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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도요타 “아낌없이 쓰련다”

미래 기술·인재 투자 ‘팍팍’… 연료전지차 세계 선두, 대학 만들어 1인당 연간 5820만원 지원

  •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잘나가는 도요타 “아낌없이 쓰련다”

잘나가는 도요타 “아낌없이 쓰련다”

도요타공대 홈페이지와 캠퍼스 전경, 도서관 내부 모습(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7932억엔(약 7조9320억원)!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2004년에 낸 세금 액수로, 실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납세 순위 2위인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의 4377억엔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탁월한 품질과 성능으로 질주하고 있는 도요타. 미국의 GM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도요타는 앞만 보고 무작정 내닫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서는 영국의 이튼스쿨을 모델로 한 중·고교 일관교(중·고교 과정 통합 학교)가 개설 준비 중인데, 여기에 앞장선 기업이 도요타자동차다. 사실 도요타는 오래전부터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도요타의 질주 배경에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가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도요타의 고급 차 렉서스는 포드의 쟈가, GM의 뷰익과 캐딜락을 능가하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JD 파워’가 최근 발표한 자동차 품질조사 결과, 도요타는 18개 부문 가운데 10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내 수입차 중 렉서스가 판매 1위를 차지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브랜드 파워에서 뷰익, 캐딜락 능가



6월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에서 열린 도요타자동차 조립공장 기공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등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모리 전 총리는 행사 참가를 겸해 일본 정부 특사로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도요타를 앞세워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이다.

2007년 12월부터 차를 생산하게 될 이 공장에 도요타가 투자하는 돈은 총 10억 달러에 이른다. 향후 동유럽 시장까지도 내다보며 거액을 투자하는 것. 도요타는 소비자 감각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에서도 향후 5년간 판매 대수를 50% 늘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도요타의 세계 생산 계획은 전년도 대비 8% 증가한 812만대. 이 가운데 해외 생산분이 354만대에 이른다. 일본의 기업을 넘어서 세계의 기업이라고 불려도 좋은 것이다. 2006년도 세계 판매량 목표는 850만대. 도요타는 올해만 해도 멕시코와 중국 톈진 제2공장에서 생산을 개시했다. 해마다 두 곳의 해외 조립공장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1995년 18개국, 25개소였던 해외 생산 거점은 2006년 26개국, 51개소로 10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나게 됐다.

도요타자동차가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당분간 확대를 거듭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6000만대. 2014년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신흥국가의 수요 증가로 7500만대로 늘어난다는 것이 도요타의 전망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새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해 연료전지자동차를 선보이는 것도 가장 빠르다. 7월1일 도요타는 일본 최초의 연료전지차 ‘FCHV’를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한 달 105만엔, 10개월 할부로 약 1억원. 고압 수소를 이용하는데 5인승에 최고 속도는 시속 155km, 중량은 1880kg이며 항속 주행거리는 330km에 이른다.

잘나가는 도요타 “아낌없이 쓰련다”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공장 전경

도요타의 미래에 대한 투자는 자동차뿐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도 이뤄지고 있다. 나고야시 외곽에 자리 잡은 도요타공대가 그 예다. 1981년 설립된 이 대학의 지원금 대부분은 도요타자동차 몫이다. 실험 실습장비 또한 도요타자동차가 모두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도요타공대 졸업생 입도선매 안 해

학교 입구에 도요다 사기치(豊田佐吉, 1867~1930)의 동상이 서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는 도요타자동차의 모태가 된 도요타방직 창업주(豊田 성은 ‘도요다’로도, ‘도요타’로도 읽힌다. 자동차회사 이름은 도요타인데, 사람 이름은 도요다다. 일본은 정말 머리 아픈 나라다).

한 학년이 80명 정도인 단과대학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8.5명. 일본 사립대 평균이 23.1명이니, 그만큼 높은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비는 연간 52만엔(약 520만원). 일본의 국립대 수준이자 사립대 절반 정도. 대학 측이 연간 연구비와 도서 구입비로 지출하는 돈은 학생 1인당 582만엔(약 5820만원)으로 학비의 10배에 해당한다. 일본 국립대 학생 1인당 평균 지원액 276만엔, 사립대의 134만엔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많다. 이렇듯 전폭적 지원이 가능한 것은 도요타자동차의 기부금 때문이다.

잘나가는 도요타 “아낌없이 쓰련다”

6월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조립공장 기공식. 도요타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맨 아래).

대학 규모는 작지만 취직률 100%를 자랑하는 학교로, 그만큼 인기가 높아 ‘신흥명문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아사히신문사가 펴낸 ‘대학 순위 2006년도판’에 따르면, 도요타공대 입시 난이도는 전통을 자랑하는 규슈대학·고베대학·도시샤대학의 공학부와 비슷하다. 학장은 이쿠시마 아키라(生嶋明). 도쿄대학 물성연구소 교수 등을 거쳐 유리 제조회사인 ‘HOYA’ 사장 등을 역임한 경영자다.

이 대학 교수 가운데에는 학장처럼 민간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이 상당수다. 또 직원 가운데에는 도요타자동차에서 옮겨온 사람도 많다. 향후 기술자로서 커나갈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실전 중심의 인원 구성이다. 도요타자동차 인사 파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직원은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면접과 지원서 작성 요령도 지도해준다. 그리고 81년 설립 당시부터 인턴제도를 도입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는 민간기업의 생산 부문, 3학년 때는 연구개발 부문에서 각각 1개월간 취업 체험을 한다. 1학년 남학생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독방을 쓰는데, 한 달 기숙사비는 1만2000엔으로 매우 싸다. 1학년 여학생과 2학년 이상의 기숙사 생활은 선택제로 이뤄지고 있다. 기숙사 생활은 철저하게 팀 위주로 이뤄진다. 잠만 따로 잘 뿐 8명이 한 반을 이뤄 취사도, 공부도 함께 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공대에 이런 지원을 하면서도 졸업생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최근 4년간 졸업생 진로를 보면 도요타자동차 17명, 경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혼다기연(技硏)공업 11명, 이밖에 마쓰시타전기, 덴소, 미쓰비시전기, 닛산자동차 등에도 진출했다. 일본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의 잘나간다는 대기업들은 돈 자랑으로 다른 기업의 기나 죽이려 하지 말고 이런 대학을 많이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2005.07.05 492호 (p50~51)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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