줄였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1년 동안 3000만원(개인)에서 5000만원(법인)까지 허용되던 1인의정치자금 한도가 500만원(개인만 허용)으로 하향 조정된 것.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에 대한 보고를 허위로 하거나 누락한 자에 대해서도 무거운 처벌 조항이 만들어졌다.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너무한 것이 아니냐”며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부정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소장파 의원들의 주장이 여론의 지지를 얻어 법은 겨우 통과되기에 이른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던 오세훈 전 의원(변호사)은 “기업의 후원금은 아무리 소액이라도 해당 상임위에 로비를 해서 정책을 사는 돈이 될 수 있다”면서 “떳떳한 정치를 위해, 소수 기업이 내는 고액의 후원금 제도를 다수 대중이 내는 소액의 후원금 제도로 바꾸자는 것이 정치자금법 개정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먼저 문희상 우리당 당의장(경기 의정부). 문희상의장 후원회는 2004년 4월2일 물류회사인 D사로부터 3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D사의 내부 장부(단기차입금 원장)를 보면 ‘4월2일 문희상 국회의원 후원금 지급’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문 의장 후원회 정치자금 수입 통장에 돈을 넣은 주체가 회사 이름이 아니라 회사의 대표 이모 씨로 되어 있다는 점. 취재 결과, 회사 대표 이 씨는 법인 자금을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옮긴 뒤, 이를 다시 문 의장의 후원회 통장으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단기차입금 형태로 돈을 빌려서 냈을 뿐 회사에 모두 갚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가 2005년 5월 국세청에 신고한 법인세 신고서류(계정과목별 결산명세서 미수금계정)에는 다른 직원들이 빌린 돈만 기록돼 있을 뿐, 이 씨가 회사 법인으로부터 돈을 빌렸거나 갚은 사실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다. 이 씨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게 아님이 증명된 셈. 회사 단기차입금 원장에도 이 씨에게 빌려줬다는 내용 대신, 국회의원들의 이름과 후원금이라는 항목이 정확히 표시돼 있다. 이 씨는 이를 해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보내달라는 주간동아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 씨의 정치후원금 탈법 기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05년 1월18일 같은 방법으로 300만원을 기부했다. 문 의장에게 1년 사이에 모두 두 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기부한 것이다.



여야 지도부 위법 정치자금 받았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원혜영 정책위의장에게 법인의 돈이 정치후원금으로 들어간 사실을 보여주는 D사의 내부 문건.

오세훈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제12조 기부제한 조항은 기업에서 돈을 빌렸든 어떻게 됐든 기업 자금으로 정치후원금을 내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며 “회사 돈을 빌려서 후원금을 낸 다음 문제가 되면 다시 갚는 것이 어떻게 합법이 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문 의장 후원회 측은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낸 돈인 줄만 알았지 법인 자금인 줄은 몰랐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법인 자금인 줄 알고 받았는지 여부는 정확한 조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D업체는 문 의장에게만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대표 이 씨는 우리당 정책위 의장인 원혜영 의원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50만원을 기부했다. 한편 D업체는 국세청에 탈세와 대표 개인의 횡령 혐의로 고발되어 있는 상태로, 고발자들은 “대표 이 씨가 총 22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이미경 의원(우리당·서울 은평 갑)은 소속 상임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국악기 제조업체로부터 법인 자금 200만원을 받았다. 이 의원의 후원회 정치자금 수입 통장을 확인한 결과, 2004년 4월14일 국악기 제조업체인 K사가 2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이 의원 후원회 측은 2005년 2월5일 2004년 고액기부자 명단과 수입내역을 관할 선관위에 보고하면서 정치자금을 준 주체를 이 회사의 대표인 박모 씨로 신고했다. 선관위에 허위신고를 한 셈. 하지만 관할 선관위 측은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서도 “법인 돈이 아니라 대표 박 씨가 보낸 개인 자금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후원회 측의 해명서만 믿고 조사를 포기했다. K업체 경리담당 직원은 “당일 이미경 의원 후원회 통장으로 들어간 자금은 업체 법인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이 틀림없다”고 확인했다. 관할 선관위는 뒤늦게 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 중앙선관위 측은 “만약 법인에서 돈이 나간 것이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데 대해서 처벌을 받고 회계보고서를 누락한 것에 대해 양벌 처벌을 받은 것과 같이, 이 경우도 기업 자금을 받은 데 대한 처벌과 회계서류 허위보고에 대한 처벌을 따로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박 대표 후원회 측은 기업 및 학교 등3곳의 법인으로부터 모두 610만원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표 후원회 정치자금 수입 통장을 확인한 결과 2004년 4월15일 남성의류 업체인 S사 500만원, 4월30일 C전문대 100만원, 4월8일 S약품 으로부터 1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 후원회 측은 관할 선관위에 고액기부자와 수입내역 신고를 하면서 후원금을 준 주체를 모두 회사 대표나 학장 이름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기자는 업체와 법인 계좌에 대한 추적 취재를 통해 이 모든 정치자금이 각 법인의 계좌로부터 이체된 사실을 확인했다. 즉 이들이 모두 법인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냈다는 이야기다.

이에 박 대표 후원회 측은 “통장에는 법인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제 자금의 출처는 법인 대표나 학장인 개인”이라며 “이들에게 모두 영수증을 발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C전문대, S약품의 회계 경리 담당자들은 모두 각각의 정치자금에 대해 “법인 계좌에서 후원회 계좌로 이체된 자금이지 대표나 학장 개인의 돈이 아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관할 선관위인 대구시 달성군선관위는 계좌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업체와 후원회 측의 말만 듣고 “모두 개인 자금으로 한 것이 맞다”며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지도부 위법 정치자금 받았다

2003년 11월 열린 한 국회의원의 후원회.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100만원 이상의 기부는 금지됐다.

특히 정치자금 기부금의 한도액인 500만원을 낸 S사는 취재진 앞으로 ‘독특한’ 해명을 해왔다.

“회장께서 2004년 4월15일 자금파트장을 불러 현금 500만원을 주면서 박근혜 의원 후원회에 송금하라고 했는데 자금파트의 여직원이 은행 갈 시간이 없어 인터넷뱅킹으로 법인 계좌에 있는 돈을 보냈다. 하지만 회장이 준 500만원을 현금출납장에 즉시 입금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회장이 개인 연말정산 때 공제신청 내역에 이 기부금을 포함시킨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치자금은 법인 계좌에서 빠져나갔지만 기부금의 출처는 회장 개인이라는 이야기다. 회사 측은 근거로, 회사의 자금파트장 명의로 2004년 4월15일 현금 500만원이 입금된 현금출납장과 회사의 2004년 기부금 내용을 보내왔다. 회사 돈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1년 기부금 내용에서 문제의 500만원이 제외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5월부터 대대적 색출 작업 조만간 결과 발표

하지만 이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태도는 단호하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 수입 통장에 들어온 자금은 일단 법인 돈이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 자금파트장 명의로 입금된 현금출납장은 돈의 출처가 회장임을 증명하는 서류가 되지 못하며, 회사 기부금 내용에 법인이 법을 위반해 낸 정치후원금 500만원은 기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까닭에 빠져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인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법을 위반한 것인 줄 알았다면 즉시 입금을 취소하고 회장 이름으로 현금 입금을 다시 하면 되는데 굳이 500만원을 회사 장부에 다시 넣었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 후원회 측의 정치자금 통장을 보면 2004년 4월16일 D대학이 법인 계좌로 20만원을 입금했다가 곧바로 취소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는 이 사항이 법 위반임을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아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동창회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2004년 4월12일 C고등학교 재경7회 동창회는 단체 명의 계좌에서 100만원을 강 대표의 후원회 계좌로 이체했다. 강 대표 후원회 측은 “통장에 동창회라고 찍혀 있지만 사실은 동창회 회장 개인이 낸 것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후원회 측의 이야기는 금세 거짓말로 드러났다. 관할 선관위인 대구서구선관위가 이미 이 사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단체 명의의 정치자금이라고 판정 내렸기 때문.

문제는 관할 선관위의 후속 조치에서 발생한다. 대구서구선관위는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동창회에만 경고를 주고 후원회 측이나 강 의원에게는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법인 기부제한 위반(부정수수)은 개정 정치자금법에서 가장 엄한 벌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형사고발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측은 “진상을 파악해봐야 알겠지만 기부금을 준 쪽만 경고를 줬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며 “이 조항의 경우 형사고발은 중앙선관위 심의대상이지만,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연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한 의원들은 이들뿐일까. 중앙선관위는 5월부터 법인과 단체의 기부제한 조항을 어기고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들어가 그 결과를 7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주간동아 2005.07.19 494호 (p48~5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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