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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코리안닷넷은 복마전인가

정부 부처, 재외동포재단 봐주기?

감사원·외교부, 문제점 포착하고도 늑장 대응 … 감사 2개월 지났는데 결과 공개도 안 해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정부 부처, 재외동포재단 봐주기?

정부 부처, 재외동포재단 봐주기?

코리안닷넷 사업 감사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감사원과 외교부.

감사원이 8개월째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하 동포재단)에 대한 감사를 방치하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외교부 봐주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로부터 동포재단 감사 건을 이첩받았다. 동포재단이 추진하는 ‘코리안닷넷’ 사업의 예산 낭비와 각종 탈·불법 횡행, 감리보고서 조작 등이 감사의 핵심 사안. 그러나 감사원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감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동포재단 직원 내부고발로 촉발 … 부방위, 감사원에 이첩

코리안닷넷이 처음 고발된 곳은 부방위였다. 부방위는 2004년 5월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동포재단 직원 A 씨에게서 내부고발을 접수했다. 4개월간의 검토 끝에 부방위는 “고발 내용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같은 해 9월8일 이 건을 감사원에 이첩했다.

부패방지법 제30조에 따르면, 조사기관은 신고를 이첩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부방위에 연장 사유를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마감시한’인 11월9일까지 아예 감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연장 사유 또한 부방위에 통보하지 않았다.



부방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감사원은 2004년 12월21일 부방위가 독촉 공문을 보낸 지 25일이 지난 올해 1월14일에야 ‘업무 과다로 인한 시간 부족으로 연장을 요망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60일 마감시한을 두 달 넘긴 시점에야 연장사유를 통보한 것이다.

감사원은 부방위가 이첩한 사안을 ‘부패행위 신고 사항의 사무처리에 관한 규정’이란 내부지침에 따라 처리한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이 규정에는 ‘60일 이내에 조사 결과를 부방위에 통보하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전했다. 결국 감사원은 부패방지법은 물론 자신의 내부지침까지도 위반한 셈. 이 관계자는 “처벌 조항이 없는 법 조항은 훈시적 규정 정도로만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부패방지법이 감사기간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60일 이내 종결’을 단순히 부담을 주려는 수준의 법 조항으로만 이해한다는 것이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왜 이첩받은 지 8개월이 지나도록 감사에 착수하지 않느냐”는 ‘주간동아’의 질문에 대해 “지난해 11월까지 특별조사국 전체가 공직기강 특별 점검과 기업불편 개선실태 조사를 하느라 엄청 바빴다”며 “12월 동포재단에 대한 감사를 하려다 외교부가 감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해 중첩 감사를 피하기 위해 외교부 감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 부처, 재외동포재단 봐주기?
그러나 부방위는 “감사원은 1월14일 업무 과다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감사기간을 3월1일까지 연장하길 요망한다고 통보했다. 3월14일 한 차례 더 독촉 공문을 보내자, 3월25일 외교부 자체 감사가 끝났으므로 그 결과를 검토한 뒤 처리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동포재단에 대한 감사 계획은 1월경에 확정했으며, 감사원으로부터 동포재단 감사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받은 것은 2월이다”고 밝혔다. 감사원 측의 설명과는 차이가 나는 얘기다.

한편 부방위가 외교부 감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것은 처음 감사원에 동포재단 감사 건을 이첩한 취지와는 상반된 결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내부자들이 문제를 더 잘 아니까 자체 조사해 처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부방위 신고심사국 관계자는 당초 외교부가 아닌 감사원에 이첩한 이유에 대해 “동포재단이 외교부 산하단체이기 때문에 감사가 소홀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방위는 외교부를 피해가고자 감사원에 맡긴 건데, 감사원이 다시 외교부에 동포재단을 떠넘긴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외교부 또한 ‘봐주기식’ 감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8월 동포재단으로부터 감사 요청을 받고도 7개월이 지난 올해 3월9일에야 감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사가 이뤄진 지 2개월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외교부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단 측 부실은 인정, 책임은 퇴사 직원들에게 돌려

감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외교부 설명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외교부는 ‘동포재단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늑장 감사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 동포재단이 지난해 8월 외교부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실수’로 공문을 외교부 감사관실이 아닌 재외국민영사국 재외국민이주과에 접수했다는 것. 재외국민이주과는 동포재단을 관할하는 부서다.

외교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연초에야 지난해 8월 동포재단의 감사 요청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재외국민이주과 관계자는 “감사관에 원본을 보내고 우리에겐 사본을 보낸 줄 알고 감사관에 따로 동포재단의 감사 요청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동포재단은 “감사 요청 공문을 감사관이 아닌 재외국민이주과로 보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주간동아의 질문에 대해 “수신처를 외교부 장관으로 했다”고만 답했을 뿐, 자세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동포재단은 지난해 5월 자체 감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핵심’을 비켜갔다. 동포재단은 코리안닷넷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이미 퇴사한 직원들에게만 묻고 있다. ‘감리보고서’에 지적된 문제점의 상세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하도급 업체와 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이를 보고하거나 내부결제를 받지 않은 점 등의 책임을 이미 퇴사한 과장급 직원에게만 돌렸다. 반면 하도급 업체에 잔금 2억원을 불법 지급한 것과 관련해 계약과 지불 결재라인에 이사장과 사업이사, 외교부 파견 공무원인 기획실장과 기획이사 등이 올라가 있는데도 이 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이 자체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코리안닷넷의 난맥상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감사원과 외교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감사를 미룬 사이 코리안닷넷의 실체를 외부에 처음 알린 내부고발자 A 씨만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다. 그는 “2004년 5월 3개월 정직에 처해졌으며,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 업무 몰수와 감시, 공개적인 비난과 험담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2월 채용 당시 제출한 구비서류의 문제점을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

내부고발자 채용 취소 … 인권위 등에 진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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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 전 직원 A씨가 감사원에 낸 감사 촉구 진정서.

A 씨는 사내 e메일 감청에도 시달렸다. 그는 “계약직 부하직원인 B 씨가 두세 차례 내 사내 메일을 매일 읽고 있다고 자랑 삼아 말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e메일 감청증거 자료를 컴퓨터 보안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전문가는 “A 씨에게 온 e메일이 특정인에게 전송된 흔적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그는 “동포재단의 메일서버를 관리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한 이 같은 e메일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현재 부방위와 인권위원회,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진정을 낸 상태다.

A 씨의 경우처럼 부패행위가 고발된 기관은 건재한 반면, 내부고발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은 부방위에 쓴소리를 한다. 이 모임 김승민 운영위원은 “부방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내부고발자들을 대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법 논리로만 내부고발자들을 다룬다면 부방위가 검찰이나 법원과 차별점이 없다는 것. 그는 “내부고발자의 99%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고 보복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감사원의 ‘늑장 대응’에 대해 부방위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현행법상 아무것도 없다. 부패방지법은 조사기관이 조사시한을 연장할 수 있음은 명시하고 있지만, 연장기간이나 연장횟수에 대한 제한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처벌 조항도 없다. 조사기관이 부방위에 기간 연장을 통보한 뒤 계속 조사하지 않아도 현행법상으로는 부방위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번 동포재단 감사에 대한 감사원의 ‘늑장’에 대해서도 부방위 신고심사국 관계자는 “감사원에 두 차례 독촉한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고 털어놓았다.

부실과 무능으로 얼룩진 코리안닷넷 사태 해결에 대한 칼자루는 현재 외교부가 쥐고 있다. 과연 외교부는 자신의 산하기관이자 외교부 고위 공무원들이 파견 나가 있는 ‘작은 집’ 동포재단에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칼을 휘두를 수 있을까. 국회 관계자는 “외교부 감사관실 직원이 ‘윗선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처벌 수위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며 현재 외교부 내부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했다.







주간동아 2005.05.31 487호 (p34~36)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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